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를 수리했다. 잡화점에서 오천 원인가 주고 산 것이다. 이 마우스 전에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만 얼마를 주고 산 것을 잠시 썼다. 블루투스 마우스였는데, 1분쯤 쓰지 않으면 대기 모드에 들어가도록 설계된 것이었다. 1분은 정말 짧아서 마우스를 손에 쥔 채로도 흘려 보낼 수 있는 시간인데, 다시 움직일 때 대기 모드 해제에 드는 몇 초의 시간은 너무도 길었다. 오래지 않아 적응을 포기하고 이것으로 바꾸었다. 저 마우스는 서랍 속에 있을 것이다.
이것은 USB 수신기를 꽂아 쓰는 무선 마우스다. 수신기는 늘 꽂아 두는데 얼마 전에 랩탑을 어디 넣다가였다 빼다가였나 무언가 걸리는데도 생각 없이 힘을 주다 망가졌다. 랩탑의 USB 포트 둘 중 하나가 고장난 상태라 USB 메모리라도 쓰려면 마우스 수신기를 뽑아야 하는 것이 늘 불편했던 차라 새로 살까 했는데 블루투스 타입은 (대기 모드 진입까지의 시간이 좀 더 길고 대기 모드 해제가 좀 더 빠른 것 역시도) 답답해서 싫었다. USB-C 타입 수신기를 쓰는 것도 있지만 늘 꽂아둘 수 있을 만한 형태의 것은 찾지 못했다.
그래서 수리했다. 같은 모델을 하나 더 가지고 있었다. 휠이 고장나 쓰지는 않으면서도 버리지도 않고 둔 것이다. 이번에 망가진 것에서 휠 센서를 떼어 나머지에 붙였다. 잘 작동한다. 나중을 대비해 버튼 스위치들도 떼어 두었다. 광센서도 떼어둘까 하다 그게 고장날 정도 되면 새로 사지 싶어 말았다. 버튼이나 휠이 고장나 못 쓰게 된 적은 많아도 광센서가 고장난 적은 없다. 다리가 많아 귀찮기도 했다.
수리를 위해서는 납땜 인두가 필요했다. 몇 년 전에 6,000원인가를 주고 산 것이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지 오래다. 이유는 알아내지 못했다. 또 비슷한 수준의 것을 새로 사려고 했는데 다른 것을 찾아 상자를 뒤지다 납땜 인두를 찾았다. 이것은 아마도 1999년의 물건. 라디오 조립 대회에 나가느라 어느 문구점에서 3,000원을 주고 샀다. 친구들이 쓰던 일자형의 것은 5,000원이었나. 이건 손잡이가 총 모양이다. 모양이 아니라 가격을 보고 골랐다.
당시 대회에서는 장려상인가를 받았다. 소리는 잘 났으니, 아마도 납땜의 질이나 제출 순서 같은 것이 등수를 갈랐을 것이다. 대회에서는 설명서를 볼 수 없다고 해서 부품의 위치를 전부 외웠다. 설명서를 보고 해도 되는 대회였다. 외우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나 저항의 띠 색깔을 구분하는 것이 어려웠다. 갈흑적금, 같은 식이었고 내 눈은 갈색과 흑색과 적색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다행히 다 알아본 모양이지만. 몇 년 뒤에 한 번 더 대회를 나갔다. 이번에는 설명서를 외우지 않았다. 소리가 나지도 않았다. 어디서 틀렸는지는 모른다.
망가진 마우스에서 센서를 떼는 데엔 땜납 제거기를 썼다. 피스톤을 누른 후 버튼을 누르면 스프링의 힘으로 피스톤이 뽑히면서 진공 상태를 만들어 납을 흡입하는 구조다. 납을 녹인 후 흡입기 입구를 갖다 대고 버튼을 누른다. 6,000원짜리 인두와 함께 3,000원쯤 주고 샀다. 첫 번째 대회에 나갈 때 다른 이가 갖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가 아니었다면 존재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엔 얼마였을까, 갖고 싶었지만 사거나 사달라고 하지는 않았다. 대회에서 부품을 하나라도 잘못 땜했다면 그걸로 끝이었다. 아니, 끝이라는 건 좀 과장이다. 기판이 복잡하지는 않으므로 꼼수를 써서 옆으로 흘리거나 쳐서 떨어뜨리거나 해볼 수는 있다. 끝이 될 가능성이 낮지는 않지만.
하는 김에 휠 버튼이 되다 말다 하는 유선 마우스도 열었다. 무선 마우스에서 뗀 스위치를 붙여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사이즈가 영 안 맞아서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