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오전 버스로 서울행. 점심은 터미널에 있는 식당에서 국수. 종로로 나가 카페에서 일했다. 종종 그렇듯 쓸 말은 정해 놓고도 흥이 안 나서 조금 밍기적거렸다. 결국 괜히 자리를 옮겨 다른 카페에서 마무리했다. 두 번째 카페는 천호역 근처. 장애여성공감 사무실 바로 옆이다. 어찌저찌 마지막 문장을 쓰고 ― 늘 그렇듯 이렇게 써도 되나 생각하며 ― 송고했다.
삼사십 분쯤 딴짓으로 시간을 보내고 장애여성공감 사무실로 이동. 분명 여유를 두고 움직였는데도 또 아슬아슬하게 시간 맞춰 들어갔다. 네 번째 워크숍. 늘 그렇듯 이래도 되나 생각하며 ― 그리고 그렇다고 말하며 ― 두서 없이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었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끝났다.
근처를 빙빙 돌다 결국 지난번에 간 순두부찌개집에서 저녁 식사. 쫄면순두부, 라는 걸 먹었다. 음식이 나오고도 잠시 휴대전화로 딴짓을 했더니 솥밥도 찌개도 애매하게 식어서 누룽지는 충분히 불지 않았고 찌개에 넣은 날계란도 충분히 익지 않았다. (불평할 상대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군말 없이 잘 먹었다.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학교로 이동. 철야했다. 이튿날 스터디에서 발제할 번역을 해야 했다. 바쁘다며 미룰 수도 있었지만 바쁘다고 미루면 한 달쯤 미뤄야 할 것 같아서. 갈수록 글이 어려워져 이해를 할 수 없었고… 다섯 시쯤 잠깐 눈을 붙일까 했으나 잠이 들지 않아 일곱 시쯤까지. 그 사이 언젠가 편의점에서 참치비빔밥과 커피를 사먹었다. 결국 여러 문장을 어거지로 끼워 맞춰 옮기고도 끝내지 못했다.
샤워실에서 대강 씻고 ― 편의점에서 비누도 샀다 ― 나왔다. 칫솔만 챙기고 치약을 가져 오지 않은 탓에 연구실 동료의 것을 몰래 썼다. 수건도 챙기지 않아 벗은 티셔츠로 대강 닦았다. 아침으로 학생식당에서 먹은 꽁치무조림은 군데군데 차가웠다.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합정으로 이동. 드디어 마감한 번역서의 편집자를 만나 파주 인쇄소로 가서 간단히 표지 감리를 마치고 ― 그는 감리를, 나는 구경을 마치고 ― 다시 합정.
마트에서 와인과 과일을 사 서대문에 사는 동료의 집으로 갔다. 동료의 하우스메이트가 한 솥 해두고 (연휴를 쇠러) 갔다는 청국장찌개에 동료가 부친 전과 무친 무침과 산 과일과 우리가 사간 와인과 과일과 다른 손님이 사온 과일을 먹었다. 마지막 사람은 초면이었다. 나를 소개하다 편집자와 동료가 또 이상한 말을 해서 한참 반박과 변호에 시간을 썼다. 모르는 것만 모른다고 한다, 겸손이 아니다, 전문가들 두고 내가 일을 맡는 것은 아주 억울한 일이다…
강남으로 이동해 스터디. 이렇게 깔끔하게 진행됐다면 좋았겠지만 지하철에서 잠깐 존 탓에 역삼역에서 내려 강남역으로 돌아왔다. 두 시부터 할 예정이었지만 앞의 모임에서 좀 밍기적거렸고 내릴 곳을 지나치기까지 해 세 시가 다 되어 도착했다. 스터디는 친구의 집에서. 오타와 오역, 이해할 수 없는 문장들과 씨름하며 해 간 만큼을 읽었더니 일곱 시. 배와 사과를 좀 얻어 들고 터미널로.
평소대로 승차를 몇 시간 앞두고 예매했는데 연휴 직전이라 빈자리가 없었다. 증편된 임시배치 차량에 한두 자리씩이 남아 있지 않았더라면 꼼짝없이 서울에서 하루를 더 보냈을 것이다. 터미널에서 집까지는 버스를 타려 했지만 막차가 정류장에 서지 않고 가버렸다. 택시를 호출했지만 오지 않았다. 걸었다. 공기가 선선했다.
친구와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좀 보내고는 씻는둥 마는둥 하고 누웠다. 금세 잠들지는 않아서 잠깐 일어나 담배를 피우고 두유에 시리얼을 말아 먹고 멜라토닌도 한 알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