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Layth Malhis, “De-Healthification: Israel’s Engineered Collapse of Palestinian Life,” Al-Shabaka, 2026.01.11.
* 아래에서 ‘보건’과 ‘건강’의 원어는 모두 health다.
목차
- 건강박탈의 정의
- 점령과 보건 방치 (1967-1986)
- 1차 인티파다와 건강의 무기화 (1987-1993)
- 오슬로와 의존성 심화시키기 (1994-2008)
- 가자 봉쇄 하의 보건의료 (2008-2023)
-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가자 인종학살
- 권고
서론
2023년 10월 이후로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벌이고 있는 인종학살적 군사 작전은 해당 영토 내 보건의료 체제의 기반을 거의 완전히 무너뜨렸다. 이스라엘점령군은 병원을 폭격하고 의료인을 살해하고 인도주의 수송단의 길을 막고 핵심 기반시설을 망가뜨렸다. 대형 인권 기구들에서는 가자에서의 보건의료 파괴를 체계적이고 고의적인 일로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종종 이것이 진정으로 의미하는 바를 지목하는 데까지는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전시의 산발적인 전술이 아니라 오랫동안 이어져 온 정책의 완성이다. 기실, 가자에서 보건 체제를 없애는 일이 시작된 것은 최근의 인종학살 한참 전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을 치료할 수 없게, 도울 길 없게, 궁극적으로 죽기 쉽게 만들려는 계산된 장기적 전략의 결과다.
본 정책 브리핑은 정착자 식민주의 하에서 건강을 통치하는 논리로 건강박탈de-healthification ― 선주 인구의 건강을 가능케 하는 조건들 자체를 체계적으로 저하시키고 차단하고 무기로 삼는 것 ― 을 제시한다. 팔레스타인에서 이스라엘의 건강박탈은 그저 “보건의료를 공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건강 자체를 지배의 영역으로, 질환과 취약성이 고의적으로 생산되고 관리되는 영역으로 재구축한다. 이 식민 체제 내에서, 불건강은 지배를 위한 조건이자 통제의 수단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건강박탈은 건강 차원에서 제거의 논리가 드러나는 것이라고, 정착자 식민 국가가 질환과 의존성을 만들어 내고 식민화된 팔레스타인 인구의 삶의 조건을 악화시킴으로써 스스로를 유지하는 경로라고 할 수 있다.
건강박탈의 정의
건강박탈은 건강이라는 보호 받는 공익을 체계적으로 강압의 영역으로 바꾸는 체제로 정의할 수 있다. 행정적 옥죄기, 기반시설 훼손, 의료의 범죄화, 의존성 조장, 지식 지우기, 생태적 사보타주, 계획적인 장애화 ― 하나하나 표적 인구의 생존, 회복, 미래를 갉아먹기 위해 설계된 것들 ― 등이 공동으로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통해 작동한다. 정착자-식민 지배 하에서 이런 메커니즘들은 서서한 행정적 폭력과 간헐적인 군사적 파괴 양자를 통해 펼쳐지면서 점차 치유의 역량을 앗아간다.
지난 수십 년 간, 팔레스타인의 건강을 지배해 온 이스라엘 식민 논리는 방치, 무기화, 의존, 봉쇄, 인종학살의 단계를 거쳤다. 팔레스타인의 보건과 생존을 조직하는 식민 구조들을 누차 갱신해 온 이 단계들의 정점이 작금의 가자 붕괴다. 통시적으로 짚어보자면 1970년대의 방치, 1차 인티파다 때의 노골적인 무기화, 오슬로 시기의 행정적 올가미, 봉쇄를 통한 생태적 숨통 막기, 그리고 지금 가자 보건 체계의 인종학살적 절멸과 같이 이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면 현재 이스라엘의 행태는 일탈이 아니라 수십 년째 갈고닦은 건강 자체의 통제에 새로운 판본이 추가된 것일 뿐임을 알 수 있다. 이 체제는 팔레스타인의 건강을 영원히 조건부로만 다루어지는 것으로, 생존을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일로 만든다.
점령과 보건 방치 (1967-1986)
이스라엘 체제는 1967년에 가자와 서안을 점령한 후로 팔레스타인 보건의료 체계를 심각하게 방치했다. 실상, 팔레스타인인의 건강을 지켜야 할 권리가 아니라 관리해야 하는 짐 취급하며 한쪽에 치워두는 정책을 제도화했다.
1970년대 내내 이스라엘 군정은 파편화되고 자원 부족에 시달리는 가자 보건 체계를 그저 보아넘겼다. 팔레스타인 의료인들이 모으고 나중에 팔레스타인의료구호위원회연맹Union of Palestinian Medical Relief Committees (UPMRC)에서 확인한 자료는 당시 진료 기관들이 심각한 결핍 속에서 운영되었음을 보여준다 ― 대부분 기본 용품이나 진단 도구, 전원 능력이 없었다. 시온주의 체제는 기반 구조에 투자하는 대신 장비나 의약품은 물론 구급차까지도 이스라엘 군의 허가를 받아야 조달할 수 있게 만드는 관료주의적 장벽을 더했다.
1970년대 말에 가자의 의사-환자 비율은 1인당 1,666명에 이르렀고 일부 지역에서는 1인당 2,200명까지 가기도 했다 ― 1948년에 점령 당한 요르단 영토의 경우 1인당 350-450명이었다. 진료 기관은 어디나 미어터졌다. 겨우 스물다섯 곳의 ― 의사는 한 명씩 뿐이고 치과의사도 구급차도 없는 ― 기관에서 의사들은 1분에 1명씩 매일 거의 200명에 달하는 환자를 보았다.
이 같은 관리된 방치의 패턴은 보건 지표 전반에서도 드러난다. 이스라엘의 중앙통계국에서는 1985년 가자와 서안의 영아 사망률을 약 1,000명 당 70명으로 추산했다. 팔레스타인 의료 네트워크들의 자료는 훨씬 암울하다. (예루살렘과 가까운 팔레스타인 마을) 비두Biddu에서는 1,000명 당 49명, 라말라 주변 마을들은 1,000명 당 91명이었고, 헤브론이나 요르단 계속 같은 빈곤 지역은 1,000명 당 100명까지도 올라갔다. 같은 해 1,000명 당 영아 사망률은 이스라엘 14명, 요르단 55명, 시리아 60명이었다. 이런 극명한 차이는 팔레스타인 보건 지표의 하락이 정치적으로 추동된 구조적 방치에 따른 것이었음을 보여준다.
기반시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패턴이다. 1974년부터 1985년까지 서안 인구는 21% 증가했지만 병상은 1,939개에서 1,308개로, 비율로 따지면 1,000명 당 2.1병상에서 1.6병상으로 줄었다. 가자에서는 인구가 26% 증가하는 동안 병상은 1,004개에서 872개로, 1,000명 당 2.4개에서 1.6개로 떨어졌다. 동기간 이스라엘은 1,000명 당 병상 약 6.1개를 유지했다.
구조적 층위에서, 이스라엘 체제의 식민 보건 통치 전략은 팔레스타인 쪽의 의존성을 만들어내고 지속시킨 개발저해de-development의 정치학을 기반으로 했다. 의료 기반시설에 관한 주요 결정은 ― 주사기 수입이든 병원 확장이든 ― 모두 이스라엘 군 당국의 중앙통제를 받았다. 식민 허가 체제라는, 팔레스타인인은 군의 승인을 받아야 이동하거나 의료를 이용할 수 있게 한 체계의 수립을 통해 이 통제가 확립되었다. 정착자 식민 국가는 이 체제를 통해, 관료주의적으로 냉담하게, 누가 죽고 누가 살지를 결정할 수 있다.
1차 인티파다와 건강의 무기화 (1987-1993)
1차 인티파다를 계기로, 팔레스타인 보건 체제에 대해 수 년을 이어졌던 관료주의적 침윤은 노골적인 식민 폭력으로 격화했다. 앞선 시기의 핵심적 특성이었던 방치는 이제 공공연하고 체계적으로 무기화된다. 1987년 팔레스타인 봉기는 이스라엘이 군사적 억압과 의료적 강압을 한데 섞어 그 통제 논리를 모든 병의원 복도로 확장하는 방아쇠가 되었다.
이 시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 중 하나는 인티파다의 최초 100일 동안 서안과 가자에 시찰단을 파견했던 인권을위한의사회Physicians for Human Rights (PHR)의 설명이다. 의사 H. 잭 가이거H. Jack Geiger는 이스라엘 군의 “폭력이 통제불가능한 전염병처럼 퍼졌다”고 술회했다. 팔레스타인 의료진과의 인터뷰는 PHR에서 목격한 것이 정책의 실패나 일탈이 아니라 규범이었음을 확인시켜 준다. 병원은 미어터졌고 장비는 부족했으며 외상 환자가 너무 많아 속수무책으로 역부족이었다. 예컨대 헤브론의 알리아정부병원에는 제대로 작동하는 혈압계가 두 개밖에 없었다.
PHR에서는 이 시기 동안 이스라엘점령군이 팔레스타인 시위대에 가한 폭력은 군중 통제를 한참 넘어선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팔다리를 박살내서 ― 특히 간부 골절상을 입혀서 ― 장애와 징벌을 가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표적이 분명한 폭력이었다. 피해자들은 복합골절과 심각한 외상, 그리고 갈비뼈 골절로 인한 피하기종 같은 합병증을 입은 채 응급실에 도착하곤 했다. 이런 부상들은 어쩌다 생긴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가해진 것이었고, 이는 당시 널리 보고되었던, 전 이스라엘 총리 이츠학 라빈의 “다리를 부러뜨려라” 독트린을 잘 보여준다 ― 이 정책의 유산은 오늘까지도 가자의 절단자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의료 전문가들은 그 폭력의 상당 부분이 팔레스타인인들의 몸을 장애화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었다고 기록했다. 총상의 절반이 다리를 겨냥한 것이었으며, 고속 총탄은 내부 파편이 조직 손상을 극대화하는 “납 눈보라” 효과를 일으켰다. 병원들은 또한 심각한 폭행이 일으킨 근융해증에 따른 신부전과 두개골 골절 직전 수준의 두부 외상에 따른 뇌출혈 빈발을 보고했다. 봉기의 첫 두 달 동안 ― 이스라엘 당국에서 발표한 공식 수치를 훌쩍 넘는 ― 수천 명이 부상을 입어 이미 약해져 있었던 보건 체계는 붕괴 직전으로 내몰렸다. 수 년간 방치된 탓에 병원들은 밀려드는 외상 환자를 수용할 수 없었고 시찰단에서 보기에 용납가능한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형편으로 돌아갔다.
게다가 이스라엘 체제는 의료진, 환자, 의료 시설을 지키기 위한 국제법 원칙인 “의료 중립성”을 일상적으로 위반했다. 이스라엘군은 구급차를 징발해 난민촌에 잡입, 체포와 폭행을 일삼았다. 보건 노동자들을 가로막고 공격하고 구금하고 추방했으며 의료 장비를 파괴하고 침상의 환자들을 잡아갔다. 팔레스타인 보건 서비스는 무너졌다. 산전 치료는 열악해졌고 예방접종은 중단되었으며 난민촌에 물이 부족해 여성들은 깨끗한 물 없이 출산을 해야 했다.
그런 한편, 이스라엘의사협회에서는 PHR 시찰단 면담을 거부했고 공직자들은 기록된 폭력을 조작으로 일축했다. 이 같은 고통의 부정은 그 자체가 건강박탈의 메커니즘이다. 위해를 숨김과 동시에 그것이 계속될 수 있게 한다. 시찰단이 결론 내린 대로, 이런 일들이 [국제법 상 전쟁으로] “인정되는 전쟁”의 맥락에서 벌어졌다면, 그들이 목격한 바의 상당 부분이 잔혹행위로 간주되었을 것이다.
1차 인티파다 때의 폭력은 이스라엘 체제의 가자·서안 보건의료 체계 파괴가 얼마나 깊은 것인지를 보여준다. 병원들은 더 이상 피난처 역할을 하지 못하고 공포와 군사 통제의 장소가 되어버렸다. 인티파다 때의 의료의 공공연한 무기화는 끝나지 않았다. 제도화되었다.
오슬로와 의존성 심화시키기 (1994-2008)
1990년대의 오슬로 협정은 팔레스타인의 자기결정권을 불러오지 않았다. 대신 이스라엘의 점령을 직접적인 지배에서 보다 확고한 형태의 원격 관리로 바꾸었다. 오슬로의 결과로 팔레스타인보건부Palestinian Ministry of Health (PMoH)가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군사 점령과 기부자에의 의존이라는 맥락 속에서였고, 이는 주권적이고 통합적인 보건 체계의 발전을 불가능하게 했다. 보건의료 제공은 여전히 PMoH, UNRWA, 비정부기구, 민간private 제공자로 나뉘어 있었다. 동시에, 이스라엘 체제는 계속해서 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통제했기에 의료 접근성은 제약적이고 자의적인 허가 체제에 달려 있었다.
오슬로는 팔레스타인 보건 체계에 대한 이스라엘의 통제를 줄여주지 않았다. 그 통제를 팔레스타인의 자치 같아 보이는 관료주의적 메커니즘으로 포장했지만 실은 이스라엘의 건강박탈을 존속 ― 및 심화 ― 시켰다. 권력 이양인 양 비쳐졌지만 보건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 데에 필요한 자원, 이동, 기본적인 의료 보급선에 대한 주권이 빠져 있었다. 국경에 대한 권한은 이스라엘이 독차지했기에, 의료기기 부품이든 항생제든 구급차 타이어든 하나하나 군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동예루살렘 등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가자, 서안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 민정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PMoH에서 허가가 필요한 치료를 위해 이관한 환자는 2011년에만 33,000명이 넘었다. 그 중 최소 6명이 승인을 기다리다 사망했다. 이른바 “보안 면접 심사” ― 투명하지도 의학적이지도 않은 법외 절차 ― 를 거치고서야 허가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2013년에는 환자 1,500명 이상이 [진료 예약이 취소될 정도의] 지연을 겪었고 아예 답을 받지 못한 환자도 250명이 넘었다.
그런 한편, 소아과 경우를 비롯해 지정된 동행인에 대한 자의적 반려는 필수 치료 접근성을 더더욱 떨어뜨렸다. 구급차의 동예루살렘 직접 진입은 검문소에서 90% 이상 거부되어 응급 환자들도 여러 번 환승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서안에서는 약 250,000건의 허가 신청 중 20% 이상이 반려되거나 지연되었다. 가자와 서안 곳곳의 수많은 환자들이 예약일을 맞추지 못해 국외에서 열악한 수준의 치료만 받거나 치료를 기다리다 사망했다.
의료 접근성에 대한 관료주의적 통제는 오슬로 이후 보건 영역의 핵심 통치 논리가 되었다. 환자들을 몇 주, 몇 달씩 기다리게 만드는 허가 지연과 반려를 통해, 이스라엘 체제는 의사, 환자, 구급자, 의료 용품을 군의 승인에 종속시킴으로써 여전히 팔레스타인인의 생존에 권한을 휘둘렀다. 이스라엘의 식민 폭력은 서류, 군사 검문소, 의료 시설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원에 대한 접근성을 통해 펼쳐졌다. 연료 제약으로 인해 가자의 병원들은 발전기에 의존해야 했고 봉쇄 하에서 붕괴에 극도로 취약해졌다.
가자 봉쇄 하의 보건의료 (2008-2023)
2007년에 하마스가 선거에서 승리하고 파타와 정치적으로 분열되면서 이스라엘은 가자의 육해공을 전면 봉쇄하고 노골적인 기반구조 숨통 막기 정책을 개시했다. 보건의료는 영구적인 파탄 상태에 들어섰다. 같은 해에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을 정도의 최소 칼로리 섭취량을 계산하고 수입량을 팔레스타인인의 생명을 참사 직전에 걸쳐 놓을 만큼으로 제한하는 식량 접근성 제약 체계를 고안했다.
2008년까지 이스라엘 체제는 암, 신부전, 외상 등 긴급 사례를 포함해 의료 의뢰의 40% 이상을 반려하거나 지연시켰다. 필수 의료 장비와 교체용 부품은 “군수품으로도 쓰일 수 있다”며 제한되었고, 연료가 부족해 병원 발전기가 계속 작동을 멈추곤 했다. 봉쇄 18개월차에 세계보건기구에서는 가자의 보건체계는 조직적인 비상 대응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경고했다.
이 같이 설계된 허약성은 더한 재앙의 토대가 되었다. 2008년 12월에 22일에 걸친 주물납 작전Operation Cast Lead의 공격이 시작되자, 이미 약해져 있었던 보건 기반구조는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안정적인 전력도, 물품도, 제대로 돌아가는 병원도 없으니 부상자 및 환자 치료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 수많은 이들이 기약 없이 치료를 기다리다 사망했다. 언뜻 에너지나 기반시설 문제 같아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실체는, 팔레스타인인의 건강과 생존을 정치적, 군사적 통제에 달린 일로 만든, 필수적인 생명줄의 체계적인 박탈이었다.
그런 점에서, 주물납 작전은 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취약성의 결과를 보여준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인 1,400명 이상을 살해하고 대량 사상 앞에서 병원들이 충분한 전기나 용품, 제대로 작동하는 설비 없이 운영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의료 센터 34개소를 파괴해 수많은 부상자를 구명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내몰았다. 2010년에 이르면, 봉쇄와 체계적 개발저해의 압력이 누적되어, 외부에서 공개적으로 가자에서 이스라엘의 행보가 인종학살적 의도에 따른 것은 아닌지 물을 정도가 된다.
2017년에 연료 공급 중단으로 가자 유일의 발전소가 가동을 멈추자 WHO에서는 심각한 연료 부족으로 인해 14개 공공 병원과 16개 일차의료 기관의 운영 중단이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봉쇄 하의 연료 제한은 수술실, 신생아 인큐베이터, 투석실, 백신 보관용 냉장고 대부분이 운영을 멈추게 만들었다. 병원들은 하루에 몇 시간씩만 전기를 나누어 써야 했고, 아동 만성 영양실조와 미량 영양소 부족 보고가 급증했다.
2018년 들어서는, 귀환 대행진Great March of Return이 봉쇄의 새 장을 열었다. 이스라엘은 고의적으로 시위대를 조준한 실탄 사격으로 2018년 3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35,000명 이상의 부상자를 내어, 수백 명의 절단을 막을 의료 용품이 없었던 외과의사들을 속수무책으로 내몰았다. 가타 마자들리Ghada Majadli의 말을 빌리자면, “몸을 조각냄으로써 민족을 조각낸” 일이었다.
이처럼, 가자는 지금의 인종학살이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이스라엘의 정책에 생물학적으로 숨통을 죄이고 있었다. 이스라엘이 가한 봉쇄는 그저 재화나 이동에 대한 제약이 아니라 인간의 생명과 건강에 필수적인 기본 조건들에 대한 직접적인 제약이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가자 인종학살
지금의 인종학살은 건강박탈의 최종장이다. 이스라엘군은 피난처였던 가자의 병원들을 처형장으로 만들고 있다. 인권기구들에서는 이스라엘군이 강제 소개에 앞서 의료 시설을 에워싸고 포위하고 폭격하고 습격하기를 일삼고 있다고 보고했다. 2023년 10월부터 2025년 5월까지 이스라엘군은 보건의로 노동자 1,400명 이상을 살해하고 보건 기관을 700회 이상 공격하면서 가자 의료 체계를 체계적으로 무너뜨리고 있다.
이스라엘군에서 2023년 10월에 알-아흘리Al-Ahli 병원을 폭격해 471명을 살해하고 370명 이상의 부상자를 낸 후로 의료 시설 표적 공격은 평범한 일이 되었다. 이는 ― 가자 최대의 외상 센터였던 ― 알-시파Al-Shifa 병원 봉쇄로 이어졌다. 2024년 4월 현재, 이스라엘의 포위와 포격, 침탈로 알-시파 병원은 가동 불능 상태다.
이스라엘군은 아무런 제제도 받지 않고 가자 보건 부문에 대한 공격을 확대했다. 그들은 알-아우다 병원Al-Awda, 카말 아드완 병원Kamal Adwan, 인도네시아 병원Indonesian, 알-란티스트 병원Al-Rantisi, 나세르 의료단지Nasser Medical Complex를 포위했다. 강제로 사람들을 내보내고 병동에 포격을 가하고 의료진을 구금하고 식음료 및 약품 공급을 차단했다. 이런 행보는 북가자의 의료 시설 전부의 문을 받으려는 이스라엘군의 계획에 따른 것이다. 2024년 1월, 이스라엘군은 알-아말Al-Amal 병원을 습격해 전면부에 직접 사격을 가하고 의사들을 구금하고 그곳에 피신해 있었던 7,0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내쫓았다. 40일 이상 봉쇄를 지속한 끝에 결국 2024년 3월에 병원을 폐쇄했다.
2023년 10월 7일 이후로 이스라엘은 가자의 생명 유지 능력을 없애버림으로써 건강박탈의 최종장을 앞당기고 있다. 200만이 넘는 가자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남은 병상은 1,800개가 채 안 된다. 수설, 투석, 암 치료, 신생아 의료는 완전히 불가능하다. 의료진 ― 아직 살아 있으면서 구금되거나 고문 당하지 않은 ― 은 포화 아래에서 전기, 항생제, 마취제도 없이 일하고 있다. 상처는 썩어 괴사하고, 절단 수술은 진통제 없이 진행된다. 영양 실조나 전에는 예방 가능했던 병이 급속히 퍼지고 있어, WHO에서는 A형 간염, 폴리오, 황달 급증을 경고한다.
우리가 지금 가자에서 목도하고 있는 것은 기아, 감염, 치료 받지 못하는 부상을 통한 생물학적 전쟁 ― 가산 아부 시타Ghassan Abu Sittah는 “인종학살의 생물권biosphere”이라 부른다 ― 이다. 이스라엘의 공격은 환경적, 사회적, 생물학적 파괴를 일으키면서 무시무시한 타격을 가하고 있다. 이스라엘 체제는 하수처리장과 염수 담수화 시설 파괴하고 온 동네를 쓰레기로 가득 채우고 대수층을 오염시키고 농경지를 불태움으로써 공기, 물, 토양을 무기화했다. 과수원, 온실, 관개수로를 폭격해 식량 생산이라는 것 자체를 없애 버렸다. 이제 물을 마시고 숨을 쉬고 작물을 심는 데에도 치명적인 위험이 따른다.
이스라엘의 건강박탈 정책은 “인종학살의 생물권”의 핵심이다. 팔레스타인인의 생명의 가능성 자체에 가해지는 계산된 공격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며, 의료를 소멸시킴으로써 선주민들의 몸을 없앴다. 팔레스타인인들은 폭격, 봉쇄, 관료주의적 통제에서 살아남는다 해도 치료 받을 수 없는 고통에 내몰린다 ― 나을, 회복할, 혹은 저항할 권리를 부정 당한다.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에는 총탄도 쓰이지만, 더 결정적인 것은 패혈증, 사산, 고통으로 인한 질식이다. 목적은 생명을 유지시키는 체계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인구에게서 의사를, 진료소를, 병원을 빼앗는다. 이는 보건 체계의 붕괴가 아니라 생명의 조건 자체를 없애버리도록 설계된 식민 논리의 실현이다.
권고
국제 사회에서 인종학살의 핵심인 보건의 파괴를 중심에 놓고 심판하지 않는 한, 휴전 외교로는 끝내 부족할 것이다. 건강박탈의 종식을 위해서는 인도적 구호와 재건을 넘어서는 조치가 필요하다. 각국 정부와 유엔 기구들, 국제 사법 기구들, 기부자들, 팔레스타인 보건 기관들, 팔레스타인 건강 주권의 파괴를 방지하고 되돌릴 책임이 있는 이들의 급선무는 다음과 같다.
- 건강박탈을 범죄로 인정할 것
국제 법정 및 [유엔] 인권메커니즘에서는 건강박탈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도입해 보건 체계의 의도적 파괴는 집단적 처벌과 집단 제거의 수단임을 확실히 해야 한다. 이 범죄를 명명함으로써 모니터링, 기록, 법적 책무성을 강화할 수 있다.
- 이전의 위법행위를 기소할 수 있게 할 것
법원 및 조사 기구는 수십 년에 걸친 포위, 개발저해, 팔레스타인 보건의 구조적 저하를 포함하는 장기적 관점에서 이스라엘의 위법행위를 평가해야 한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체계 붕괴는 구조적 폭력으로 간주되어야 하며, ― 정치적, 군사적으로 지원한 국가들을 포함해 ― 모든 공모자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 해방에 뿌리를 둔 구고적 회복을 추구할 것
재건 및 회복 노력은 주권에 기반해 팔레스타인이 주도해야 한다. 이는 국경, 영공, 연료, 의료 공급망에 대한 이스라엘의 통제의 종식, 의료 허가 체제 철폐, 환자와 제공자의 자유로운 이동 보장, 미래의 봉쇄 전술에 맞선 법적 보호책 확립을 요한다.
- 해방적 의료를 위한 지식 기반을 구축할 것
학술 기관 및 국제 보건 네트워크들은 팔레스타인의 주도로 점령 하에서의 건강을 연구하고 점령의 영향을 받은 공동체들을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을 생산한 해방적 의료를 위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연구는 자선이 아니라 정의를 우선시해야 한다.
- 의료 기관에 대한 절대적 보호책을 수립할 것
국제 인도주의 법을 개정해 의료 시설에 대한 공격을 방조하는 허점들을 없애야 한다. 각국은 보건의료 기반시설 및 인력에 대한 절대적인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의료 기관 보호를 불가침의 강행 규범으로 인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