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David Starr Jordan, The Book of Knight and Barbara: Being a Series of Stories Told to Children Corrected and Illustrated by the Children, New York: D. Appleton and Company, 1899, pp. 138-40. (데이비드 스타 조던, 『(아이들이 직접 정리하고 그림을 그린) 나이트와 바버라의 책: 아이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들』)
수리와 파란꼬리도마뱀The Eagle and the Blue-Tailed Skink
옛날에 파란꼬리도마뱀 한 마리가 살았어. 한날은 나무토막에 걸터 앉아 햇빛을 즐기고 있었지. 그런데 저기 나무 위에 커다란 흰머리수리 한 마리가 나타났어. 수리는 나무토막에 걸터 앉아 햇빛을 쬐는 파란꼬리도마뱀을 한참 바라보다 문득 잡아먹기로 하고는 날쌔게 내리덮쳤지. 수리가 날아 오는 걸 본 파란꼬리도마뱀은 얼른 몸을 날렸지만 꼬리를 붙잡히고 말았어. 파란꼬리도마뱀은 잡으려고 하면 꼬리가 떨어져 버린단다. 타고나길 그렇게 되어 있어. 그렇게 파란꼬리도마뱀은 수리 발톱 사이에 꼬리만 넘겨주었지. 수리가 꼬리를 먹는 동안 도마뱀은 나무 옆쪽으로 무사히 도망쳤어.
파란꼬리도마뱀이 나무 위를 올려다 보니 저 높이 가지 사이에 수리 둥지가 있었어. 둥지에는 알이 네 개 있었고. 파란꼬리도마뱀은 재빨리 나무를 타고 올라 둥지로 갔지. 수리는 아직도 나무토막에 앉아 꼬리를 먹고 있었어. 도마뱀은 수리가 낳아 둔 알 네 개를 다 먹어버리곤 이렇게 말했지. “이 알에 든 고기면 꼬리를 새로 만들기에 충분하겠어.”
나무 위 둥지에 앉아 있는 파란꼬리도마뱀을 본 수리는 날아올라 잡으러 왔어. 하지만 파란꼬리도마뱀은 반대편으로 도망쳐 버렸지. 둥지로 돌아와 알이 전부 사라진 걸 본 수리는 이렇게 말했어. “방금 먹어치운 그 도마뱀 놈 꼬리 고기면 알 네 개를 새로 낳기에 충분해.”
도마뱀은 파란 꼬리가 새로 돋을 때까지 나무토막 아래 그늘에 숨어 있었어. 꼬리가 다 자라자 나무토막 위로 올라가 햇빛을 쬐었지. 둥지에 알 네 개를 낳은 수리가 파란꼬리도마뱀을 발견하고는 얼른 잡으러 갔어. 꼬리 끄트머리를 붙잡자 꼬리가 떨어졌지. 파란꼬리도마뱀은 도망을 쳤어. 수리가 아그작아그작 씹을 때마다 꼬리가 꿈틀대는 모습이 보였어. 도마뱀이 나무 위 수리 둥지로 가보니 알 네 개가 있었어. 그래서 알들을 먹어치웠지. 수리는 꼬리를 먹고 파란꼬리도마뱀은 알을 먹고, 둘은 끝없이 먹고 먹혔단다. 꼬리에는 알 네 개를 낳기에 충분한 고기가, 알 네 개에는 파란 꼬리가 돋아나기에 충분한 고기가 있었으니 말이야.*
* “파란꼬리도마뱀이 꼬리를 영영 잃는 일은 없었겠네.” ― 바버라.
아래 글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전략) 나는 먼저 그가 쓴 동화부터 읽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동화가 도덕적 가르침을 가장 노골적으로 펼쳐놓는 형식일 테니까. 〈독수리와 파란 꼬리 스킹크〉라는 단편동화(스컹크를 생각하지 마시라. 스킹크는 도마뱀이다)에서 독수리 한 마리가 날쌔게 날아 내려와 파란 꼬리 스킹크의 꼬리를 잘라 먹는다. 상처 입은 스킹크는 복수를 위해 독수리의 둥지로 종종걸음으로 올라가 독수리 알을 여러 개 집어 삼키고는 ‘이 알들에는 새 꼬리를 만들기에 딱 충분한 만큼의 고기가 들어 있어’ 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둘의 행동은 계속된다. 독수리는 내려와 새로 난 꼬리를 잘라 먹고 도마뱀은 둥지로 돌라가 알들을 먹어치우는 일이 계속된다. 하지만 둘 중 어느 쪽도 완전히 패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꼬리에는 더 많은 알을 만들 고기가 충분하고, 알에는 또 하나의 파란 꼬리를 만들 고기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룰루 밀러, 정지인 역,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곰출판, 2021, 123-4쪽.
내게 이 이야기는 복수의 헛됨에 대한 명상처럼 보이기도 하고, 물리학에서 가장 빼도 박도 못할 법칙인 질량보존의 법칙―질량은 결코 창조될 수도 파괴될 수도 없다―을 가장 잔인하게 묘사한 이야기 같기도 했다. 그가 쓴 이야기들은 대부분 이런 특징을 갖고 있다. 등장인물들이 우주의 차가운 법칙을 피해갈 수 없는 폐쇄공포증적 세계를 그린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