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06.(목)

오늘도 독서(∈일)에 실패했다. 빈둥대다가 점심을 대강 ― 아주 대강 ― 먹고 집을 나섰는데 너무 추웠다. 도서관까지 30분쯤을 걷기에는 너무 추웠다. 어제도 그제도 같은 차림으로 나다녔으니 순전히 책을 읽기 싫어서였겠지, 생각하다 혹시나 하고 확인해 보니 오늘 기온이 확연히 낮았네. 아무튼 그래서 집 앞 카페로 틀었고 한참 딴짓만 하다 귀가했다. 집에 와서는 겨울옷을 집어 넣고 앰프를 중고장터에 올렸다. 대강 생각나는 가격으로 올렸는데 좀 싼 편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이 동네에 비슷한 매물이 없어서였는데 올리자마자 메시지가 들어왔다. 그러나 1분 전에 등록한 매물에 굳이 판매 중이냐는 말을 붙인 그는 여전히 답이 없고… 이후로 예닐곱 명이 더 메시지를 보내서 먼저 연락 주신 분 답을 기다리는 중이라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연락 드리겠다는 메시지를 예닐곱 번 보냈다. 첫 두 번을 써서, 이후로는 두 번째 것을 복사해서.

그러고도 독서는 재개되지 않고. 저녁은 피자를 시켜먹었다. 근방에서 제일 싼 업체이자 배달료를 받지 않고 자체 배달을 하는 곳이자 학부 때의 추억이 서린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시켰는데, 치즈 피자 라지는 14500원이고 배달 가능 최소 금액은 음료 제외 15000원이다. 치즈 피자에 치츠 추가 같은 옵션은 없고 (라고 쓰며 생각해 보니 전화 주문을 하면 될지도 모르겠네, 공공배달앱으로 주문했다) 사이드 메뉴는 다 고기가 든 것들. (실은 감자 튀김이 있긴 한데 좋아하지 않는 메뉴인데다 양이 과하다.) 이번에도 결국 햄이 조금 든 것으로 시켰다.

그러고도 독서는 재개되지 않고. 방금까지는 마우스와 씨름했다. 지난 주쯤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길가를 구르고 있는 걸 주워 온 것이다. 끈 떨어진 유선 마우스. 스위치나 떼서 쓰려고 한 것이었는데 생전 처음 보는 튼튼한 구조에 휠 센서도 익히 보아 온 ― 걸핏하면 고장나는 ― 것과는 다른 종류였다. 브랜드 제품이지만 최소한의 기능만 있는 것이어서 오래 전에는 나름 고급형이었던 걸까 생각하며 검색해 보았는데 여전히 판매중인 오천 몇백 원짜리 최저가 모델이었다. 버튼 상태도 점검할 겸 선을 달아 보기로 했고 조금 전까지 그 씨름을 했다.

납땜 없이 해결해 보려고 애쓰다 실패하고 결국 납땜. 친환경 기준을 지킨 모델은 아닌지 내 인두로도 커넥터가 잘 떨어졌다. (유해물질인 납을 쓰지 않은 땜납은 녹는 점이 높아서 내 것보다 좋은 인두가 필요하다.) 얼마 전에 수리한 블루투스 스피커에 이어 두었던 선을 끊어다 이었다. 몸체의 플라스틱을 실수로 조금 녹였다. 버튼과 휠 모두 잘 작동한다. 쓸 일은 없지만 일단 그대로 두었다. 버튼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버튼을 뗄 것이고 마우스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급한 대로 저걸 쓰겠지. 지금 쓰는 마우스는 아마 십 년쯤 된 것이고 지금 가격은 만 원 가량이다. 이사로 짐을 정리하는 친구네서 주워 왔다. 선 접촉 불량으로 몇 번인가 멎었는데 최근엔 한참 멀쩡히 작동 중. 저절로 돌아왔는지 선을 갈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블루투스 스피커엔 또 얼마 전에 다른 데서 끊어 놓은 스위치 달린 선을 붙일 것이다. 케이스를 만들어야 하는데 귀찮아서 미루고 있다. 원래 케이스를 버리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을… S가 컴퓨터를 바꾼 후 쓰던 걸 내게 보내주면서 같이 보낸 스피커다. 한동안 쓰다가 언젠가부터 충전이 전혀 안 되길래 ― 충전등에 불이 안 들어오길래 ― 뜯어 보았더니 USB 포트가 떨어져 있었다. 납땜을 해보려 했으나 단자가 파묻혀 있어서 실패. 버리려다 말고 (USB의 5V를 배터리의 3.7V 언저리로) 전압을 낮춰 주는 부품을 사다가 배터리 단자에 전원선을 연결했다. 다른 스피커가 없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싼 물건이라 같은 돈으로 새 걸 사거나 해도 큰 차이는 없지만, 그냥 그랬다.

지금은 팔 앰프에서 뗀 스피커를 카오디오에 연결해서 노래를 틀어 두었다. 첫 사람은 여전히 답이 없고… 조금 전에는 몇 번째인지 모를 사람이 어떻게 됐냐는 메시지를 보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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