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Refaat Ibrahim, “Trapped between the sea and the yellow line,” We Are Not Numbers, 2026.01.02.
10월 10일 휴전 후에도 가자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그저 모습이 달라졌을 뿐.

파괴와 비인간적인 상황이 두 해를 이어진 끝에 휴전이 발효되자 가자 사람들은 상황이 나아질 수도 있겠다는 실낱 같은 희망을 품었다. 2025년 10월 10일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하고 튀르키예, 카타르, 이집트에서 함께한 합의안에는 수감자 문제 해결, 이스라엘점령군 단계적 철수, 민간인 귀환, 인도적 지원, 재건 계획 등에 관한 조항들이 포괄적으로 담겨 있었다.
발표 한 달이 지나도록 이 약속 중 어느 것도 실현되지 않았고, 희망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그저 모습이 달라졌을 뿐이다. 가자의 상황은 날이 갈수록 가혹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계속해서 가자 지구 상당 부분을 통제하며 수십만 명을 피란의 쳇바퀴에 가두었다.
합의안은 1차 철수 후 수감자를 석방하고 이어서 민간인들이 파괴 당한 자신의 집과 땅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2차 철수를 진행한다, 점령군은 완충지대에 주둔하다가 완전히 철수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를 전혀 따르지 않다시피 하고 있다. 공식 수치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여전히 가자 영토의 53%를 통제하며 “황색 선”이라는, 커다란 노란 색 콘크리트 블록으로 표시된 안보 장벽에 둘러싸인 폐쇄 구역으로 만들어 가자 지구의 나머지 영역과 차단하고 있다.
황색 선은 새로운 고통의 상징이 되었다. 이 넓은 구역에서 이스라엘군은 주거용 건물 대부분을 무너뜨리고 전역을 허허벌판으로 만드는 체계적인 파괴를 계속한다. 협상안에 군대는 철수하고 민간인은 귀환해야 한다고 분명히 적혀 있음에도 이스라엘인들은 누구라도 제대로 표시되어 있지도 않은 “황색 선”을 넘으면 총을 쏜다.
이는 이중의 인도적 비극을 일으킨다. 수만 명의 피란민 가족이 어쩔 수 없이 가자 서부의 알-마와시 해안 지역에 남아 있다. 가자 면적의 3%밖에 안 되는 곳이지만 피란 인구 대부분이 몰려 있어 현재 중동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곳에 속한다. 사람들은 공공서비스도, 기반시설도, 깨끗한 물도, 원래 살던 동네로 돌아갈 가능성도 없는 숨 막히는 척박한 환경에서 지낸다.
겨울이 오면서 상황은 더 나빠졌다. 2년을 쓰느라 낡을 대로 낡아버린 천막은 더는 강풍을 버티지 못하며 사방에서 빗물이 샌다. 기나긴 피란 생활 동안 여러 번 옮겨야 했던 경우가 많았던 탓에 더더욱 약해진 상태다. 비닐 시트는 갈라졌고 모래밭에 박아둔 말뚝은 계속 빠지는데다 비가 내리면 땅이 진창이 되어 남은 세간이 쓸려나간다.
2025년 5월에 라파에서 알-마와시로 피란한 이스라 아부 모타르Israa Abu Motair는 그녀의 가족이 피란한 첫 날을 이렇게 기억한다. “우기가 아닌데도 비가 내렸던 게 기억나요. 하늘이 우리의 고통을 연습시키기라도 했나봐요. 사방에서 물이 떨어져서 깼어요. 매트리스도 젖고 다른 물건들도 못 쓰게 됐죠. 천막에 눅눅한 냄새가 가득했어요. 하지만 제일 힘들었던 건 서로의 눈을 보는 거였어요…. 두려움과 모욕감으로, 아직도 말로 설명 못할 어떤 패배감으로 가득한 눈이요.”
이스라는 그 천막이 집처럼 느껴진 적은 한 순간도 없었다고 했다. “저희 집은 필라델피 회랑에[1]역주 ― 가자지구와 이집트가 맞닿은 국경지대로, 이스라엘은 하마스 견제를 빌미로 필라델피 회랑 영구 주둔을 고집해 왔다. 2025년 초의 휴전 … (계속) 있었어요. 2년 내내 협상의 장애물이 되고 있는 곳이죠. 첫 합의안이 발표됐을 땐 이런 문장을 적었어요. ‘내일이면 새들은 둥지로 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여기 있다는 게 쓰라리다.’ 속에 담긴 기억과 함께 깡그리 사라져 버린 제 집의 잔해를 밟아 볼 기회조차 없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그녀는 고통과 희망이 모두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전쟁이 돌아오리라고는, 새 휴전이 제가 살던 도시 전체를 황색 선 안에 집어 넣어버리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여기 난민촌에서 제일 자주 들리는 물음은 이거예요. 우리는 언제쯤 돌아가게 될까? 이게 물음인지 바람인지 모르겠네요. 이제 집이 남아 있지 않다는 건 우리도 알지만, 돌아간다는 건 집 문제가 아니에요… 그 땅으로 돌아가는 거죠. 전부 재가 되어 버렸다고 해도, 우리는 그곳의 공기를 들이쉬고 그곳의 거리를 걷고 싶은 거예요.”
제 나라 안에서 난민 신세가 되는 일의 잔인함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여전히 나라 안에 있으면서 망명객이 된다는 것, 바로 앞에 있는데도 자기네 도시에 가는 일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 가끔은 이 모든 파괴를 보고 있느니 멀리 떠나는 게 차라리 쉽겠다는 생각도 해요. 하지만 희망은 언제나 길을 찾죠. 황색 선이 제아무리 길어도 우리의 끈기만큼 길지는 못해요.”
주
| ↑1 | 역주 ― 가자지구와 이집트가 맞닿은 국경지대로, 이스라엘은 하마스 견제를 빌미로 필라델피 회랑 영구 주둔을 고집해 왔다. 2025년 초의 휴전 합의에는 이 지역에서의 완전 철수가 1단계 휴전의 조건으로 명시되었지만 이스라엘은 초기에 주둔 인원을 감축했을 뿐 결국 철수 거부를 선언했다. 2025년 10월 휴전안에서는 완전 철수를 장기적인 목표로 거론했을 뿐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으며 통제권을 이스라엘에 부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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