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아주머니’가 ‘아기주머니’에서 온 말이라고 성토하는 글을 봤다. ‘아재비’나 ‘아저씨’라는 말의 뿌리를 함께 설명하지 못하는 이것은 물론 민간어원설에 불과하다. ‘아주머니’는 ‘앚’과 ‘어미’가 결합된 데서 비롯된 말으로, 요즘 말로는 ‘작은어머니’ 정도에 해당한다. 어미뻘 되는, 어미는 아닌 사람. (‘아저씨’는 ‘아재비’, 그러니까 ‘앚’과 ‘아비’가 결합한 것에서 온 말이다.)
이런 어원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럼에도 이따금 위의 민간어원설을 진짜로 받아들이고 분개하는 이들이 있다. 이 분개를 조롱하는 이들은 사전을 들이밀며 너는 틀렸노라고, 너의 분노는 그저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웃곤 한다.
그러나 민간어원설은 이유 없이 받아들여지고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 그것은 어떤 신념체계를 정당화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에 유통되고, 때로 그것은 어떤 현실에 직접적으로 부합하는 듯 보이기에 채택된다. ‘아주머니’를 둘러싼 분개는 후자에 해당할 것이다. 실제 어원이야 어떻건, 이미 ‘아주머니’는 ‘아기주머니’와 다른 뜻이 아니게 되었기에, 저런 어원설이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아주머니’의 어원이 실은 ‘앚+어미’라는 사실보다는, 그것을 ‘아기주머니’로 믿게 만드는 ― 다시 말해 정말로 그들을 아기주머니 취급하는 어떤 현실에 더 관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