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간만에 탄 지하철은 사람으로 가득하다. 몸은 이미 몇 시간 전부터 안 좋은 상태였다. 울렁거리는 속을 누르며 기둥을 잡고 서 있다가, 휘청거리는 몸을 점점 가누기 어려워져 손잡이까지를 잡았다. 기둥을 잡은 왼손과 손잡이를 잡은 오른손의 모습이 마치 누구를 껴안을 때와 닮았다. 그런 내 앞, 자리에는 어느 여자가 앉아 있다.
   그렇게 양팔에 몸을 의지한 채 잠깐을 버티다가, 포기하고 자리를 옮긴다. 돌아서서 오른손으로 기둥을 잡고, 문 옆 좁은 벽에 등을 기댄다. 편치 않은 자세에 몸은 다시 휘청거리고, 속은 갈수록 안 좋아진다. 앞을 살피지 못하고 서 있었던 원래의 자리에서, 내 앞의 그 여자가 지었을지도 모를 불편한 표정 혹은 불안한 표정이 머릿속을 맴돈다. 속이 더 안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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