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시쯤 깼나. 금세 다시 잠들어서는 점심때가 다 돼서 일어났다. 얼려두었던 시금치를 꺼내 시금치 된장국을 끓였다. 지지난 주 서울 가기 전에 먹고 남은 것이다. 된장은 마지막 남은 한 숟갈을 썼다. 조금 부족해서 간장풍 조미료를 더했다. 다 끓은 국을 그릇에 붓고는 냄비에 계란을 부쳤다. 전기렌지를 전원만 끄고 냄비를 내리지 않았더니 잔열에 아래가 살짝 눌었다.
산책을 나갔다가 금세 포기하고 귀가했다. 크게 춥지는 않았으나 손이 너무 시렸다. 자리에 앉아 밀린 일기와 가계부를 썼다. 잠깐 정신 팔고 보면 한참씩이 지나 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산책을 시도했는데 이번엔 추워서 포기했다. 한 시간쯤 할 생각이었던 산책을 포기했으므로, 계획보다 한 시간쯤 일찍 황태김치국을 해 먹었다. 이번엔 전자렌지로 계란찜을 해 곁들였다. 그러고 언젠가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왔는데, 온도는 더 떨어졌을 텐데도, 춥지 않았다. 허기 때문이었던 모양이다.
또 뭘 했더라. 티브이 예능 한 편을 봤고 애니메이션도 몇 편 봤다. 군데군데 청소기를 돌렸다. 〈무용수-되기〉 후기를 썼다. 내일 스터디에서 볼 논문을 2/3쯤 읽었다. 보통은 스터디에서 전문을 강독하니까 예습을 하진 않는다. 내일은 전문을 미리 읽고 가서 발췌문을 함께 보기로 했다.
자정쯤, 배가 고파져서 남은 고구마 한 알을 쪄 먹으려 했는데 이미 상해 있었다. 편의점에 다녀왔다. 추웠다. 추울 만한 시간이었으므로, 그저 추울 만한 기온이었던 건지 허기 때문이었던 건지는 알 수 없다. 배를 채우고 논문을 마저 읽을 생각이었지만 어느새 사십 분쯤이 지나 곧 한 시다. 누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