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시 반, 아니면 네 시쯤 잠들었을 것이다. 여섯 시에 깼다. 알람소리를 듣고서였다. 삼십 분쯤은 더 누워 있었다. 알람이 몇 번 더 울었다. 청소기를 돌리고 나가는 것이 목표였다. 어제의 짐정리로 사방에 풀려난 먼지들, 그간 청소가 불가능한 상태였으므로 ― 먼지부터 원두까지 ― 그저 바닥을 구른 것들, 그리고 여전히 샘솟는 머리카락.
어차피 바닥의 절반은 여전히 짐이 덮고 있어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 청소기질 실력을 믿을 수 없으므로 좀 일찍 움직였다. 덕분에 좀 여유 있게 움직였다. 청소를 마치고 샤워를 하고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서기까지 모든 단계를. 여덟 시에 나섰다.
편의점에서 새우버거를 하나 사먹고 길을 건너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도착예정 차량으로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으므로 터미널까지 걷기로 했다. 8시 40분 차라 시간은 넉넉했다. 반쯤 갔을 때 집과 터미널을 잇는 버스 한 대가 지나갔다. 제때 도착해 차에 탔다. 서울행.
서울행의 목적은 네 시부터인 연극 관람. 이렇게 일찍부터 움직일 필요는 없었지만 극장에 가기 전에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가기로 했던 식당은 여름휴가, 란 걸 식당 앞에서야 알아버렸다. 근처 식당에서 적당히 먹었다. 콩국수. 제천이나 서울이나 다를 게 없네… (오늘 ― 8월 1일 ― 도 콩국수.)
극장엔 10분 전에 도착했다. 티켓을 찾고 전자문진표를 작성하려는데 QR코드가 제대로 인식되지 않아 결국 수기로. 여기는 당연히, 극장의 《우리는 농담이(아니)야》, 올해 초 세상을 떠난 트랜스젠더 극작가 이은용의 작품이다. 얼마 자지 못한 채 앉은 탓에 몇 번인가 잠들었다. 다행히 금세 깨기 좋은 공연이었다. 꽤 긴 130분짜리, 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145분짜리 공연이었다. 인터미션은 5분.
마침 제천에 올 일이 있어 만나기로 했다가 약속이 취소된 친구를 우연히 만났다. 같은 날 관람한단 걸 미리 확인한 다른 이에겐 아주 낡은 책 한 권과 몇 년 전에 구경시켜 주기로 했던 ― 다 훑으면 보여 주기로 했던, 그러나 여태껏 포장조차 뜯지 않은 ― 한 권, 두 권의 책을 선물했다. 아는 사람이 또 앉아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오래 두리번거리진 않았다.
그간의 서울 방문 중 가장 빠른 시각인 여덟 시에 제천행 버스를 탔다. 처음으로 시내버스를 타고 귀가했다. 이번주에는 서울에 가지 않는다. 다음주에는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