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이 즐거운 것은 죽음이 자연스러운 탓이다. 잡동사니를 태우는 냄새가 솔잎의 향기와 하나로 어울리는 것은 시골집 마당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잡동사니를 태운 흰 연기가 하늘로 피어올라 구름 앞에서 스러지는 것은 시골의 하늘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삶이 그렇듯 죽음이 축복받을 수 있기에 시골은 즐겁다. 죽음이 다가와도 숨을 필요가 없기에, 삶을 주위와 함께 했듯 죽음 역시 저들과 함께 맞을 수 있기에 시골은 즐거운 곳이 된다. 죽음은 어두운 골방이 아니라 환한 거리에서 찾아 온다.
죽음이 백일하에 드러난다. 일흔 해나 여든 해, 혹은 아흔 해쯤의 시간이 이웃들의 곁에서 숨을 갈무리하고, 쓸모를 잃은 잡동사니들 혹은 마른 삭정이들이 솔잎의 냄새처럼 숲을 감싸는 연기가 된다. 삶의 끝을 맞는 시간은 늘 대낮이다.
시골의 즐거움은, 고향길의 아름다움은, 지저귀는 새들이나 폴짝이는 개구리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수많은 생명들, 그 움직임들에도 아름다움은 있지만, 시골의 아름다움은 그 정수를 다른 곳에 숨겨 두고 있다.
길가에서 썩어가는 호박들, 밭둑에서 곰삭는 거름들, 좁은집 툇마루에서 마당을 응시하는 늙은 눈빛들, 안방에 누워 움직이지 못해도 자연스레 드나드는 숨들, 그곳에 시골의 아름다움이 있다. 그 죽음들이 내는 화음에 시골의 즐거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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