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깼으나 뭉그적댔다. 아침 겸 점심으로 미역국과 레토르트 생선구이를 먹고 집 앞 카페에 가서 앉았다. 이 카페에서는 왜인지 종종 인터넷이 잘 안 되는지라 전보다 덜 가는데, 이번에도 다른 곳에 갈까 하다 비가 와서 그냥 그리로 갔다. 인터넷은 먹통이었다. 노트북을 휴대전화로 인터넷에 연결해 사용했다. 그래봐야 밀린 일기를 썼을 뿐이다. 일은 하지 않았다.
금연 6일차. 일을 하지 않으면 대체로 괜찮지만 일 비슷한 것만 해도 꽤 안 괜찮아지는 모양이다. 일기를 썼을 뿐인데도 담배가 꽤 간절했다. 피우지는 않았다. 대신 쿠키를 추가로 주문했다. 보통은 아메리카노를 마시지만 커피도 이미 단 것으로 시켜 둔 터였다. 일기만 겨우 쓰고 귀가했다.
오후에는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의 공연 《연극연습4. 관객 연습-사람이 하는 일》을 예매했고 개정증보판이 나온 최승자의 산문집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와 일다에서 엮은 『네가 좋은 집에 살면 좋겠어』를 주문했다. 책 그만 사야 하는데… 이른 저녁으로는 씨리얼과 우유를 먹었다. 써야 하는, 정확히는 지난 달부터 써야 했던, 글을 조금 썼다.
일곱 시부터였나, 온라인 화상회의로 친구와 스터디. 서너 달 전에 내가 번역한, 이전 스터디에서 일부만 읽은 글을 새로 읽었는데 번역이 아주 제멋대로였다. 논증이 빡빡하거나 한 글은 아니어서 아주 늘어지지는 않았지만 중간에 배가 고파져서는 급히 라면을 끓여 먹었다. 밥도 말아 먹었다. 친구에겐 잠시 쉬고 오라고 했다. 그러고 마저 좀 더 읽었던가 그대로 멈췄던가, 약간 남긴 채 끝내고 말았다.
스터디 중이었나 그 전이었나,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관리실 직원이라고 했다. 용건은 동대표 선출. 투표를 해달라길래 후보가 누가 나왔는지도 모른다고 했더니 어차피 다들 안 하려고 해서 한 명이에요, 하는 답이 왔다. 어떤 사람인지는커녕 이름조차도 말해주지는 않았다. 그가 내민 것은 찬반 투표 용지도 아니었다. 투표 확인서, 같은 이름이었고 호별로 한 명씩이 이름과 생년월일을 쓰고 서명을 한 명단이었다. 여기에 서명하면 찬성한 걸로 치는 건가, 반대한다면 어디에 무엇을 쓰게 되는 걸까, 그래서 후보는 누구인 걸까, 여러 생각을 했지만 따져 묻지는 않았다. 그냥 서명했다.
종일 드문드문, 거실을 조금 정리했다. 바닥에 앉거나 누울 수 있는 공간을 약간 확보해 보려 애쓰는 중이다. 시트콤을 보다가 두 시쯤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