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시에도 깼고 여덟 시에도 깼고 열 시에도 깼다. 그 사이에 몇 번 더 깼을지도 모른다. 몇 번이고 다시 잠든 것은 전전날 밤을 샜고 전날도 길게는 못 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몇 번이고 다시 깬 것은 전전날 밤을 새고도 마감하지 못한 글을 여전히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는 열한 시쯤 깼고 한동안 기운을 못 차리다 열두 시쯤 일을 시작했다. 두 시에 송고했다. 그리고는 비빔면으로 요기했다. 단호박도 익혀 먹었다. 아닌가, 비빔면을 먹고 나서 일을 시작했나, 오늘도 일과가 아리송하다.
오후에는 뭘 했더라, 누워서 보낸 시간이 꽤 될 것이다. 인터넷 공유기 택배 상자를 비롯해 재활용품 이것저것을 내다 놓았다. 빨래를 돌렸고, 그러던 차에 어제 급히 이은 랜선에 창을 못 닫게 된 것을 떠올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원래 선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선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 근처에 굴러다니던 ― 아무데에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 ― 선을 공유기에 꽂았던 것을 깨달았고 원래 선을 제대로 연결했다. 제일 느리고 제일 싼 상품이라 그래봐야 얼마 안 되지만, 아무튼 제 속도가 나온다.
어제 다녀온 전시 감상문을 썼다. 쓰던 중에 저녁을 먹었다. 메뉴는 김치찌개. 귀찮아서 간만에 계량컵 없이 밥을 했는데, 양이 적었다. 결국 소면을 삶아 남은 찌개에 말아 먹었다. 그리고는 또 한동안 누워 있었다. 뒤늦게 설거지를 하려고 보니 그새 잘 말라붙어 버린 터라 물을 부어 두고는 감상문을 마저 썼다. 중간에 딴짓을 좀 한 모양이다, 평소에 비해 오래 걸렸다.
점심을 하려다 냄비 코팅이 꽤 상해 있는 걸 발견했다. 설거지를 제대로 안 해 무언가 붙어 있는 거려니 하고 새로 닦았는데 그대로길래 힘을 주어 한 번 더 닦았지만 여전했다. 손끝으로 만져보니 파여 있었다. 코팅이 상한 냄비는 버린다. 이제 냄비를 새로 사야 하는데, 뭐가 됐든 무언가 사는 건 너무 귀찮은 일이다. 한동안은 프라이팬에 국을 끓일지도 모른다. 몇 년 전 언젠가는 몇 달을 그렇게 지냈다. 지금은 그때보단 요리를 열심히 하는 편이므로 그만큼 오래 가지는 않겠지만. 냄비는 손잡이를 분리해 두었다. 코팅팬은 금속으로 분리배출하면 되는 걸까.
오늘 언젠가는, 오래 전 어느 농성장에서 종종 보았던 이인 공기의 단편 〈방이 아닌 집〉을 읽었다. 몇 해 전에 산 〈일리 없는 세상〉을 꺼내 두었다.
설거지를 하고 자야 한다.
그래도 한동안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은 것 같은데 한 일이 너무 없어 의아했다. 알고 보니 일기 두 편을 썼다. 새벽에 자고 오후에 일어나기를 반복하다보니 시간감각이 엉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