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Humans of New York, 2025.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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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별도의 제목이 없으며, 이 게시물의 제목은 임의로 붙인 것이다.
가자를 싫어한 때가 있었다. 그저 벗어나고 싶었다.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영화 감독이 되고 싶었다. 오스카상을 받고 싶었다. 내 꿈은 전부 바다 건너에 있었다. 아마도 그저 가자가 봉쇄되어 있다는 것에 ― 그것이 수많은 방식으로 우리에게 제약을 가한다는 것에 ― 화가 나 있었던 것 같다. 여기 있는 어떤 남자들은 아주 편협하다. 그들을 죄다 가자 바깥으로 내던져 세상을 보게 하고 싶었다. 다른 관점, 다른 생각을 알려준 후 다시 데려오고 싶었다. 하지만 이곳의 사람들이 더 뛰어난 분야도 있다. [바깥에 사는 이들이] 트라우마가 아주 어린 나이의 우리에게 가하는 영향을 알려면 수십 년은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는 현실과 단절될 특권이 없다. 이 뭣 같은 꼴을 무시할 수 없다. 드론들, 무너진 건물더미들, 피, 먹고 마실 것을 구하기 위해 싸우는 어린이들. 사방이 다 그렇다. 유럽에 사는 백인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직접적인 결과를 겪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자에서 매일 같이 벌어지는 일 중 하나라도 서구에서 벌어진다면, 여러 나라를 뒤흔들 것이다. 정치학 수업에서는 윤리니 인권이니 국제법이니 하는 것들을 배우곤 했다. 하지만 가자에서의 삶은 그런 건 그저 프로파간다일 뿐임을 알려 준다. 사람들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기만 하면 그것을 막으리라고 믿도록 우리를 속였던 프로파간다. 우리가, 적어도 나와 내 친구들이 촬영하고 기록하고 말하고 망할 인스타그램에 공유한 것은 순진하게도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외국 친구들이 평범한 나날을 보내는 모습을 보게 된다. 우리는 대체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 걸까? 권력을 가진 이들의 양심과 도덕적 잣대에 기댈 수는 없다. 우리는 정말 오랫동안 애썼다. 소용 없었다. 그들을 압박해야 한다. 그들의 체제를 무너뜨려야 한다. 움직이고 결집하고 방해하고 시위하고 그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가자에서의 삶이 알려주는 것이 분명 있다. 기나긴 시간 동안 떠나고 싶어 했지만, 이제는 다른 그 어디에서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다. 이 땅에 진짜 장소라고는 가자밖에 남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다.
한번은 학교 운동장에서 놀고 있었다. 교문은 열려 있었다. 깐깐한 경비원이 기도를 하고 있는 게 보여서 우리는 가방을 싸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여자 아이 다섯 명. 우리를 본 경비원이 우리를 부르기 시작했고, 친구들은 그에게 갔다. 나는 가지 않았다. 계속 달렸다. 다만, 내겐 문자 그대로 갈 데가 전혀 없었다. 삼촌들은 시내에서 일했다. 시내로 가면 삼촌들의 눈에 띌 것이었다. 가자에서는 무슨 일이든 모두의 눈에 띄고 모두의 입에 오른다. 그래서 그냥 집으로 갔다. 그런 곳이다. 내가 소속감을 느끼는 유일한 곳이지만 늘 숨이 막혔다. 십대가 객기를 부릴 곳조차 없었다. 우리가 해 본 제일 미친 짓이 벽에 낙서를 한 것이었던 것 같다. 십대가 다 그렇듯, 우리는 모든 것이 암울했고 세상이 곧 끝나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담벼락에 핑크 플로이드와 콜드 플레이의 가사를 적었다. “빛이 너를 집으로 이끌어 줄 거야.” 집은 겨우 두 블록 거리, 대로 두 개만 가면 되는 거리에 있었는데. 지금은 온 동네가 폐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옛날 이야기는 하고 싶지도 않다. 세상이 우리가 인간임을 증명하라고 해대는 것 같아서다. 그럴 수 있다면, 한때 좋은 집에 살았고 콜드 플레이를 들었음을 증명할 수 있다면, 그러면 우리가 살고 먹고 존재하고 살아남을 가치가 있음을 증명할 수 있다고 해대는 것 같아서다. 그게 싫다. 연민이 너무 싫다. 연민 받는 사람을 작아지게 하는 일이니까. 부디 우리에게 미안해 하지 말라. 우리에게 미안해 하지 말라. 우리에게는 당신이 필요하지 않다. 정말이다. 우리에게는 아무도 필요하지 않다. 우리에게는 농지를 가진 농부들이 있지만 그들이 자기 땅에서 작물을 수확하려 하다가는 총에 맞는다.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을 줄 아는 어부들이 있지만 그들은 출어를 금지당했다. 우리에게는 이토록 아름답디 아름다운 음식들이 있다. 우리 스스로도 먹고 살 수 있다. 우리에게 미안해 하지 말라. 스스로에게 미안해 하라. 이스라엘에 무기를 대는, 아이들을 죽이라고 해외에 무기를 보내는 나라에 사는 당신에게 미안해 하라. 당신들의 폭탄이 아이들을 죽이고 있다. 그것이 맘에 걸린다면, 우리에게 미안해 하지 말라. 당신 스스로에게 미안해 하라. 제 나라에 당장 멈추라고 충분히 말하지 않는 당신에게.
편집자 주
누르 알사카Nour Alsaqqa는 국경없는의사회(MSF) 가자 지부 대외소통 담당자다. 이 시리즈를 처음 기획했을 때 MSF 사무국에서는 팔레스타인 직원은 모두 지칠 대로 지치고 트라우마를 입은 상태라고 경고 했다. “우선 인터뷰 한 건만 해 보고 어떻게 되는지 보자”고 했다. “우선 인터뷰 한 건만 해보고 누르가 어떻게 결정하는지 보자”는 뜻이었다. 가자 지부 대외소통 팀에는 누르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누르가 기꺼이 애써준 덕분에 시리즈를 완성할 수 있었다. 누르는 극한의 상황에서 인터뷰 섭외를 도맡아 주었다. 그 이야기들을 [“뉴욕 사람들Humans of New York” 계정에 원래 게시해 왔던] 뉴욕에서 모은 이야기들과 같은 형식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인터뷰 참여자들의 아름다운 사진을 찍어주기까지 했다.
그렇기에 누르는 이 시리즈의 공동 창작자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그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