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정말이지, 집중력이 눈꼽만큼도 없다. 언제라고 집중력 좋았던 때가 있냐만은, 이젠 읽고 듣는 게 안 되는 걸로 모자라 생각해 둔 걸 타이핑하는 것조차 힘들 정도도, 집중력이 떨어졌다. 그제였나, 카페에 가 앉아서 한참을 타이핑하다 글이 조각조각 끊어지는 걸 보고는 그만 두고 집에 들어 왔었는데, 오늘 다시 시도했더니 이번엔 조각조각이나마도 써지지가 않길래 또 포기.
몇 시간 동안 앉아서 두 단락을 겨우 써 놓고는, 옆자리 사람들 잡담하는 거 듣가다, 음악 듣다가, 웹서핑 좀 하다가, 잡지 좀 읽다가 하고는 결국 가방을 싸고 자리를 정리했다. 잡담을 훔쳐 듣고 잡지의 조각글들을 읽는 것조차 좀, 밖에는 되지 않는 요즘. 아직 졸업하려면 한참 남았는데 어쩌나 이걸, 싶다.
커피를 좋아하지도 않고, 쓴 건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 에스프레소를 시켜 먹는 건 순전히 그게 제일 싸서다. 마땅히 앉아서 글 쓸 곳이 없어 카페를 가는데, 먹을 만한 과일 음료 같은 걸 시키자니 말도 안 되는 가격대 뿐이라, 결국은 그냥 자릿값 내는 셈 치고 제일 싼 커피를 마신다. 쓰더라 역시, 설탕을 아무리 넣어도.
비장애인의 몸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비유들, 그러니까 이해하다는 뜻의 보다, 드러내다는 뜻의 보여주다 따위는 쓰고 싶지 않은데―물론 여전히 습관적으로 쓰지만― 철학 텍스트’이어야 할’ 학교에 낼 글들을 쓰자니 도리가 없다. 단어를 분류하고 분류해 드러내다와 보여주다를 전혀 다른 뜻으로 쓰는 이 세계에서, 자의적인 단어 선택은 오해를 낳고 공격을 받기 십상이다.
일상 언어의 세계만 해도 충분히 공고한데, 균열을 내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데, 언어로 구축된 공고한 세계, 언어가 끝도 없고 공고한 이 세계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아 물론, 말을 만들어서 써도 되는 지위에 오르면 할 수 있긴 하지만. 세상을 바꾸고 싶으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지위에 오르라, 는 말이 똑같이 적용되는 주제에 학문이랍시고 떡하니 버티고 있다니.
아, 책상 갖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