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아버지 차로, 갈 때와는 다른 역에서 기차를 탔다. 오랜만의 KTX. 급한 일이 있을 때 띄엄띄엄 타기야 했지만 고향집을 오가며 KTX를 탄 건 아주 오랜만이다. 세 시간이 채 안 돼 서울역에 도착했다. 오는 길에는 컴퓨터를 켜서 일을 조금. 노트북이 낡아 배터리로는 얼마 못 쓰는데다 충전도 안 돼 있었는데, 콘센트가 접촉 불량인지 전원 공급이 원래 오락가락하는지 전선을 꽂고도 제대로 되지 않아 한동안 애를 먹었다.
서울역에서 친구를 만났다. 이태원으로 넘어가 채식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버섯버거와 비리야니 소이 미트볼 어쩌고. 원래 어떤 서점을 가기로 했는데 월요일은 휴무라고 했다. (뒤늦게 알고 보니 애초에 최근에 다른 지역으로 옮긴 모양이었다.) 검색해 찾은 다른 서점을 향했다. 분명 제대로 도착했는데 ― 입간판에 그 서점 이름이 적혀 있었다 ― 서점이 없었다. 그 건물에 있는 소품점을 좀 구경하다 나왔다.
근처를 좀 배회하다 적당히 카페에 들어 갔다. 자리가 없(어 보이)었다. 안쪽 공간까지 들어가 확인하지는 않았다. 조금 더 배회하다 마주친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예매해 둔 제천행 버스 출발 시각이 다가와 카페를 나왔다. 지하철역을 향해 가던 중 예의 서점을 발견했다. 그 건물에 있는 것은 맞았지만 입구가 뒤편으로 나 있어 앞에서는 찾지 못한 것이었다. 약간의 여유를 두고 나온 차였으므로 잠시 구경했다. 주로 사진집이, 오로지 외서만이, 서가를 채우고 있었다.
점심을 조금 늦게 먹은 터였던 데다 ― 식당에 한 시쯤 도착해 한동안 기다려 들어갔다 ― 서점을 구경하는 데에 시간을 좀 썼으므로 저녁 대신 버블티를 먹고 버스에 올랐다. 집에 도착해서는 두유에 시리얼을 먹었다. 언제 잤더라, 아주 일찍 자지는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