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10.(화)

피자는 잘 받아 먹었다. 일정 금액 이상을 주문하면 준다는 음료수가 올까 안 올까 궁금했는데 ― “서비스를 선택하시지 않으면 리뷰 신청이 안 된다”는 안내문을 이해하지 못했고 서비스 메뉴 선택지 같은 게 있지도 않았기 때문에 ― 오지 않았다. 지금 다시 보니 조금 더 상세한 안내가 있긴 한데 역시 뭘 하라는 건지 잘 모르겠고 애초에 내가 주문한 금액은 버팔로윙이나 치즈스틱을 주는 구간이었다. 업체가 바뀌었으니 아마 레시피도 바뀌었겠지만 맛에는 무관심하여 차이를 잡아내지 못했다. 지난 번 업체 고유의 것일 줄 알았던 와사비를 섞은 소스가 이번에도 왔다. 피자는 몇 달 전에 사 둔 맥주와 함께 먹었다. 피자는 다섯 조각을, 맥주는 반 캔 정도를 먹었다.

이번 쿠폰에는 10장 오븐구이, 15장 R사이즈 피자, 라고 적혀 있다. 과연 무언가 받아 먹을 수 있을까. 이런 식의 쿠폰을 주는 업체를 종종 이용하지만 카페를 제외하고는 쿠폰을 실제로 쓰는 경우는 드물다. 나는 자주 가지 않고 업체는 오래 버티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학에 다닐 땐 3년인가 4년을 다니고도 미용실 쿠폰에 도장 열 번을 채우지 못했고 결국 그 자리엔 다른 미용실이 개업했다. 지금 집 앞 마트에서는 1년 반 동안 적립금 천 원 정도가 쌓였다. 제일 많이 적립해 본 건 아마도 파리바게트에서 모은 해피포인트일 텐데 ― 지난 번 집에 산 3년 동안 끼니를 챙길 여유가 없을 때 종종 거기서 빵을 사 먹었다 ― 최근에 노동 조건 불량, 노조 탄압 문제가 불거지면서 발길을 끊었고 서비스도 탈퇴했다. 이만 원 조금 넘게 모인 포인트는 해피포인트 쇼핑몰에서 세간을 사는 데 썼다.

오늘 아침은 (점심께에) 남은 피자 세 조각. 조금 덜 데워졌지만 그냥 먹었다. 주섬주섬 옷을 갈아 입고 카메라에 필름을 넣고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 녹은 눈 사진을 찍으며 논밭 사이로 난 길을 한 시간쯤 걷고 카페에서 일을 하다 근처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귀가하는 계획이었는데 반쯤은 틀어졌다. 논밭에서 길을 잘못 들어 1/3쯤은 시내 도로변을 걸었고 카페는 역시나 길을 잘못 들어 지나쳐버린 데다 하필 휴무일이었다. 대강 근처 다른 카페를 찾아 갔으나 카페와 공방을 겸하는 자그마한 곳이어서 일할 만한 데는 못 됐다. 지난주에도 일하러 카페에 갔는데 휴무, 그래서 발길을 돌려 간 다른 곳도 휴무여서 맥이 빠져 일을 말았는데 오늘도 그렇게 두 군데를 본 후 포기. 장을 보고 버스로 귀가했다. 빈 냉동고를 채울 냉동야채와 꺼진 방바닥을 채울 퍼티, 녹슨 스테인리스 비누받이를 대신할 규조토 비누받이, 두부, 유통기한이 임박해 반값에 파는 레토르트 푸팟퐁 커리 세 봉지를 샀다. 냉동야채도 같은 이유로 반값이었다.

그렇게 돌아와서 점심은 밥. 어제 먹고 남은 순두부찌개로 반 그릇, 어제 해 둔 야채볶음으로 반 그릇. 저녁은 커리로 반 그릇, 야채볶음으로 반 그릇. 두 끼니 사이엔 뭘 했더라. 가구 위치를 조금 바꾸었다. 나머지 시간은 허송세월한 모양이다. 저녁을 먹은 후엔 일을 조금 했다. 좀 남은 분량을 마저 하고 잘 것이다. 그래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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