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의 안팎

2023.01.10.(화)

피자는 잘 받아 먹었다. 일정 금액 이상을 주문하면 준다는 음료수가 올까 안 올까 궁금했는데 ― “서비스를 선택하시지 않으면 리뷰 신청이 안 된다”는 안내문을 이해하지 못했고 서비스 메뉴 선택지 같은 게 있지도 않았기 때문에 ― 오지 않았다. 지금 다시 보니 조금 더 상세한 안내가 있긴 한데 역시 뭘 하라는 건지 잘 모르겠고 애초에 내가 주문한 금액은 …

제천의 안팎

2023.12.09.(월)

어제는 냉동고를 열었다 당황했다. 속에 든 게 죄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문이 조금 열려 있었던 모양이다. 어쩌면 며칠이나. 단단히 얼어 있는 건 보냉팩 둘 뿐이었다. 냉기가 없진 않아서 상해서 악취를 풍기거나 하진 않았지만, 썰어둔 파 — 근처에선 한 단 단위로만 팔아서 큰맘 먹고 사야 하는, 코로나19 확진으로 자가격리를 하며 배달로 주문했던 — 만 물러져 있었다. …

제천의 안팎

2022.12.27.(화)

침실은 조용, 하다는 건 순전한 착각이었다. 자려고 눕고 보니 거실만큼은 아니어도 충분히 크게 들렸다. 귀마개 삼아 커널형 이어폰을 꽂았다. 종일 물을 틀어 둘 리는 없고 물이 새는 것 같지도 않고 환풍기도 아닐 테고 대체 뭘까. 온수 매트를 새로 산 걸까 생각하며 몇몇 제품의 소리를 찾아 들어 보았다. 역시 아닌 듯했다. 꼭 소음 때문은 아니지만 꽤 …

제천의 안팎

2022.12.26.(월)

종일 벽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난다. 적어도 — 잠에서 깬 — 점심께부터는 줄곧. 옆집과 맞닿은 벽이지만 옆집에서 나는 소리는 아닌 것 같다. 업소용 환풍기를 돌리는 게 아니라면 이만한 소리가 나기는 힘들다. 처음엔 냉장고가 유독 큰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벽 속을 지나는 수도관 — 혹은 다른 관 — 에서 나는 소리로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

제천의 안팎

2022.12.20.(화)

바깥 수도가 얼어터졌다참았던 말,들어주지 않으니 손목을 그었다혹한을 흘러내린 흰 피, 빙판이 되었으니너무 오래 혼자 두었구나울다 끈을 놓았구나발목을 덮는 두께차디찬 통곡이었을 것이다그 위에 누워본다등딱지가 얼음을 알 때까지 너는용서하지 마라차고 투명한 부적(符籍) 효험은 몸의 고난을 지나신다 「동파」 (이규리,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문학동네, 2017.) 생각 나서 괜히 한 번 꺼내 읽었다. 딱히 ― 저런 의미에서도 평범한 의미에서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