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깔끔한 성격일 것이다. 공용 빨래건조기의 문을 맨손으로 잡지 않았다. 물티슈를 댔다. (그렇게 습기를 제공하는 것이 실은 오히려 위생에 해가 되는 것은 아니었을까.) 티슈 타입의 섬유유연제인지를 넣는 것 같았는데 내 시야 바깥에 있는 테이블에 올려 둔 통에서 한 번에 한 장씩 뽑아다 넣은 모양이다. 매번 손을 새로 닦았는지도 모른다. 그냥 던져 놓지 않고, 자리를 잡아 펴는 것 같았다. 어쩌면 애초에 물티슈로 건조기 속을 닦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느릿느릿 몇 번을 오가는 사이 세탁이 끝났다.
세탁물을 한 번에 옮기는 데에 쓰는 수레가 따로 있었지만 그것은 쓰지 않았다. 역시 여러 번을 오가며 손으로 빨래를 옮겼다. 중간에 떨어뜨린 무언가 하나는 넣지 않았다. 그걸 줍고는―바닥에 닿지 않은 부분에 손을 댔을 뿐인데도―물티슈로 손을 닦았다. 한참을 걸려 빨래를 옮기고는 건조기 속에 줄을 맞추어 빨래를 폈다. 제일 아래에 쌓는 대신 누운 원통의 벽에 난 턱을 받침 삼아 최대한 넓은 면적에 늘어놓았다. 곧 회전을 시작하면 다 섞일 것이다. 접혔다가 펴졌다가 할 것이다. 건조기는 삼십 분을 돈다. 건조기 문을 열더니 그 속에서 빨래를 개기 시작했다. 보통이라면 수레에 빨래를 담아 테이블로 가서 허리를 펴고 하는 일이다. 역시 천천히, 한참이 걸렸다. 아니, 그랬을 것이다. 끝까지 보지는 못했다. 어느틈에 사라지고 없었다.
아마 깔끔한 성격일 것이다. 모두의 손이 닿는 문 손잡이는 맨손으로 잡지 않는다. 여럿의 빨래가―아마 종종 아직 빨지 않은 빨래도―오르는 수레나 테이블은 쓰지 않는다. 옷가지는 깔끔하게 펴고 갠다. 그렇다면 궁금하다. 여럿의 빨래가 드나드는 이곳의 세탁기나 건조기는 어떤 마음으로 쓰고 있을까. 온수와 세제와 열기로 차는 곳이므로, 세균은 죽고 오물은 씻겨 나갈 것이므로, 괜찮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집에서는 도무지 빨래를 할 수 없어 꾹 참고 쓰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집이 없을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내가 이곳의 세탁기나 건조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지난 이 년간 세 번째인지 네 번째인지로 동전세탁방에 다녀 왔다. 한번은 길었던 지난 장마에 옷을 말리러 갔고, 나머지는 이불 때문이었다. 손잡이를 잡는 데에 물티슈가 필요한 사람까지야 못 되지만 공용 세탁기가 아무렇지 않은 사람도 못 된다. 세균은 죽고 오물은 씻겨 나갈 것임을 의심치 않지만―정기적으로 관리하므로 물때니 곰팡이니에 있어서도 내 세탁기보다 낫겠지만―아무튼 싫어 한다. 하지만 이 좁은 집에서 이불을 말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므로 (이불을 널 수 있도록 건조대를 활짝 펼 자리가 마땅치 않다) 이따금 세탁방에 간다. 물론 수레나 테이블은 쓰지 않는다.
여름이었으므로 이불이라고 해 봐야 겨우 한 겹짜리 천을 덮었다. 매트리스 커버도 한 겹짜리. 침대는 싱글이다. 겨우 그만큼에 팔천 원―세탁과 건조, 기본 코스가 각각 사천 원이다―을 쓰긴 아쉬워 옷가지 몇 장을 더 주워 넣었다. 아무튼 세탁방이 마뜩지는 않으므로 많이는 아니었다. 세탁기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어 몰랐다. 텅빈 채 돌아가는 건조기가 호화로웠다. 주워 넣은 것은 생각보다도 더 적어서, 빨래가 끝나고 확인해 보니 겨우 얇은 셔츠 하나, 티셔츠 하나, 바지 하나가 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