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Rawan Jouda, “Inside Gaza’s Medical Emergency,” Palestine Deep Dive, 2026.01.16.

가자 누세이라트 난민촌의 지난 목요일 아침은 여느때와는 달랐다. 전투기의 굉음이 아니라, 그보다도 더 무서운 소리가 가슴을 옥좼다. 난민촌 내에 있는 알-아우다 병원의 담장 너머에서 기어나오는 고요가. 봉쇄 당한 채 모든 것이 고갈된 난민촌의 주민이니 언론을 가득 채운 공식 보도 자료를 보지 않아도 얼마 만한 재앙인지 알 수 있었다. 병원의 전력이 끊어진 것이었다.
병원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갔다. 대개 피신처를 찾는 이들이 내달리는 길이다. 길가에 오수가 흥건했다. 이웃들의 몸을 파고드 보이지 않는 적 ― 간염 바이러스 ― 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다. 병원에 도착하고 보니 어느새 익숙해진 발전기의 굉음 대신 으스스한 정적만 감돌았다. 평소라면 북적였을 정문을 지나자 어둠에 잠긴 로비가 나왔다. 간호사들의 휴대전화 플래시 불빛만이 그곳을 희미하게 밝히고 있었다.
모퉁이에 낯빛이 누런 아이 하나가 보였다. 가녀린 몸에 때이른 가을이 덮쳐오기라도 한 것 같았다. 천막촌 피란민들의 간을 갉아 먹는 “황색 페스트yellow plague”, A형 간염이다. 기적을 찾아 여기까지 온 환자들을 기다리는 건 그 기적이 반입이 차단된 “기름 몇 리터”에 달려 있다는 소식 뿐이다. 황달이 걸린 아이를 꼭 끌어안은 엄마도 보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접수대 앞에 선 아이의 눈빛이 흐렸다. 참담한 심정으로 임상검사실을 가동할 연료가 없다는 말하는 것밖에는 간호사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 순간 나는 “느린 죽음”의 진짜 뜻을 깨달았다. 문만 열면 치료제가 있는데 열쇠가, 기름 몇 방울이, 국경 너머 이스라엘에 인질로 참혀 있다.
단전斷電
칭얼대는 아이를 안은 한 어머니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천막에서 죽지 않으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전기가 없어서 그냥 여기서 죽게 되는 건가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제 잉크보다 눈물을 더 많이 먹은 일기장에 그녀의 말을 기록해둘 뿐이다. 공조기가 돌아가지 않는다. 엘리베이터도 완전히 멈췄다. 환자들이 일반병동이고 외과병동이고 할 것 없이 병원을 나서는 모습은 강제 추방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았다. 수술실이 가동을 멈춘 탓에 그들은 병상을 떠나야 했다. 연료가 없어 목숨이 달린 수술 오만 건 이상이 연기됐다. 시간 자체가 부상자들을 겨누는 또 하나의 무기가 되었다.

산부인과 병동에서는 한 여성이 어둠 속에서 신음하며 분만 중이었다. 병원은 이제 죽어가는 이들보다 살 사람을 먼저 돌보는 수밖에 없었다. 조산사의 헤드랜턴을 켤 작은 발전기 한 대를 돌리기 위해 필수 진료과들의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다른 산부들은 여러 병원으로 전원했고, 소아과 환자는 데이르 알-발라의 알 아스카 순교자 병원으로 보냈다.
의료진들이 “암시장” 이야기를 속삭이는 것을 들었다. 생명을 구하는 병원이 필사적으로 암거래상을 찾아 리터 당 12달러를 주고 기름을 사야 하는 세상이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알 아우다 병원이 그저 가동만 하는 데에도 하루에 12,000달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국제기구들도 활동을 멈추고 미안하다는 말밖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는 가운데 봉쇄 당한 병원에는 이렇게 국가 수준의 예산이 필요하다. 26개월의 가차 없는 폭격에서 겨우 살아남은 끝에 “연료 봉쇄”로 뒤통수를 맞은 일개 기관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인종학살이 시작된 후 600일 동안 현장을 떠나지 않은 수많은 의료진이 “비자발적 휴직”에 내몰리고 있다.
설계된 절멸
알-아우다 병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잠깐 지나가는 연료 위기가 아니다.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가하는 “설계된 절멸”의, 간담이 서늘해지는 새 장이다. 그에 더해, 세상이 “진정” 국면과 2026년의 소위 “회복” 전망으로 떠들썩한 사이,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을 개시한 이래 가장 치명적인 조치로 새해를 시작하기로 했다. 가자에서 국제 인도주의 단체들을 내보내기로 한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를 필두로 37개 이상의 국제기구를 쫓아 내는 이 구상은 그저 행정적인 결정이 아니다.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의료 기관들에 내리는 사형 선고다. 지칠 줄 모르고 애쓰고 필수 물자를 공급해 두 해가 넘게 이어진 가차 없는 살육과 파괴 내내 문자 그대로 우리 목숨을 부지해 준 단체들이다. 지금 그들을 내쫓는 주된 목적은 국제사회의 증언을 막고 알-아우다 병원을 비롯해 꿋꿋이 버티고 있는 기관들의 마지막 숨통을 끊는 것이다.
우리는 가자를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려는 제도적 일소institutional uprooting 과정을 마주하고 있다. 이미 UNRWA의 활동을 금지하고 산하 기관 여러 곳을 공격한 이스라엘이 이제는 기근과 절멸의 전쟁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국제 기구들을 내쫓는다. 우리는 체계적인 의료압살을 목도하고 있다. 병원들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전염병에 대응해야 하는데다 지혈 용품이 필요량의 40%밖에는 없다. 현재 의료 비축분은 가자에 필요한 최소량의 10%밖에 안 된다. 이 모든 일이 벌어지는 동안 부끄럽게도 국제사회는 침묵하고 있다.
알 아우다 병원을 나서며 뇌까렸다. 누세이라트의 동맥이 막히면 가자의 심장이 완전히 멈출 때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까. 의사가 죽어가는 이들 중 누가 조금이라도 덜 아플 자격이 있을지, 어떤 응급 수술을 미뤄야 할지 선택해야 하다니 그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가자에서 살기 위해 회복력을 배워야 했는데, 오늘 우리는 연료 탱크를 비우면 회복력을 죽일 수 있다는 걸 새로 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