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 소리에 잠을 깬 것은 다섯 시 쯤, 30 분가량을 뭉그적거리다 일어나 씻었다. 아침으로는 배 하나를 깎아 먹었다. 껍질이며 씨며를 치우지 않으면 벌레가 꼬일까 걱정스럽긴 했지만 귀찮아서 그냥 바닥에 두고 책을 폈다. 여섯 시쯤이었나, 그때부터 읽기 시작한 책은 영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바닥에 엎드려 읽은 탓이었을까, 두어 번을 잠들어 가며 다섯 시간 가량을 보냈다. 페이지가 … [읽기]
* 일 년 반쯤만의 일인가, 학교 앞 자취촌, 그러니까 신림동 고시촌으로 이사를 했다. 학부에 다닐 때 살았던, 주방과 화장실을 타인들과 공유하는 10만원 대 중반의 옥탑방을 얻는 것이 목표였지만 늘어난 신축 건물들 틈에서 그런 구조의 건물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결국 주방과 화장실이 딸린 독립적인 옥탑에, 지금의 월수입보다 높은 월세를 주고 살게 되었다. 대학 4년 … [읽기]
얼마 전, 지난 6년을 함께 한 그와 헤어졌습니다. 노래하고 춤추던 그와, 이제는 조금 다른 삶을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또 얼마 전, 시를 읽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어느 것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그와 헤어지는 것도, 내가 또 다른 누구로부터 사랑받고 또 다른 누구를 사랑하는 것도. 여전히 글을 쓰기 위해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이들이 노래하고 춤을 … [읽기]
요즘은 다시 쉴새 없이 글을 토해내고 있다. 학교 일도 직장 일도, 해야 할 일들은 어느 것도 손에 잡지 못한 채 영문도 모른 채 떠오르는 글들을 받아 쓴다. 어쩌면 가장 건강한 때, 어쩌면 가장 병든 때의 일이다. 언젠가 다시 읽으면 무슨 말인지 기억조차 못할 글들을 쉼 없이 토해 낸다. 요즘 쓰는 글들은 분명히 전에 한 번씩 … [읽기]
용역들이 농성중인 세입자들을 힘으로 몰아냈다. 짤아도 몇 년, 길게는 이십 년을 장사해 온 곳에서, 이렇다 할 보상도 없이 쫓겨난 한으로 한 달 넘게 쪽잠을 자며 폐허가 된 가게를 지켜온 이들이다. 다른 곳에서라도 다시 장사를 시작해 삶을 이을 수 있도록 해 달라 외치고 있던 그들에게, 재개발 업체는 용역을 부려 주먹으로 답했다. 비가 오던 날, 한 때는 …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