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먹지 않기 시작한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고기를 먹어버렸다. 첫입을 베어물고는 실수를 알았지만 남김없이 먹어 치웠다. 그 살점의 원래 모습을 상상하며, 그 삶을 상상하며 천천히 씹었다. 여지껏 음식을 그렇게 느리게 씹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말이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결심이 의도치 않게 깨어진 것은 아쉽지 않았지만, 그의 삶이 아까웠다. 그렇게 상상해 보았지만 그 원래의 모습은 결국 알아내지 못했다. 아무튼, 고기를 먹어버렸다.
배가 고팠다. 아침 열 시 쯤에 작은 빵 한 조각과 우유 한 모금을 먹고, 다섯 시간이 넘도록 생수밖에는 먹지 않은 상태였다. 그나마의 아침조차도, 굶으려던 것을 지인과 우연히 만난 덕에 얻어 먹은 것이었다. 배고픈 오후, 거리에 먹을 것은 흔치 않다. 비록 생선과 계란까지 안 먹기로 결심한 것은 아니지만 가능하면 피하고 싶어 이것저것을 찾아 보았으나 마땅한 것이라고는 과일밖에 없었다. 그러다 생각난 것이 만두였다. 1인분에 천원에 파는 야채만두를 먹을 요량으로 거리의 만두 가게를 찾았다.
평소에는 만두를 즐기지 않는다. 맛이 없어서라는 핑계를 대고 있지만 사실은 밀가루가 아까워서이다. 이유 없이 속을 싸 놓은 그 밀가루가 아까워 평소엔 먹지 않던 만두를, 궁하게 되지 제 발로 찾아 먹게 되었다. 야채 만두는 없고 김치 만두가 있기에 주인에게 고기가 들었는지를 물었다. 잠깐을 망설이더니 들지 않았다고 했다. 고기 만두는 따로 있으니 아마도 없으리라, 나도 그리 믿고 일인분을 주문했다. 도시락 용기가 아까워 그냥 그 자리에 서서 먹겠다 했더니 곧 작은 만두 여덟 개와 단무지 세 개를 내어 주었다.
첫 입을 베어 물었더니 이상한 것이 씹혔다. 고기였다. 닭인 것도 같았고 돼지인 것도 같았다. 한편으론 두부처럼도 보였다. 다시 한 입을 물었다. 여전히 그 덩어리는 두부처럼 생겼지만, 그 맛은 고기의 것이 확실했다. 버릴까, 아니면 따질까. 혹은 지금이라도 포장해달라고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냥 먹기로 했다. 먹지 않기로 한 남의 삶을 버릴 수는 없는 일이었고, 포장해 가서 남에게 먹이자니 내가 먹지 않는 것을 남에게 권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따지기엔, 만둣집 주인의 삶 역시 너무도 팍팍했다.
그래서 천천히 씹어먹었다. 그 원래 모습을 상상하면서, 그 삶을 상상하면서. 살점의 주인에게, 난생 처음으로 미안함을 표했다. 비록 속으로 되뇌일 뿐이었지만. 나쁜 짓을 한다는 생각도, 그렇다고 해도 좋은 짓을 한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씹을 수록 머리 속은 하얘져 갈 뿐이었다. 이상한 일이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아무런 가책 없이 먹던 것이었는데, 그렇다고 그 전에 그들의 삶을 생각하지 않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일주일 가까이 육류를 먹지 않았지만, 우습게도 그 결심이 깨어진 오늘, 나는 처음으로 ‘비육식’을 경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