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Amna Dmeida, “Between a gentle breeze and a heavy memory,” We Are Not Numbers, 2026.01.29.
언젠가는 다시 올리브 수확을 즐길 것이다. 피란민이 아니라 농부로서, 꿈꾸는 이로서, 이 땅의 자식으로서.

2022년 10월 11일. 그날이 우리가 마지막으로 올리브를 딴 날이다.
올리브 수확은 그저 연례행사 같은 것이 아니었다. 충만하게 경험하는 살아있는 기억이었다.
쌍둥이 알라Alaa와 나는 해마다 부모님, 조부모님, 삼촌들, 사촌들과 함께 해가 다 뜨기도 전에 올리브나무밭에 가곤 했다. 아직 어둑할 때 일어났고 ― 누가 올리브를 딸지, 누가 천을 받칠지, 누가 아침을 준비할지 ― 계획은 전날 밤에 모두 세워두었다.
올리브를 담을 바구니와 나무 아래에 펼쳐 올리브를 받을 흰 천, 가지를 흔들 막대를 준비했다. 타임, 올리브유, 오이피클도 준비했다. 보온병에 차를 담고 소형 버스 한 대를 대절했다.
과수원 가는 길은 “날 듯이 즐거웠다”. 웃음과 노래로 가득했고, 아직 잠이 덜 깬 사람도 있었지만 모두의 가슴 속에는 행복한 하루가 있었다.
하지만 늘 무언가 깜빡하곤 했다. 어떨 땐 차에 넣을 박하를, 어떨 땐 칼이나 숟가락 혹은 접시를, 또 어떨 땐 깔고 앉을 천을. 그럴 땐 맨바닥에 앉아야 했다. 어떨 때는 ― 어이 없게도 ― 물을 깜빡하기도 했다. 서로 깔깔대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남은 하루를 보냈다. 함께라는 걸로 충분했으니까.
도착할 즈음이면 우리를 맞아주기라도 하듯 하늘이 아침 빛깔로 물들었다. 여자들은 천을 펼치고 남자들은 사라지를 탔다. 가지 두드리는 소리는 오래된 익숙한 노래 같았다. 커다란 올리브나무 밑에서는 엄마와 숙모들이 아침을 준비했다. 신선한 빵, 깨끗한 올리브유, 그날을 위해 특별히 만든 올리브절임, 신선한 타임, 그리고 박하를 넣은 차. 그 향이, 온기가, 유대감이, 여전히 선하다.
중요한 건 올리브 자체가 아니라 가족이었다. 우리가 따는 올리브 한 알 한 알은 우리가 선조들의 농토에 계속 살 거라는, 땅과의 약속이요 우리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할아버지는 쉬는 시간이면 우리를 불러 모아 그 땅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곤 하셨다. “우리는 그저 올리브나무를 심는 게 아니란다, 우리 기억을 심는 게야.”
우리의 올리브 수확은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다. 60년 넘게 혹독한 폭력을 견뎌 온 우리의 생존 만큼이나 복잡하다. 우리다. 올리브는 우리 민족의 자긍심이다. 매년 시월마다 새로 깨쳐준다. 우리의 땅은 잊혀지지 않음을, 기억은 사라지지 않음을, 그리고 이 땅의 자식으로서 우리는 ― 우리가 아무리 먼 데 가도, 혹은 폭압자들이 우리를 아무리 흩어 놓으려 해도 ― 어디에서나 우리의 뿌리와 이어져 있음을.
피란 천막에서 맞는 생일
알라와 나는 그저 생일이 같은 쌍둥이가 아니라 같은 기억을 가진 쌍둥이다. 땅에 대한 똑같은 사랑을, 똑같은 회복력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암나와 알라, 우리 이름은 평화와 안전을 뜻한다. 평화와 안전은 우리 가족의 소망이자, 다시금 우리 나라에 만개할 우리 민족의 자질이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의 마지막 생일은 올리브를 따던 그곳에서 맞았다. 어디보다도 아름다운, 가족과 올리브가 곁에 있는 그곳에서.
전쟁이 멈췄지만 생일은 예전 같지가 않다. 황색 지대로 지정되어 여전히 점령 하에 있는 지역들의 우리의 이동과 일상을 제약하기 때문이다. 점령자들이 우리의 땅과 함께 즐거움과 생일마저도 훔쳐간 기분이다. 우리의 땅을 가져가면서 즐거움과 생일마저 훔쳐간 것 같다. 언제쯤 우리 땅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생일을 맞을 수 있을지, 언제쯤 이 아름다운 기억들을 되찾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우리는 떠나지 않는다’
가자의 땅에는 그 어느 땅보다도 많은 슬픔이 서려 있다. 농토는 포위 당했고 나무 들은 뿌리 뽑히고 있다. 농부들은 위협 속에서 올리브를 딴다.
얼마 전, 이스라엘군이 사흘 간 철수했던 틈에 할아버지는 당신의 땅을 찾아갔다. 댁과도 가까운 곳이다. 돌아와서는 내게 말씀하셨다. “밭에 가보니 땅이 기운을 다 잃었더구나, 나무들도 상했고. 아예 뿌리째 뽑히거나 불에 타버린 나무도 많았어.”
하지만 우리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주위가 온통 희망이다. 우리에게 희망은 필수다!
작가 무미아 아부-자말Mumia Abu-Jamal은 팔레스타인 민족을 두고 이렇게 썼다.
어마어마한 상실로부터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사람과 사람을, 피억압자와 피억압자를 묶어주는 연대의 과실이 맺힌다. 갈수록 잔인해지는 제국주의가 분노와 염증을 키울수록 연대의 힘 또한 커져 지상의 수많은 이들을 한데 뭉치게 한다.
『팔레스타인에 띄우는 편지: 전쟁과 점령에 대한 작가들의 대답Letters to Palestine: Writers Respond to War and Occupation』 (비제이 프라샤드Vijay Prashad 엮음, 2015)에서.
시월에는 늘 정 반대되는 것들이 공존한다. 온기와 한기가, 끝과 시작이, 슬픔과 희망이. 시월에는 상실의 아픔이 있지만 귀환의 약속도 있다. 올리브나무는 가지는 꺾여도 다시 자란다는 것을 알려준다. 우리도 그렇다. 휘어는 져도 꺾이지는 않는다.
언젠가 시월이 산들바람과 함께 돌아오면 우리는 우리네 밭으로 돌아갈 것이다. 피란민이 아니라 농부로서, 꿈꾸는 이로서, 이 땅의 자식으로서. 그때도 말할 것이다. “타임과 올리브가 여기 있는 한 우리는 떠나지 않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