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퍼레이드에 다녀왔다. 12시부터라길래 단순무식하게 12시에 맞춰서 갔더니 그때부터 부스를 오픈하고 퍼레이드는 세 시 좀 넘어서 시작하더라. 몸은 좀 축났지만, 즐겁게 잘 보고 왔다. 혼자 간 터라 거진 여섯 시간을 딱히 말도 않고 진짜로 구경만 했다.
아는 사람들을 몇 보았다. 아는 사람이지만 인사를 하지 않은 사람도 있고, 아는 사람인 것 같긴 한데 긴가민가 하다가 인사를 못한 사람도 있다. 아주 간만에 완전변태 분들을 만나서 인사도 했다.
사진을 찍으려 무거운 카메라를 굳이 들고 갔었다. 프레스카드도 발급받았다. 그래놓고 정작 사진은 얼마 찍지도 않았다. 프레스 카드를 목에 걸고 카메라를 손에 들 때마다 내가 외부인이 되더라. 그래서 두 어장 찍고는 카메라를 가방에 쑤셔 넣기를 몇 번인가 반복했다.
무대에 오르는 사람까지도 촬영거부 스티커를 붙이더라. 스티커를 붙이지 않은 사람도 카메라를 의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내가 외부인이 되기를 감수하고서 취재든 소장이든을 핑계삼아 사진을 찍을 때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긴장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안 찍었다. 옆의 사진은, 내 파인더에 들어 온 이들 중에는 유일하게 촬영을 위해 포즈를 잡아 준 사람. 흔들던 피켓을 멈추고 카메라를 보며 웃어 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