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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人道에서,

강가로 난 인도를 걷고 있었다. 보도步道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험로는 아니었고 훨체어나 유모차를 타고도 지날 수 있을 만한 폭이기도 했지만 보도블럭을 뽑은 자리에 심은 나무들이 몇 미터 간격으로 길의 삼분지이 정도를 막고 있었으므로 그런 것으로 지나기는 힘든 곳이었다. 차도와 접한 쪽으로 간다면 길을 따라 죽 걸을 수 있었지만 강과 접한 쪽으로 간다면 몇 미터에 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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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과 양심, 그리고 어떤 믿음

《톰과 제리》는 폭력으로 가득하다. 유혈이 낭자, 한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그 이상일 것이다. 치고 받고 던지고 터뜨리고 찌부러뜨린다.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이 무기가 된다. 조리기구나 밀대걸레 정도면 점잖은 편이다. 도끼나 폭탄도 서슴없이 사용한다. 톰과 제리는 혹이 나거나 납작해지거나 부풀어 오르거나 꺾이거나 바스러진다. 물론 아프다. 두렵다. 앞에서 상대가 무기를 집어들면 겁을 먹고 숨거나 눈을 감는다.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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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 섹슈얼리티, 재생산, 기독교 ―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하다가 기독교의 인간상에 대해 잠깐 고민했다. 먼저 떠올린 것은 창세기 1장 27절의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였다.1 그 다음으로 떠올린 것이 기도문에 흔히 등장하는 “우리가 주님을 닮게 하시고”라는 말. 나는 물론 기독교의 인격신에 대해 이렇다 할 믿음이나 기대를 갖고 있지 않지만, 저 말이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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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라는 단어에 대한 잡담

나는 멍하게 있을 때면 제외하면 읽고 쓰거나 듣고 말하지 않을 때에도 대개 속으로 무언가 문장을 떠올리고 있는 편인데, 오늘은 설거지를 하며 ‘그릇을 씻을 땐 겉부터 헹군다, 비눗물이 안쪽 면에 묻을 수도 있으니까’라는 생각을 했다. 설거지 세제를 푼 물을 비눗물이라고 하는 것이, ‘설거지용 비누’ 같은 말이 어색하다는 생각을 하다가 비누의 어원이 궁금해졌다. 딱히 유럽에서 온 말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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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10주기

2009년 1월 20일. 이제 곧 10주기를 맞는다. 새벽에 있었던 일에 대해, 아마도 당시 소속돼 있던 단체의 사무국에서 보낸 문자메시지를 받았거나 뉴스를 보고 알았을 것이다. 너댓 시쯤에나 현장에 도착했던 것 같다.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먼저 온 이들이 경찰과 싸워 얻어낸 좁은 공간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있었다. 방금에야 겨우 자리를 얻었는지, 절을 할 자리를 만들기 위해 바닥에 흩어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