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적 셈법

나는 늘 궁금했다. 이번 파업으로 예상되는 손실이 몇천 억이라는 언론 보도를 볼 때마다 말이다. 파업 노동자들이 공장에 쌓인 상품이나 기계를 부수는 것이 아닌데도, 손실액은 언제나 컸다. 파업을 하지 않았다면 이만큼 만들어 팔았을 것이라는 예측에 기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업으로 인한 예상 손실액은 실은 노동자들이 평소에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가 이상의 것을 드러낼 수 없는 숫자였지만, … [읽기]

두 번의 거짓말

집회에 가기 위해 학교를 나서던 참이었다. 중간에 들러야 할 곳이 있었으므로 종종걸음을 걷고 있는데 누군가 말을 붙여 왔다. 학생은 아닌 것 같았다. 등산복을 차려 입고 머리에는 헤어밴드를 두른 사람이었다. 신림역 이야기를 꺼내었으므로, 길을 물으려는 것인 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교통카드를 충전할 곳이 없다고 했다. 신림역은 멀고 낙성대역이 제일 가까우니 이쪽으로 가라고 하였으나 그는 그곳에서 온 참이라고 … [읽기]

2004년 3월 27일

여느 때와 같이 이어폰의 볼륨을 최대로 높힌다. 고막을 자극하는 묵직한 스타카토에 발걸음도 휘청거린다. 3월 끝물의 한낮을 비틀거린다. 3월은 끝나 가지만 아직 봄은 오지 않았다. 더 이상 아침에 춥지 않고 여기저기서 꽃들이 피고는 있지만 아직 봄은 오지 않았다. 아침저녁으로 학교와 집을 오가는 나에게 아직 봄꽃들은 인사해 주지 않는다. 나와 마주치는 건 한밤의 냉기에 오그라든, 져버린 꽃잎 … [읽기]

2015년 7월 11일 토요일

친구가 토요일 집회에 가느냐고 물어왔다. 무슨 집회냐고 되물었다. 세월호라고 했다. 찾아보니 광화문 광장에서의 농성이 1년을 채웠다고 했다. 세 시였나, 네 시였나. 1주년 기념 집회를 하기엔 이른 시각이었지만 공지에 맞추어 광화문 광장에 갔다. 친구는 급한 일이 생겨 오지 못한다고 했다. 사전 집회인 모양이었다. 내내 지신밟기만을 했다. 저녁에 문화제가 있을 거라고 했다. 상쇠는 천막들을 하나하나 돌며 공간을 … [읽기]

“사회적 약자”의 자리를 빼앗아 그 자리에 또 다른 “사회적 약자”를 가두었다

지난 5월 21일, 서울남대문경찰서 앞에는 한 장의 공고문이 붙었다. 6월 28일자 집회 신고는 5월 29일 0시부터 가능하며 경찰서 정문 옆 경사로에서의 대기 순번대로 신고서를 접수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6월 28일은 제 16회 퀴어문화축제의 퀴어퍼레이드가 예정되어 있는 날이다. 보수 개신교회들에서, 퀴어퍼레이드 저지를 위해 집회를 열겠다고 선언한 날이다. 5월 21일은 퀴어퍼레이드 부대 행사에 대한 서울광장 사용승인이 나온 바로 …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