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27-31.(월-금)

2021.12.27.(월)

점심은 중국집 볶음밥. 이번에는 탈 없이 고기 빼고 나왔다. 나오는 길에 주차장에서 뭔가 흥미로운 장면을 본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네. 점심을 전후해서는 아마도 금요일 스터디에서 읽을 글을 번역했을 것이다. 그다음에는 친구랑 스터디. 읽어야 할 것도 시간도 좀 남은 상태에서 예정보다 일찍 끝냈다. 저녁은 친구랑 이런저런 이야길 하며 보냈다.

2021.12.28.(화)

낮에는 금요일 스터디 번역을 마저 했고 오후에는 월요일 스터디를 마저 했다. 저녁에는 또 번역. 밤에는 친구와 친구의 친구들이 만나는 자리에 끼어 친구의 친구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의 친구들은 몇 년 전에 업무로 알게 되어 안면은 있는 사이, 정도. 몇 마디 안 했는데 그 중 한 마디가 “괜찮아요?”였고 (한 명이 휘청했다) 말하는 게 “장수원 같다”는 평을 들었다. 친구가 전해주기로, 거의 말을 않고 듣기만 하는 내 모습을 친구의 친구 중 하나는 “닌자같이” 있다 갔다고 표현했다고 한다.

2021.12.29.(수)

오후에는 안산의 모 한의원에 다녀왔고 저녁에는 국회 앞 차별금지법 제정 농성장에 잠깐 들렀다. 전자에는 십여 년 전 앉지도 서지도 못했던 ― 앉으면 온몸이 아프고 서면 다리가 후들거렸다 ― 나를 치료해 준 선배가 근무한다. 꽤 이것저것 추가한 건강검진으로도 아무것도 알 수 없던 차에 침을 맞고 약을 먹고 지압점을 배우고 하며 금세 꽤 나아졌다. 친구들에게 당시 이야기를 할 때면 늘 그 선배를 명의라 칭한다. 최근 몸이 안 좋아 고생하는 친구를 데려가 명의에게 맡겼다. 선배는 근무 중이었으므로, 아주 짧게 안부만 나누었다.

후자에서는 셰어의 동료들이 지킴이를 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제천 오는 막차는 아홉 시이므로 오후에 들러 저녁 프로그램 ― 차별 없는 섹스 토크농성장 라이브 ― 을 시작하는 일곱 시쯤 일어날 생각이었는데 예정보다 늦게 안산에 도착했고 예정보다 늦게 안산을 출발한 탓에 여섯 시 반에 도착해 삼십 분 정도, 역시 짧게 안부만 나누었다. 하필 이어폰을 안 가져가서 잠깐 고민하다 편의점에서 만 원짜리 이어폰을 ― 다른 곳에서는 오천 원이면 살 수 있을 품질인 데다 쓸 일도 딱히 없고 그런 이어폰이 이미 여러 개 있으므로 ― 눈물을 머금고 샀다. 결과적으로는 이어폰값 아깝지 않게 즐거이 들었다.

2021.12.30.(목)

아침에는 간만에 영화관에서 영화 봤다. 〈스파이더맨〉 시리즈 신작. 조조 상영이라 사람이 적었다. 거리두기 정책 덕에 두 자리 걸러 한 자리씩 비우니까 어느 자리에 앉은 양쪽 중 한 쪽은 반드시 비기도 한다. 빈자리에 가방과 외투를 두고 앉았다. 히어로물에 대체로 흥미가 없는 걸 생각하면 〈스파이더맨〉은 나름 각별하다. 전편을 다 보았다. 수많은 히어로 캐릭터 중 스파이더맨에만 어느 정도나마 관심이 가는 건 가진 힘도 마음도 소박하다는 점, 그럼에도 꽤 큰 적을 만나 고난을 겪는데 그게 다 몸으로 때워야 하는 종류의 고난이라는 점 때문이다. 갈수록, 특히나 어벤저스와 엮이는 이번 시리즈는, 덜 재밌다는 뜻이다. 최신기술로 만든 수트, 만 해도 재미가 떨어지는데 전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 마법까지 나오다니, 하며 보았다.

오후에는 〈삼진그룹영어토익반〉을 절반쯤 보았다. 그리고는 낮잠을 잤던가. 저녁은 집이랑 아주 가깝지만 반년 가까이 살면서 한 번도 안 가본 식당에서 먹었다. 가지 않았던 것은 바지락칼국수집이어서이고 간 것은 멀리 가기 귀찮아서이다. 조개류를 좋아하지 않는다. 면은 다 먹었고 국물은 일부 먹었고 바지락은 한 알도 먹지 않았다. 음식을 남기는 것 역시 좋아하지 않으므로 어느 정도 들었을 땐 참고 먹는데 한참 먹어도 티가 안 날 것 같은 양이어서 감히 덤비지도 않았다.

저녁에는 톰 홀랜드의 첫 〈스파이더맨〉을 보았다. 이걸로 다 보았다, 고 생각했으나 전편 시놉시스를 살펴보니 이야기가 낯설었기 때문이다.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재생했더니 내가 중간지점까지 보고 닫은 것으로 되어 있었다. 앞으로 돌려 대강 살펴본 후 나머지를 마저 봤다. 마지막 장면은 본 적이 있었다. 그 전까지는 대개 거창한 전투신이었고 낯설었다. 전투신을 눈여겨 보지 않은 모양이다. 그렇게 한 번을 보았고, 두 번째로 보다가 그 대목에서 흥미를 잃고 닫은 모양이다.

스터디용 번역을 좀 하고 잤을 것이다.

2021.12.31.(금)

열 시쯤 일어났을까, 열한 시쯤 전날 싸 둔 짐을 들고 길을 나섰다. 택배를 보내야 했다. 집앞 편의점에서 부칠 수도 있지만 그러면 하루 이틀 후에나 출발하니까. 이튿날 도착할 수 있게 멀리 갔다. 우체국 앞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데 누군가가 예수님 믿으세요, 하며 전단과 핫팩을 건넸다. 전단에는 지압이 어쩌고 건강이 어쩌고 하는 말과 마사지 받는 발을 클로즈업한 사진이 실려 있었다. 자기 사업 홍보하는 김에 전도도 같이 하는 걸까, 했는데 업소명 같은 건 없었다. 뒷면에는 교회와 목사의 이름 따위가 있었고 펼쳐보니 한쪽엔 발 지압점 목록이, 다른 한쪽엔 이런저런 성경 구절이 적혀 있었다. 우체국에서는 내일은 배송을 안 해서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들어갈 거란 말을 들었다. 다시 토요일 배송을 중단했나, 속으로만 생각했다.[1]내가 기억하는 것은 (검색해 보니) 2014-15년간의 일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우정사업본부는 오는 [2015년 9월] 12일부터 토요일 우체국택배를 … (계속) 공휴일인 건 생각지 못했다.

전단의 구성부터가 괴이한 데다 어느 교단 소속인지가 적혀 있지 않아서, 발 페티시 있는 목사가 운영하는 이상한 곳일까 생각했다. 교회 이름을 검색해 보니 지압에 관한 정보는 없었고 특별할 것 없는 교단 소속이었다. 나름의 전략인 걸까, 아니면 그저 지압을 좋아하는 어느 신자가 개인적으로 만든 전단일까 생각했다. 이 이야길 들은 친구는 전도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려고 발마사지를 내세운 거라면 예수 믿으세요 하며 건네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점심으로 보리밥을 먹었다. 먹으며, 귀가하며, 귀가한 후에 잠깐, 〈삼진그룹영어토익반〉을 마저 보았다.

그다음에는 스터디. (함께) 읽기 애매한 짧은 글 몇 편을 생략하기로 했다. 이날로 책 한 권을 마쳤다. 내가 바빠서 1월은 쉬고, 2월부터는 친구 혼자 발제를 맡아 새 책을 시작하기로 했다. 나는 발제를 않겠다고 말은 했지만 친구가 받아들일 거란 생각은 못해서, 2월도 바쁠 가능성이 높아서, 3월부터 할까 하였으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저녁에는 송년 모임. 길게 수다를 떨었다. 두 시쯤 누웠다.

1 내가 기억하는 것은 (검색해 보니) 2014-15년간의 일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우정사업본부는 오는 [2015년 9월] 12일부터 토요일 우체국택배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2014년] 7월12일부터 집배원들의 주 5일 근무 보장과 업무부담 경감 차원에서 우체국택배 토요배달을 쉬기로 해 시행해 왔다. 그러나 이후 농산물 주말 직거래를 하는 농어민, 중소 인터넷 쇼핑몰업체, 주말 부부 등을 중심으로 토요일 배달을 원하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상황이다. 또한 서비스 경쟁력 약화로 매출과 택배 이용고객 등이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우정사업본부는 “국민 편익과 공익성이 우선이라는 인식으로 전국우정노동조합과 협의를 통해 토요 배달을 제기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밝혔다.”(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707246.html) 지난해부터는 “집배원의 과중한 업무가 논란이 되자 택배를 위탁하는 우정사업본부 산하 ‘물류지원단’의 택배기사 인원을 늘려, ‘월-금’ ‘화-토’로 근무일을 이원화하는 방식으로 주 5일제를 확대”해 주 6일 배송, 주 5일 근무 체제를 수립했다고 한다.(hankookilbo.com/News/Read/A2020102009520003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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