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국밥값

어느 노인이, 자신의 장례식을 치를 이들을 위한 국밥값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고 들었다. 면식이 있기는커녕 빈소의 위치를 알아내기도 어려울, 기사를 통해서만 접한 사람이었지만 조문을 하고 싶었다. 평소라면 먹지 않는 육개장과 편육, 그런 것이라도 자리를 차지하고 꾸역꾸역 씹어 삼키고 싶었다.


이튿날이었다. 그가 남긴 돈이 십만 원이라는 사실을 안 것은. 장례식에 찾아올 사람들을 ― 그런 이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지만 ― 위한 돈은커녕, 장례식을 치를 돈조차도 갖지 못한 사람인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장례식을 치를 이, 라는 것은 아마도 자신의 시신을 발견할 이들을 가리켰던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몇 시간 후에야 자세한 사정을 알게 되었다. 장례식을 치를 이들을 위한 국밥값, 이라는 것은 기자가 생각해 낸 말이었다. 그는 십만 원이 든 봉투 말고도 공과금 고지서와 그에 맞는 현금, 그리고 그에 더해 또 백여만 원을 남기고 떠났다고 한다. 빳빳한 새 지폐였다고 했다.



「고맙습니다, 국밥이나 한 그릇 하시죠 "개의치 마시고."」



봉투에는 저렇게 적혀 있었다. 11월 28일에 그는 주택공사에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주택공사에서 대출 받아 얻은 임대주택의 주인이 바뀌며 퇴거해야 할 상황에 처한 그는 통화로 이튿날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다. 그러나 그날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주택공사 직원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그의 사망을 확인했다고 한다.



전화를 하고 재산을 새 돈으로 바꾸고, 혹은 재산을 새 돈으로 바꾸고 전화를 하고, 편지를 썼을 것이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저 한 문장을 썼을 것이다. 그리고는 자신의 손으로 목숨을 끊었다. 제 몸을 수습할 누군가를 위해 국밥값을 남긴 어느 사람의 시신이 되어, 그는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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