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역 근처를 걸어서 지났다. 며칠 전에도 신호등이 있는 것을 못 보고 무단횡단을 했던 바로 그 횡단보도를, 이번에도 적색등이 켜진 중에 발을 디뎠다가 거두고, 겨우 지나 또 한 번의 신호를 기다렸다 길을 건넌 참이었다. 큰 횡단보도를 지나, 작은 횡단보도를 앞둔, 차도 위의 섬을 밟은 참이었다.
누군가 길을 쓸고 있었다. 허름한 차림, 빗자루를 들고 있었지만 쓰레받이는 없었다. 대신 왼손에는 무언가를 싼 검은 봉지가 들려 있었다. 아마도 쓰레받이 대신이었을 것이다. 그 섬은 늘 누군가가 잠을 청하던 곳이다. 얼굴을 모르지만, 허름한 차림으로 그곳을 쓸고 있던 이가 그 자리의 주인일 것이라고 나도 모르게 생각했다. 그리고 궁금해 했다. 척박한 삶에, 그는 왜 남들이 다니는 길을 쓸고 있는가.
제 먹을 것은 없어도 이웃들을 위해 봉사하는 삶, 같은 감동적인 것을 생각하는 재능은 없는지라 나는 결국, 그는 자기 방을 청소하고 있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멀찌감치 서서 주변을 둘러 봤지만 그의 이부자리는 보이지 않았고, 나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했을 뿐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다시 걷기 시작했다.
가는 길에는 띄엄띄엄 노숙인들이 길에서 술을 마시거나 졸고 있었다. 철도 건널목에서는 신호수들의 착각으로 차단봉이 올라가 사람들과 차들이 길을 건너는데 기차가 온다는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경보는 자동으로 울리는 것이고 올 기차를 오지 않는 것으로 그들이 착각한 것인지, 아니면 기차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차단봉을 올리면서 실수로 경보기를 켠 것인지는 알지 못한 채 나는 계속해서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