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숙모 루바Ruba는 스물한 살이다. 팔레스타인에서 마지막으로 치러진 표준화 시험인 2022년 [대학 입학 자격 시험] 타우지히Tawjihi에서 ― 최상위권인 ― 93점을 받고 가자시 알-아크사 대학교에서 수학 공부를 시작했다.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꿈이 큰 사람이다. 2022년 8월에 나세르Nasser 삼촌과 결혼했다. 2023년 6월에는 사랑스러운 딸을 낳았다. 딸의 이름은 토흐파Tohfa, 아랍어로 “특별하다”, “아름답다”라는 뜻이다. 이제 곧 세 살이 된다. 나세르 삼촌과 루바는 1년 2개월 동안 행복한 신혼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 2023년 10월 7일, 전쟁이 시작되고 모든 것이 망가졌다.
둘은 인종학살 초기에 집을 떠나 자발리아 알-라피 학교로 피신했다. 가자 북부의 안전 지대라는 곳이었다. 하지만 2023년 11월 17일, 이스라엘 점령군은 학교에 퇴루탄과 백린탄을 쏘기 시작했다. 반복되는 공습으로 창이 모두 깨져 창틀만 남아 있었기에 실내로 유독 가스가 쏟아져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폭격이 쏟아지는 동안 둘은 다섯 달 된 아기 토흐파를 유사 시를 위해 마련된 아동용 안전실에 두어야 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폭격을 확대하면서 이제 북부는 위험하니 남쪽으로 가라는 내용의 전단을 뿌렸다. 결국 삼촌네 가족은 안전을 위해 얼마 후 데이르 알-발라로 가야 했다. 많은 가족들에게 그 곳이 쏟아지는 폭격을 잠시라도 피할 곳을 찾을 유일한 희망이었다.
당시 루다는 겨우 열아홉 살이었고 그녀의 딸은 아직 어려 돌봄이 필요했다. 루다는 자기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물을 긷고 위험한 장작불로 요리를 했다. 장작불로 요리를 해보기는 처음이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세르 삼촌은 전쟁통에 가격이 오르는 와중에도 돈을 벌고 가족을 먹이기 위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했다.
산산이 부서진 영혼
그 즈음 루바는 왼팔에서 낯선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가슴과 어깨까지 퍼졌지만 상황이 상황이었던지라 크게 신경쓰지 못했다. 물을 긷느라, 아니면 일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 거려니 했다.
2023년 11월에 첫 번째 휴전이 끝난 후 루바는 무너진 제 집으로 돌아갔다. 그때는 정말이미 맘이 놓이고 기뻤다. 그녀의 도움을 받아 나세르 삼촌이 최대한 집을 수리했다. 하지만 가자에서 아름다운 것은 오래 가지 않는다. 금세 전쟁이 ― 무자비하게 ― 되돌아왔다. 그들은 또 한 번 집을 떠나야 했다, 이번에는 영혼마저 산산이 부서진 채로. 왼팔 아래쪽과 가슴, 어깨의 통증도 전보다 더 심해져서 돌아왔다.
나세르가 그녀를 데리고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진단에 필요한 영상 장비를 쓸 수가 없어 병원에서도 정확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의사들은 염증이라는, 힘줄이 찢어진 거라는, 아니면 신경 손상이라는 말만 했고 늘 진통제와 항생제를 처방했다. 하지만 증상인 계속 돌아왔고 매번 심해졌다. 그녀는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고 늘 울면서 가족들에게 말했다. “나 죽을 것 같아”.
전쟁의 두 번째 국면이 일단락된 2025년 1월에는 팔 아래쪽이 종기처럼 붓더니 가슴께까지 번졌다. 나세르는 그녀를 가자시 알-아흘리 병원으로 데려갔고, 거기서는 그녀를 알-시파 병원으로 보냈다. 그곳의 의사들은 종기라고 생각해 바로 수술을 하자고 했다. 하지만 수술을 시작하고 보니 종기가 아니었다. 놀란 의사는 초조하게 통증의 원인을 찾아 보았다. 상처를 닦고 수술을 마쳤다.
한 주 후, 무정하게도 통증이 돌아왔다. 부기도 같은 곳에 다시 나타났다. 그녀는 다시 알-시파 병원을 찾았고, 의사들은 정밀 촬영을 권했다. 2025년 12월 6일에는 악성 종양이 의심된다며 부은 부분의 조직 검사를 위해 또 한 번의 수술을 하자고 했다.
루바, 나세르, 그리고 그 가족들은 검사 결과만 기다리며 두 주를 보내야 했다. 통증은 심해졌지만 아무 약도 허락되지 않았다. 맞는 약을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기도, 정확한 진단이 나오기 전에 잘못된 약을 썼다가는 상태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우리는 신께 그녀를 지켜 달라고, 그녀의 딸에게서 엄마를 데려가지 말아달라고 기도했다.
암 진단
열흘 후 결과가 나왔다. 안타깝게도 악성 암 진단을 받았다. 우리는 모두 충격에 휩싸였다. 루바는 어린 자식과 자신의 인생을, 미래를 생각하며 눈물을 터뜨렸다. 의사는 가자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며 하루 속히 밖으로 나가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스라엘의 봉쇄 탓에, 지금까지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루바는 차를, 매운 음식을, 삶을 사랑한다. 루바에게는 가족이, 꿈이,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가, 엄마가 필요한 토흐파가 있다. 토흐파에게 엄마에게 무엇이 있느냐고 묻자 그녀는 순진하게 “마마 피하 와와 하나Mama fiha Wawa hana”라고 답하며 팔께를 가리켰다. “엄마는 여기 아픈 데가 있어”라는 뜻이다. 토흐파는 밤새 엄마를 부르며 엄마가 어딨는지 묻는다. 병원에 엄마 보러 갈 거라고 말해주면 행복에 들뜬다. 루바는 그저 내 삼촌의 아내가 아니다. 자매나 마찬가지다. 타인에게 친절하고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다. 최상의 것을 누려 마땅한 사람이다.
가자 인종학살은 보건의료 체계를 극심하게 무너뜨렸다. 수많은 병의원이 파괴되어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의사나 간호사는 물론 약품, 의료 용품도 심각하게 부족하다. 게다가 전기, 연료, 수도도 끊여 그나마 남아 있는 의료 장비를 가동하거나 무균 상태를 유지하기도 어렵다.
“휴전”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인들은 가자 사람들을 돕는 데에 필요한 구호품을 아주 조금만 허용하고 있다. 그런 탓에 숙모와 삼촌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인도주의 단체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제 이스라엘인들은 그들에게도 새로운 제약을 부과하고 있다.
약품 및 의료 용품 부족이 갈수록 심해진다. 약을 사려고 처방전을 받으려면 늘 길게 줄을 서야 한다. 그런데도 종종 약국에는 약이 없고, 있더라도 가격이 터무니 없이 비싸서 살 수가 없다. 병원들에서는 약품의 절반 이상과 다른 의료 용품 대부분이 고갈되었다고 한다. 필요한 구호품 중 극히 일부만 반입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독성 무기
화학무기를 비롯한 여러 무기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잘 기록되어 있다. 나는 루바나 다른 많은 암 환자들이 아픈 것이 이스라엘이 쓴 유독 가스, 미사일 잔여물, 인, 국제적으로 금지된 폭약 탓이라고 생각한다.
가자 보건부를 인용한 세계보건기구 자료에 따르면 가자에는 현재 지속적인 치료를 요하는 암 환자가 약 11,000명 있다. 그 중 상당수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이스라엘이 쓴 무기들의 여파를 지목할 수 있다. 인권 단체들에서 금지 물질 사용에 대한 이스라엘의 책임을 묻는 독립 국제 조사를 촉구했던 무기들 말이다.
우리는 가자 사람들을 죽을 병으로 내몬 자들을 잊지도 용서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 유독하고 국제적으로 금지된 무기들이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 알면서도 막지 않았던 이들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은 가자의 보건의료 체계를 거의 완전히 파괴했다. 루바의 상태를 더 빨리 확인할 수 있었더라면 암이 퍼지기 전에 나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루바는 운명이 결정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최근에는 첫 화학요법을 받았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그녀의 남편과 가족들은 국외여행 서류 처리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면서, 그녀가 너무 늦기 전에 치료를 받으러 가자를 나갈 길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 무엇도 소용이 없다.
우리는 현실을 벗어나려 애쓰지만 전쟁이 우리 속에 산다. 우리 몸에 물리적으로, 우리 영혼에 심리적으로 흔적으로 남긴다.
죽도록 내버려진
이것은 서서히 죽도록 내버려진 이들의 이야기다. 루바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암 환자들이, 생명이 위태로운 다른 병에 걸린 누구라도, 아무 제약 없이 최대한 빨리 외국으로 가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 우리의 보건의료 체계는 온 세상이 보는 앞에서 이스라엘의 손에 무너졌다 ― 수많은 소위 “문명화된” 국가들이 무기를 제공했다. 이 환자들은 그저 통계 상의 수치가 아니다. 영혼이 꺾이고 산산조각난, 인간이다. 루바를 비롯해 가자의 모든 환자들에게 세계의 관심이 필요하다. 그들은 모욕 당하지 않고, 기다리지 않고, 국경에 갇히지 않고 살 자격이 있다.
가자 환자들은 여전히 불확실하고 부당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일부 긴급 사례에는 가자 밖으로의 이동이 허가되기도 하지만, 점령 당국의 재량에 달린 일이다. 많은 환자들이 오랜 시간 기다리고 있지만, 나갈 수 있을지 어떨지는 대개 운에 달려 있다. 아무도 규칙을 확실히 알 수 없다. 절차가 불투명하다.
세계는 동정을 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이스라엘에 가자의 모든 환자가 즉각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라고, 필요한 이들의 이동을 허가하라고, 그들의 생명권을 지킬 책임을 다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점령 권력으로서 이스라엘에는 가자의 보건의료 체계를 파괴하고 환자들의 이동을 제약한 데 대한 책임이 있다. 줄곧 지원을 제공한 나라들 역시 책임이 있다.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