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으로 찍은 듯 조악한 영상 속에서 사람들은 곳곳에서 울고 곳곳에서 소리 질렀다. 전기톱에 나무가 쓰러질 때, 우격다짐에 사람이 쓰러질 때, 그들은 울고 또 소리 질렀다. 나의 눈 앞에서 그들은 포크레인을 막아 섰다. 포크레인의 삽날에 쓰러질 뻔 했던 굵은 나무를 껴안고 그들은 울었다. 그 모든 이야기들을 회상하면서, 그들은 또 눈물을 흘렸다. 눈물을 삼키며, 겪고 본 일을, 그리고 하고자 하는 일을 주억거렸다.
학교를 지을 성미산 공사 현장의 입구에는 ‘성미 숲속 학교’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그 옆으로는 홍익 대학교 부속 초중고등학교의 예상도가 그려져 있다. 하루에도 몇 그루 씩 나무가 베어져 나가는 그곳은 홍익 재단의 학교들이 이전해 올 공간이다. 그 전에 그곳은 바로 앞에 자리한 성서 초등학교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지름길이었다. 그 아래 있는 성미산 학교의 아이들도 그곳에서 놀았다.
성미 숲속 학교라는 팻말은 힙 없는 이들이 택한 작은 싸움일 것이다. 그들이 산에 무슨 짓을 한다 한들 나는 산을 사랑하고 또 지키겠다는, 그들에 나에게서 산을 빼앗아 간다 하더라도 나는 그곳에서 해 왔던 것을 계속 하겠다는 선언일 것이다. 몇 년 전에도 한 바탕 공사가 벌어질 뻔 했던 성미산에는, 죽다 살아난 산을 지키겠다며 사람들이 심어 놓는 나무들이 빽빽하다.
성미산의 소유주는 홍익 재단이다. 그 전에는 한양 재단의 손에 있었다. 서울시도 얼마만큼을 갖고 있는 듯하다. 산을 소유한 그들이 나무를 베고 산을 헐어 건물을 지으려 할 때마다 주민들은 천막을 티고 나무를 심어 산을 지켰다. 자신들의 것이 아니니, 산을 지킨다 한들 돈이 생기지도 당이 생기지도 않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했다.
지난 번에는 120일을 천막에서 살았다고 했다. 이번에도 벌써 두 달이 넘는 날들을 천막에서 보냈다. 몇 번이나 낫에 찢기고 발에 밟혔지만 그들은 자리를 비키지 않았다. 사람 힘으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아름드리 나무들을 한번에 쓰러뜨리는 포크레인을 그들은 사람의 몸으로 막았다. 날마다 산을 타며, 전기톱을 든 이들과 다툼을 벌였다.
쉬지 않고 흔들리는 영상 속에서 그들은 울고 또 소리질렀다. 아저씨, 다시 한 번만 생각해 봐 주세요, 주저 앉은 누군가가 울부 짖으면 옆에서 부탁하지 마, 부탁하지 마, 하고 중얼거리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나무가 쓰러질 때마다, 사람이 쓰러질 때마다, 그들은 울고 또 울부짖었다.
2010/07/29 – [스크랩] – [스크랩]“성미산에는 숲을, 학교는 평지에”
http://www.prometheus.co.kr/articles/105/20100727/20100727184500.html
http://www.prometheus.co.kr/articles/102/20100729/20100729141900.html
http://www.prometheus.co.kr/articles/102/20100729/2010072914240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