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런 소리지만 최근 들어 지속가능성이 거의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방금은 산책을 나갔다 들어왔다. 산책은 하지 않았다. 아파트 후문을 나서 골목을 잠깐 더 가서는 큰길에 닿자마자 발길을 돌렸다. 낮에는 도서관에서 잠시 일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장을 보러 갔다가 판촉하는 소리에 질려서 얼른 나왔다. 허기는 채워야 하므로, 또 씨리얼을 샀다. 지난 며칠간은 하루에 길어야 두 시간 정도 앉아서 일했다. 그 전에는 두 주 가량을 내내 누워 있다시피 했다. 2008년처럼 아팠다.
2008년은 인생에서 유일하게 스스로 부지런히 병원에 다닌 시기가 있는 해다. 반길 만한 소득은 없었지만 어쨌든 그럭저럭 회복하긴 했다. 앉아 있으면 온몸이 아프고 서 있으면 다리가 후들거렸다. (이번엔 그만큼 아프진 않았다.) 수업은 어떻게 들었을까, 회의에 가면 늘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정신 사납게 서성였다. 종종 앓는 소리를 냈다. 양의학의 검진으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한의사인 선배는 무언가 진단을 내렸지만 정확히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주로 오링테스트에 의지한 진단이었으므로 알아들은 말도 다 믿지는 못했다. 그가 돈도 받지 않고 지어준 약을 한참 먹었고 서서히 나았다. 지압점 한 곳은 즉효가 있었다. 늘 왼쪽 다리가 터질 듯이 무거웠는데 왼쪽 손목 한 치 위쯤을 누르면 금세 가벼워졌다. 손을 떼면 또 금세 무거워져서 구슬이든 종이뭉치든 적당한 크기의 것을 올리고는 붕대를 감고 다녔다. 손에 피가 닿지 않아 저렸지만 그편이 훨씬 나았다.
딱히 하는 일이 많았던 적은 없지만 요즘은, 그러니까 지난 두어 해 쯤은, 정말로 일 없이 지내고 있다. 글은 한 해에 하나씩 썼다. 번역은 좀 더 했지만 아직 마친 것은 없다. 그 전 해에는 더 적게 했다. 몇 안 되는 들어오는 일도 마다하고 조용히 지냈다. 티 안 나는 일 몇 가지로 번 돈과 대책 없이 일단 받은 지원금으로 버텼다. 그마저도 이제 곧 바닥이다. 재미도 의욕도 없는 데 더해 돈도 없는 생활로 되돌아 왔는데, 저번에 ー 그러니까 지원금이 결정되기 직전에 ー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 대책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저번에도, 친구에게 곧 돈을 빌리러 갈 것이라고 미리 언질을 준 것이 다였다.
(지난 며칠 매일 반복한 대로) 허기를 채우고 잠시 쉰 다음에 다시 책상에 앉을 작정이었는데, 그러지 않으면 곤란한 시점인데, 내내 누워 있다 산책을 나갔다 그냥 돌아와서는 업무용이 아닌 ー 일기 쓰기 정도밖에는 할 수 없는 상태인 ー 컴퓨터 앞에 앉았다. 컴퓨터를 켠지18분 39초가 되었다고 한다 (메인조드 배터리가 다 닳아서 컴퓨터를 켤 때마다 시계가 0시 0분으로 재설정되는 덕에 아는 것이다). 슬슬 또 온몸이 아프다. 누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