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드디어 글을 보냈으므로 대체로 여유롭게 보냈다. 글이 엉망이라 새로 써야 할 것 같은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긴 했지만 시작하지는 않았다. 친구의 글을 한 편 읽었고 〈우리는 농담이(아니)야〉 감상문을 쓰다 말았다. 작업 중인 책의 원고를 반쯤 검토했다. 이렇다 할 수정은 아마 하지 않을 테고, 오탈자를 찾는 정도의 검토.
점심은 뭘 먹었더라. 저녁으로는 낯선 아파트단지 근처 상가에서 곤드레밥을 먹었다. 찬이 많이 나왔다. 파스타를 먹어볼까 하고 땡볕을 걸었으나 브레이크타임에 걸렸다. 5분 정도 남은 시점이었지만 문이 잠겨 있었고 근처를 한 바퀴 돌고 다시 오려다 발견한 곳에서 곤드레밥. 돌아오는 길에는 양과자점이라는 간판을 단 곳에서 작은 빵을 몇 개 샀다.
저녁엔 짐 정리를 아주 조금. 아주 아주 조금. 분명히 무언가 하긴 했는데 딱히 달라지진 않았다. 밤에는 산책했다. 비도 안 왔는데 허리춤 높이의 산책로 가로등마다 종종 청개구리가 붙어 있었다. 불빛에 모이는 벌레를 노린 거였을까, 벌레는 개구리가 없는 데에만 모여 있었다. 개구리들은 살갗이 말라 탁한 색이었고 하나같이 기운이 없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