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19.(토)

아침엔 달렸다. 말도 안 되지…. (낮이 아니라) 아침에 일어났다. 달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앱에서 시키는 대로 1분 달리고 2분 걷고를 몇 번 반복한 것이 다이므로 달린 시간은 30분 가운데 6분 정도다. 달리기를 마칠 무렵 길가 흙더미 위에 놓인 익숙한 물건이 눈에 띄었다. 쥐색인지 초콜릿색인지 아무튼 칙칙한 색의 카드 한 장. 혹시나 하고 주워 들었더니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어제 잃어버린 카드다. 저수지에서 잃어버렸으리라고 확신하다시피 했는데 집 코앞까지 와서는 잃어버린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저녁을 먹은 분식집 주인 분은 내가 카드를 찾아 가방을 뒤지는 걸 보더니 지갑이 없는 거면 돈은 나중에 와서 내도 된다고 하셨다. 언제 봤다고 그러실까. 물론 보긴 여러 번 봤다. 하지만 매번 김밥에 햄을 빼고 주문하는데, 어제도 그랬는데, 햄을 넣어 싸주셨다. 내 얼굴을 아시는 걸까 모르시는 걸까. 얼굴만 아시는 걸까…

집에 돌아와서는 게으름을 피우고 씻고 간식을 먹고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멀리 ― 걸어서 사십 분 거리 ― 에 있는 마트를 향했다. 식당 여럿이 문을 닫을 연휴 동안 먹을 것을 사러. 가던 중에 누군가 길을 물었다. 이사 온지 얼마 안 돼서 저도 잘 모르겠네요, 하고 답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 마트 가는 길을 물어 왔다. 그는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뒤로 돌아 시내를 지나 한참 가야 한다고 일러 주었다. 시내를 거치지 않는 길, 내가 갈 길이 좀 더 거리가 짧지만 그 길은 인적이 적어 길을 묻기 힘들 것 같았다. 저도 그리 가는 길이니 같이 가시죠, 하기엔 그는 걸음이 너무 느렸다. 아니, 나는 성질이 너무 급했다. 마트에서는 식재료 여럿과 선반과 프라이팬을 샀다. 짐이 많았으므로 택시를 타고 돌아 왔다. 앱으로 택시를 불렀다. 전광판에 “예약”이라고 적힌, 앱에 뜬 차량번호와 같은 듯한 (일부만 뜬다) 택시가 나타났다. 앱으로 목적지를 적었는데도 그는 목적지를 두어 번 더 물었다. 제대로 탄 게 맞았을까. 호출 받은 택시 기사라며, 왜 자리에 없냐고 묻는 전화가 오지는 않았다.

집에 와서는 또 게으름을 피웠다. 적게 자고 많이 움직였으므로 졸리기도 했다. 자다 깨다 하다 보니 저녁 시간이 되어 김치전과 파스타를 해 먹었다. 오늘 산 싸구려 프라이팬은 ― 나름대로는 조심했는데도 ― 온도 변화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이 둥글게 부풀었다. 스테인리스 연마제를 제거하는 설거지를 마친 참이었다. 아직 요리는 시작도 하기 전이었다는 뜻이다. 하필 바깥을 향해 부푼 탓에 전기레인지에 올리기가 영 불편했다. 내내 기울어지지 않게 손잡이를 잡고 전을 부쳤다. 교환이 되기는 하는지 확인하기도 먼 곳에 다시 가기도 귀찮으므로 그냥 망치로 두들겨 펼까 생각 중이다. 저녁을 먹고는 또 한참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아침 조깅 전에 마지막 담배를 피우고는 오후 내내 끙끙대다 조금 전엔 결국 재활용품을 내어 놓는단 핑계로 나가서 담배를 샀다. 일을 좀 하고 잘 것이다. 많이 해야 하는 날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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