2021.09.04.(토)

간밤에는 일기를 쓰고 짐을 아주 약간 더 정리한 후 두어 시쯤 누웠다. 아니, 엎드렸다. 노트북으로 웹서핑을 조금 했다. 누우면서는 맥주를 들고 갔다. 7월 29일에 다섯 캔을 사서 한 캔만 마신 후 여태껏 냉장고에 들어앉아 있은 네 캔 중 한 캔. 딴짓을 한참 하다 캔을 땄다. 매번 그렇지만, 손톱이 짧아 조금 고생했다. 반쯤은 아예 싱크대에서 숟가락 같은 것을 집어다 손톱 대신 쓰지만 이번엔 이미 이부자리에 누워 있었으므로 그러기엔 귀찮았다. 머리맡에 이것저것이 놓여 있으므로 쓸만한 게 있었을지도 모른다.

컴퓨터를 끄고 누웠지만 잠이 들지 않았다. 가만히 누워 있다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다를 반복했다. 다섯 시 좀 지나서 잠든 것 같다. 일곱 시 좀 지나 한 번 깼고 여덟 시에 다시 깼다. 눈을 감았다. 한참을 더 잤다고 생각했는데 여덟 시 십육 분, 한 번 더 했더니 여덟 시 반쯤이었다. 몸을 일으켜 짐을 좀 더 정리하고 전날 산 우유에 며칠 전에 산 시리얼을 말았다. 평소보다 적게 먹었다. 얼마 전 들인 거울이 화장실 스위치를 가리게 되어 ― 가리지 않게 둘 수도 있었지만 스위치 아래의 벽지 얼룩을 가리고 싶었다 ― 잠깐 전기 공사도 했다. 짐 더미에서 나온 전선을 자르고 며칠 전에 사다 둔 스위치를 연결했다. 반대쪽 끝은 벽에 달린 스위치를 열어 이었다. 선을 잇는 데엔 재작년쯤 길에서 주운 공구박스에 들어 있었던 부품을 사용했다. 새 스위치는 거울 바로 위에 달았다.

카페에 가서 간밤에 온 업무 메일을 확인했다. 번역서 작업이 막바지다. 막바지, 라고 한 달 전쯤부터 생각했던 것 같지만. 최종교인데도 여전히 수정 제안이 많이 달려 있다. 답을 달거나 문장을 고치지는 않고, 우선 죽 한 번 훑었다. 그 이상을 할 기운은 나지 않았다. 두 시간 반쯤을 그러고 앉아 있다 컴퓨터를 덮고 집으로 돌아갔다. 가는 길에도 오는 길에도 구름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집에 오자마자 누웠다. 아니, 이번에도 엎드렸다. 잘 보지 않는 TV 예능 프로그램을 틀어두었지만 역시 잘 보지 않았다. 시리얼을 한 그릇 더 먹었다. 일도 짐 정리도 하지 않았다. 대신 담요를 한 번 더 빨았다. 열기가 식고 보니 서울에서 쓰던 ― 담요 만큼은 아니어도 묵혀 두었던 ― 홑이불에서도 냄새가 조금 나는 것 같아 같이 빨았다. 담요와 홑이불을 넌 후에는 빨래통에 쌓인 옷가지도 빨았다. 짐에서 나온 손수건 두 장도 함께.

저녁은 나가서 먹었다. 얼마 전 먹은 기본 정식 메뉴를 주문했는데 그건 점심특선이라고 했다. 가격이 좀 더 나가고 반찬이 좀 더 많은 메뉴를 먹었다. 돌아와서도 일은 하지 않았다. 누워 있거나 친구와 이야길 나누거나 귤을 먹거나 빵을 먹거나 했다. 밤에 잠깐 담배를 피우러 나갔는데 하늘에 별이 많았다. 더 많이 보일 만한 어두운 곳까지 다녀올까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돌아와서는 베란다로 나가 별을 한 번 더 보고 씻고 누웠다. 늦은 시각이었다.

2021.09.03.(금)

아침엔 잠시 시내에 다녀왔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려 했는데 마땅한 곳이 없어 우선 집 쪽으로 오는 버스를 탔다. 분식집에서 라면을 먹었다. 카페에 들러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주문했는데 아직 오픈 전이라며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다. 계산대의 컴퓨터를 켜는 중인 듯 싶었다. 시계를 보니 열 시 오십팔 분. 열한 시에 여는 카페다.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잠시 후 커피를 주문하고 앉은 자리에서 일했다.

일, 이라고 썼지만 스터디 발제용 번역이다. 스터디는 두 시. 목표한 데까지 하려면 세 시간 반쯤 걸릴 것 같았다. 한 시쯤 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 시간 반쯤 걸릴 듯한 분량이 남아 있었다. 스터디를 30분 미루고 번역을 계속했다. 한 시 오십팔 분에 마지막 문장을 마쳤다. 굳이 번역하지 않아도 될, 각주에 적힌 출처 몇 개를 마저 번역하고 두 시 조금 지난 시각에 번역문을 친구에게 보냈다. 잠깐 딴소리를 하다 한 시 이십삼 분에 스터디를 시작했다. 온라인 화상 회의.

지지난 주에 하다 남은, 친구가 맡은 글의 마지막 몇 페이지부터 시작했다. 한 시간만 더 해서 끝내자는 걸 내가 배가 너무 고프다며 끊은 글이었다. 그 몇 페이지를 마치니 저녁 시간이 되어 내가 번역한 글은 다음 시간에 하기로 했다. 기운이 없거나 의욕이 없거나 시간이 없거나 재미가 없거나 하다는 이야길 서로 좀 하고 화상 회의 프로그램을 종료했다. 빨래를 걷었다. 쉬는 시간에 돌려 둔 빨래를 널고는 잠시 멍하니 있었다. 스터디를 하며 식빵을 좀 (실은 반 줄을) 먹었더니 배가 덜 고파서 어두운 논밭 사이를 한동안 걷고 돌아왔다.

파스타를 해 먹고 짐정리를 시작했다. 한참을 정리했는데도 집은 더 어지러워졌다. 어제 산 담배를 다 피웠으므로 쓰레기를 버리러 나간 참에 담배를 샀다. 구석에서 나온 무릎담요와 오늘 아침까지도 덮은 홑이불, 서울에서 덮었던 홑이불을 넣고 세탁기를 돌렸다. 한참을 더 정리했는데도 집이 더 어지러워졌다. 기운이 다 꺾였을 즈음, 이렇게 말하면 너무 거창하지만, 아무튼 이불 세 채를 봉투에 담아 셀프세탁방을 향했다. 고온으로 32분을 돌려 놓고 수퍼에 가서 우유와 커피를 샀다. 커피를 마시고 휴대전화로 일기를 썼다. 일기를 쓰다 문득 고개를 돌렸는데 그저께 두고 간 담배가 그대로 있었다. 주머니에 넣었다. 두 번째 일기를 마칠 즈음 건조가 끝났다. 다 마른 것 같았지만 500원을 넣고 4분을 더 돌렸다.

4분이 다 지난 즈음 두 번째 일기를 마쳤다. 건조기에서 꺼낸 담요에서 퀴퀴한 냄새가 났다. 빨래를 하기 전에도 세탁기에서 꺼낸 후에도 나지 않았던 냄새다. 세탁기에 넣기 전에 창을 열어 밖으로 꺼내 한참을 털었다. 먼지가 엄청 나오긴 했다. 홑이불에서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으므로 건조기에서 밴 냄새는 아닐 것이다. 다행히 이불에 옮겨 배지도 않은 모양이다.

무릎담요 세 개가 나왔다. 빤 것은 9년 전쯤 학교에서 일할 때 난방에너지 절감을 위해 학교에서 직원들에게 나누어 준 것이다. 무릎담요라고 적었지만 온 몸을 덮을 수 있는 크기다. 나는 서류 상으론 학교에 소속돼 있지 않았기에 내 앞으로는 나오지 않았다. 다른 직원이 필요 없다고 한 것이 내 것이 되었다. 실은 나도 딱히 필요하지는 않았다. 다른 하나는 온라인 서점 업체의 오프라인 중고서점 오픈 행사 때 받은 것이다. 이 때도 딱히 필요하지는 않았는데 그냥 받았다. 라바였나, 무슨 캐릭터가 그려진 분홍색, 이름 그대로 무릎을 덮기에 적당한 크기다.

나머지 하나는 앞의 것보다는 조금 작지만 역시 몸을 대강 덮을 수 있는 크기다. 셋 중 제일 얇다. 아마도 10년 전쯤, 이사를 하며 친구에게 받은 것이다. 어쩌다 보니 이불도 베개도 없이 이사했다. 급한 대로 이불 대신 쓰라고 준 거였나, 주머니가 딸려 있고 주머니에 넣으면 쿠션 모양이 되는 물건이니 베개 대신 쓰라고 준 것이었을 수도 있다. 커다란 담요도 같이 받았는데 돌려주지 못했다. 이제는 연락하지 않는 친구다. 담요는 이고지고 다니기 버거워 언젠가 버렸다. 그에게 받은 가방도. 이 무릎담요 말고도 그에게 받은 것이 아직 집에 많이 있다.

집에 돌아와 우유를 냉장고에 넣고 이불을 꺼내 잠자리에 던졌다. 컴퓨터를 켜서 일기 두 편을 업로드했다. (휴대전화로는 여기에 바로 쓰기가 불편해 다른 앱으로 썼다.) 이 일기를 썼다. 정리를 좀 더 하고 잘까, 곧장 씻고 누울까. 끝없이 어지러워만 지니 흥이 안 난다.

2021.09.02.(목)

점심은 뭘 먹었을까, 이날도 카드 결제 내역이 없다. 라면을 먹은 건 실은 이날인지도 모른다. 카페에서 일했다. 얼마 버티지 못하고 담배를 샀다. 아닌가, 카페에 가기 전에 이미 담배를 산 모양이다. (모양이다, 라고 적었지만 카드 결제 내역에 따르면 확실히 그렇다.) 아침엔 집에서 일했는지도 모른다. 담배를 피웠지만 능률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카페에서 나와서는 수퍼에서 먹을거리와 잡화를 조금 샀다. 이따금 넘어지는 칫솔꽂이와 낡은 샤워기 헤드를 새 것으로 바꾸었다. 쓰던 칫솔꽂이엔 면도기를 꽂기로 했는데 지금 쓰는 면도기를 꽂기엔 구멍이 작았다. 평범한 일회용 면도기를 꽂기엔 딱 좋지만, 지금 쓰는 면도기는 헤드만 교체하면 되는 물건이다.

저녁은 어제 먹으려 했던 짜장밥. 짜장 소스를 끓이는 동안 전자렌지로는 며칠 전 생협에서 산 채소만두를 돌렸다. 에어프라이어로 구울 생각이었지만 시간이 꽤 드는데다 간만에 열어보니 받침망의 코팅이 벗겨져 있어 전자렌지로 찌기로 했다. 물을 조금[1]자박하게, 라고 적었다가 뭔가 어색해서 자작하게로 고치고 사전을 찾았다. ‘자작하다’는 ‘액체가 잦아들어 적다’라고 한다. 자작해 … (계속) 깔고 만두를 넣었는데 만두에서도 물이 나와 아래쪽이 물러져 몇 개가 터졌다. 채식만두가 아니라 채소만두, 인데 반죽에 계란이나 우유 같은 것이 들어갔기 때문인지 육류와 같은 설비에서 만들기 때문인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이름대로, 적어도 소에는 계란도 어패류도 들지 않았다.

저녁을 먹고는 나와서 걸었다. 집 근처 공군 비행장을 평소와는 반대 방향으로 갔다. 생각보다 길었다. 공원이라기엔 황량한, 꽃밭이 좀 있는 공터 같은 곳이다. 지역 개발 가로막는 공군 비행장 철거하라, 같은 플래카드가 군데군데 걸려 있다. 처음 이사 왔을 땐 없었는데 두어 주 전부터 걸리기 시작했다. 걷다 보니 양과자점이 있는 구역이 나왔다. 안내대로라면 영업 종료 시각이 십여 분 지난 참이었지만 여전히 장사를 하고 있었고 빵도 많이 남아 있었다. 마들렌과 휘낭시에, 파운드 케익을 샀다.

집에 돌아와서 양과자를 몇 입 먹고 씻고 누웠다.

1 자박하게, 라고 적었다가 뭔가 어색해서 자작하게로 고치고 사전을 찾았다. ‘자작하다’는 ‘액체가 잦아들어 적다’라고 한다. 자작해 지게, 라고 적어도 틀린 말이 되므로 조금, 으로 고쳤다.

2021.09.01.(수)

오전엔 누워 있었을까 일을 했을까… 점심으로는 라면을 먹었던 것 같다. 빵도 좀 먹었을지도 모른다. 시내에 나가 볼일을 좀 보고는 도넛 가게를 찾았다. 지난 번에 매진이라 사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아슬아슬했다. 낮인데도 메인 메뉴가 두 개밖에 남아 있었다. 처음 보는 것 하나를 더해 세 개를 주문했다. 중년의 점원인지 사장인지가 도넛을 상자에 담는 동안 청년인 점원인지 사장인지는 전화를 받아 다 팔렸다며 양해를 구하는 말을 했다.

집 근처로 돌아와 카페에서 일했다. 효율은 좋지 않았다. 전날 밤에 마지막 한 개비를 피우고는 담배를 새로 사지 않았던 탓, 이라고 해두자. 몇 줄 못 하고 아아 금단 증상…하고 뇌까리기를 반복했다. 일이 잘 안 되기도 했지만, 저녁을 해먹을 요량으로 조금 일찍 귀가했다.

정확히 말하면 귀가는 좀 더 늦게 했다. 아파트 현관 앞에서 생각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만사 귀찮은 마음이 들어 밥은 사먹기로 했다. 다시 카페 앞을 지나 초밥집을 향했다. 메뉴를 바꾼댔나, 아무튼 당분간 휴업한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길건너 중국집에 들어가 앉았다.

저녁 메뉴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쓴 날들 중 언젠가 가 본 곳이다. 양송이 덮밥 쯤을 먹으려 했는데 팔지 않았다. 중국집 치고는 메뉴가 아주 적었다. 볶음밥에서 게맛살과 짜장 소스를 빼고 주문했었다. 짬뽕 국물도 안 드시냐며, 그렇다면 계란국으로 바꾸어 주마고 하셨다. 이번에도 똑같이 주문했다. 짜장 소스를 뺀 대신이라며 이번에는 나오는 길에 마스크를 주셨다.

집에서 마저 일을 해야 했지만 급격히 컨디션 난조. 한참을 누워 있었다. 자정을 넘기고서야 겨우 몸을 일으켰다. 눕기 전에 돌렸을까 아니면 중간에도 몇 번 일어나긴 했었을까,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 봉투에 담았다. 여전히 하늘이 흐리고 공기가 습하므로 셀프세탁방에서 말리기로 했다.

돈을 두고 나왔단 걸 반쯤 간 참에 깨달았다. 세탁방 바로 옆 편의점에 (수수료가 붙지 않는) ATM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일단 마저 갔다. 다행히 있었다. 돈을 뽑고 담배를 샀다. 스물네 시간 넘게만에 한 개비를 피웠다. 지난번엔 중온으로 32분을 돌렸는데 뜨거울 땐 몰랐으나 나중에 (행거에서 냄새가 나길래 자세히) 보니 덜 마른 빨래가 있었다. 이번엔 고온으로 32분을 돌렸다.

허기가 져서 다시 편의점에 들러 주전부리를 먹고 담배 한 개비를 더 피웠다. 챙겨온 블루투스 키보드를 휴대전화에 연결에 일기를 쓰며 시간을 보냈다. 31분쯤 되었을 때 열어보니 다 마른 것 같았다. 지난 번엔 나중에 보니 덜 마른 것이 있었으므로, 500원을 넣고 4분을 더 돌렸다.

건조가 끝난 빨래를 다시 봉투에 담고 담뱃갑에서 한 개비를 꺼냈다. 담뱃갑은 테이블에 두고 나왔다. 누군가 주워 가겠지. 입구에서 한 개비를 더 피우고 귀가했다. 여전히 뜨거운 빨래를 행거에 걸었더니 몸통이 땀에 젖었다. 씻고 누웠다.


세탁방 바로 앞의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차였을 것이다. 그러니까 한 시가 조금 못 된 시각. 관광버스 한 대가 나타났다. 관광버스, 라고 흔히 부르지만 꼭 관광용은 아닌 버스. 어느 시멘트 공장의 통근버스였다. 찾아보니 영월에도 있고 단양에도 있는 공장이다. 영월에는 채석장도 있다. 어느쪽이든 차로 대강 20분쯤 걸리는 거리. 이내 멈춰선 버스에서 대여섯 명이 내렸다. 문을 닫고 몇 미터를 더 가더니 유턴한 버스는 그 사이 회사 이름이 적힌 전광판을 끈 터였다. 영월이나 단양으로, 또 이십 분쯤을 더 갔을까. 그보다 먼 곳에 차를 댔을까.

2021.08.24-31.(화-화)

또 밀렸네. 바쁘다. 이 두 문장은 28일에 썼다. 이 게시물의 원래 제목은 “2021.08.24-28.(화-토)”였다.

2021.08.24.(화)

오전엔 뭘 했을까, 점심으로는 보리밥을 먹었다. 시내 카페에서 일했다. 아마도 몇 번인가 산책을 했을 것이다. 저녁은 두 번쯤 입장에 실패한 ― 한 번은 영업 개시 전이었고 한 번은 점심저녁 사이의 브레이크타임이었다 ― 파스타집에서 먹었다. 전에 갔던 곤드레밥집에 가려고 버스까지 탔건만 휴가였다. 알리오올리오 쯤 먹을 수 있으려니 했는데 “육류를 싫어하시는 분들을 위한” 메뉴가 몇 개 있었다. 집에 오는 길에 발견한 생협 매장에서 채식 카레 가루와 이것저것을 샀다.

2021.08.25.(수)

아침에 집을 나서 카페에서 일을 조금 하고는 서울 가는 버스를 탔다. 잠시 서울에 온 외국 사는 친구를 만나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책과 차와 헝겊과 숟가락을 선물 받았다. 나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자리가 파하고는 곧장 숙소로 이동했다. 일했다. 점심은 갈치조림, 저녁은 피자.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신용카드를 잃어버렸다. 다른 친구에게 카드를 빌렸고, 대부분은 휴대전화로 해결했다. “진로할인마트(신”에서 누군가 카드결제를 시도했다는 문자가 왔다. 주소나 전화번호는 적혀 있지 않았다. 가게에 맡겨둘 요량으로 긁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근처의 진로할인마트를 찾아보았지만 신 자로 시작하는 이름의 지점은 없었다. 찾으러 갈 시간이 마땅치 않으므로 카드사에 묻지 않고 포기하기로 했다.

2021.08.26.(목)

낮에는 탈영역 우정국에 들러 최장원의 개인전 《HIV 감염 7주년 축하 RSVP》과 페미당당의 아카이브전 《페미가 당당해야 나라가 산다》를 관람했다. 가는 길에 점심을 먹었다. 반찬가게를 겸한 가정식뷔페 같은 것이 있길래 슬쩍 들여다 보다 주인이 왠지 무섭게 생겨 돌아섰는데 그가 쫓아 나와 식사를 권했다. 무서운 일은 물론 없었고 그는 친절했다.

전시를 보고 10분 좀 안 되는 거리를 걸어 지하철을 탔다. 반 정거장쯤 가자 우산을 두고 왔단 것이 떠올랐다. 지난번 혹은 지지난번 서울 방문 때 비를 만나 급히 산 우산이었다. 아무거나 집은 게 비닐우산이어서 내려놓고 다시 결제한 장우산. 누가 써도 쓰겠지, 생각하며 역시 포기하기로 했다. 이상하게도 우산은 맘편히 (잃어)버리곤 한다.

저녁엔 춤추는허리 워크숍. 부끄러운 걸 이것저것 잔뜩 보이고 나왔다. 마치자마자 시외버스를 타고 제천행. 비가 왔던가, 그랬다면 택시를 타고 귀가했을 것이다.

2021.08.27.(금)

스터디가 있는 날이었지만 일이 많아 취소했다. 많아도 너무 많다 싶었는데, 일의 내용을 잘못 안 것이었다. 다른 일로 담당자와 얘기하던 중에 우연히 알았다. 낮엔 카페에서 일했겠지, 집에서 새벽까지 한 끝에 그럭저럭 마쳤다.
점심으로는 보리밥을 먹었다. 저녁으론 뭘 먹었을까. 밤에는 셀프세탁방에 다녀왔다. 며칠째 비가 와서 빨래가 마르질 않은 탓이다. 이사 온 초기에도 그랬는데, 코인세탁방을 검색했더니 제일 가까운 곳도 차를 타고 가야 하는 곳이라 포기했더랬다. 곤드레밥집 근처에서 본 세탁방 간판이 셀프세탁방인 걸 떠올리고 그렇게 검색했더니 가까운 곳에 하나가 떴다. 종종 다닌 곳인데도, 간판을 하나하나 읽은 상가에 있었는데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곳이었다. 방바닥에 뒹굴고 있는 압축팩에 빨래를 담아 들고 덜렁덜렁 걸었다.

21.08.28.(토)

다른 마감이 하나 있었는데 종일 깨작거리기만 하고 마치지 못했다. 감이 안 잡혀서이기도 했지만 이날까지 초안을 공유하고 일요일 회의에서 확정하는 일정이라 긴장감이 떨어지는 탓이기도 했다.

점심은 옹심이. 저 일은 카페에서 했다. 저녁은 베트남쌀국수집에서 먹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유부초밥 만들 때 쓸까 싶어 비닐 장갑을 샀다.

일을 마치지 못했지만 오랜만에 산책을 나갔다. 생각 없이 걸었는데 집에 돌아와 시계를 보니 세 시간쯤이 지나 있었다. 낮에 산 빵인지 과자인지를, 그러니까 마들렌이니 휘낭시에니 하는 것들을 먹었다.

21.08.29.(일)

오전부터 회의. 다른 멤버들은 물론 잘 해 왔다. 한 멤버가 자기 파트를 둘로 나누어 해 왔고 마침 나는 안 해 왔으므로, 분류를 새로 정해 내가 했어야 하는 것들은 거기에 채워 넣기로 했다. 덕분에 일을 덜었다.

그렇게 맡은, 미뤘던 일은 새로 문을 연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오는 길에는 또 마들렌이며 휘낭시에며를 샀다. 오전의 화상회의엔 집에서 접속했다. 점심도 집에서 먹었다. 파스타. 저녁은 뭘 먹었더라.

21.08.30.(월)

점심은 예의 파스타집에서 먹었다. 저번엔 치즈만 올라간 피자를 먹었으므로 이번엔 샐러드가 올라간 것을 주문해 보았다. 애피타이저로 나오는 샐러드와 정확히 똑같은 것이 올라간 피자가 나왔다.

카페에 앉아서는 일을 좀 했을까 그냥 놀았을까, 가물가물하다. 지난 목요일에 잠시 컴퓨터가 먹통이 되었다. 켜둔 채로 상판을 덮었다가 열었는데 대기모드에서 빠져나오질 않았다. 강제로 전원을 끄고 다시 켜 보았지만 여전히 먹통. 십여 분 후에 켜보니 되길래 잠깐 전원부에 문제가 생기거나 한 줄 알았는데 액정 케이블이 접촉불량이었던 모양이다.

카페에서 똑같은 일이 또 일어났다. 이번에는 금방 회복되어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잠시 후 완전히 먹통이 되었다. 예정보다 일찍 귀가했다. 오는 길에 생협 매장에서 빵과 잼을 비롯한 몇 가지를 샀다. 집에서 노트북을 분해해 케이블을 뺏다 다시 꽂았다. 바꿔 꽂을 중고 부품이 집 어디엔가 있다고 생각하고 분해부터 하고 나서야 얼마 전에 버렸음을 깨달았다. 다행히 탈거-재장착만으로도 아직 멀쩡히 작동하고 있다. 재조립하면서 드라이버가 망가졌다. 또 고장나면 바로 고치지는 못할 것이다.

저녁 메뉴는 기억나지 않는다.

21.08.31.(화)

집에서 일했다. 점심은 김밥과 도넛을 사다 먹었다. 저녁은 피자를 시켜 먹었다. 일하던 중에 의자가 왔다. 청소기와 함께 주문했고 상품 안내대로라면 오래 전에 확인 전화가 왔어야 했다. 택배사가 아닌 판매사 배송 라인을 통해 오는 것이라 주문 여부와 내역 확인, 착불 배송료 안내, 배송 일자 조율 등을 따로 거친다고 했다. 감감무소식이라 두어 번 주문을 취소할까 생각했지만 상담전화를 운영하지 않는 시간대에만 생각이 나서 그러지 못했다. 취소한다면 근처에서 중고거래를 할 요량이었는데 원체 매물도 적은데다 한동안은 비가 와서 사러 다녀올 수가 없었던 탓이기도 하다.

플라스틱 의자를 두 개 샀다. 하나는 멀쩡했지만 하나는 몸통이 조금 휘어서 끄덕거린다. 의자 다리를 살짝 벌리고 앉으면 대강 괜찮고 플라스틱이니 쓰다 보면 펴질 것도 같아서 그냥 쓰기로 했다. 일찌감치 배송 온 청소기도 뭔가 의심스럽지만 안 되지는 않아서 그냥 쓰고 있다. 흡입력이 제품 사양에 적힌 수치에 비해 현저히 약한 것 같은데 기압계가 없으니 알 도리가 없다. 어차피 1년 무상 수리가 적용되므로 너무 답답하면 문의해 볼 것이다. 머리카락이나 먼지는 잘 빨아들인다.

피자를 먹으면서는 올 초인지 작년인지에 한 드라마 《나빌레라》를 봤다. 연기도 연출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현대예술이란 이런 건가…하며 봤다. 노년 배우들은 연기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