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그를 만났다
언덕을 따라 내 집보다 한 골목 높이 앉은 집에 그는 살았다
작년 이맘 때 살았던 옥탑방 아래층 문간방에 아들과 같이 살던 그였다
귀치 않게 생긴 얼굴에 까치집 진 머리로 지금도 같이 살지 모를 그 아들과 계단 난간에서 날마다 담배를 피우던 볕이 잘 들어 더운 방에서 늘 문을 열어놓고 큰 대자로 뻗어 낮잠을 자던 언젠가 한 번 공용 싱크대에 내버려 뒀던 수박 껍질을 치우라고 내 방문을 두드렸던 그를 길에서 만났다
한 골목 한 골목 철마다 하는 이사로 높아만 지는 내 집보다 한 골목
더 높은 곳에 앉은 자기네로 들어가는 그에게 인사는 하지 않았지만
길에서 그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