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대의의 든든한 지원자인 베네주엘라가 현재 당하고 있는 위협을 중심으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세계 각국을 동요시키려 하는 합중국의 시도를 고찰하는 팔레스타인 언론인 아셀 살레의 글.

1945년의 히로시마, 나가사키에서부터 1955-1975년에 베트남을 상대로 한 전쟁, 2001-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 2003년 이라크 침략에 이르기까지, 합중국 전쟁 기계는 눈도 깜빡하지 않고 전 세계 곳곳에서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매번 거짓 빌미를 써먹었다.
이 잔혹한 기계는 이후로도 아랍 항쟁 시기에 서아시아, 주로 시리아와 예멘에서 대리전에 불을 붙이고 기름을 부으며, 직접적으로는 아니라도 계속해서 살인적인 작전들을 이어 갔다.
이스라엘에 흔들림 없는 군사 원조를 제공하는 것 역시 이 호전적인 제국의 핵심 전략이다. 시온주의 국가가 수립된 1948년 이래로 이를 통해 해당 권역의 숨통을 움켜쥐고 있다.
그 어디든 대규모 학살과 매규모 파괴가 벌어지는 곳에는 반드시 합중국이 있다. 팔레스타인 시인 마흐무드 다르위시Mahmoud Darwish가 합중국의 레바논 내전(1975-1990) 공모를 규탄하며 한 말들이 떠오른다.
겉으로 보기에는 당시 분쟁에 직접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지만, 합중국은 이스라엘에 전투기와 집속탄cluster bomb을 지원했고, 이스라엘은 그 무기로 레바논 전역에서 끔찍한 전쟁범죄를 저질렀다.
다르위시는 이렇게 말했다.
합중국은 담장 위에서 아이들에게 죽음다발cluster-death 장난감을 선물하네
오 그대 아랍의 연인(베이루트)은 히로시마요, 합중국이 역병이고 역병이 합중국이라
우리는 잠에 들고 전투기와 합중국은 우리를 깨우는구나
합중국은 오직 합중국만을 위하고
상공은 죄 하늘 나는 괴물을 위한 콘크리트가 되어버렸네
우리는 커튼 뒤에 숨고 건물은 몸을 떨고 문들은 펄쩍 뛰고
합중국이 문 뒤에 있다, 문 뒤에 합중국이 있다
가자에서 베네수엘라까지, 여전히 문 뒤에 합중국이 있다
경제적으로든 지정학적으로든 이익이 되는 나라라면 어디든 문 뒤에 합중국이 있었고 지금도 있으며 앞으로도 늘 있을 것이다. 합중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어느 나라든 자기가 고르기만 하면 그 부富를 빼앗을 혹은 적절하다 싶으면 어디서든 제 부동산 제국을 넓힐 권리가 있다는 듯 1기, 2기 내내 주인처럼 굴고 있다.
트럼프의 탐욕에는 끝이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가자 지구에서 끔찍한 인종학살을 벌이고 인구 전체를 고의적으로 굶기는 이스라엘의 공모자 정도가 아니라 동반자다. 인종학살이 지중의 특유의 해안이 있는 가자를 “중동의 리비에라”로 바꾸겠다는 제 꿈을 실현시켜 주기만 한다면야 그에게 7만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을 죽이는 일은 별것도 아니다.
가자를 허황된 부동산 프로젝트의 적임지로 여기는 것이 트럼프가 이스라엘의 인종학살 공격을 지지하는 유일한 이유는 아닌 듯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가자에는 연간 4천만 달러에 이르는 가치가 있는 연안 천연 가스가 있다.
이스라엘의 점령과 합중국이 지원하는 식민 기획에 맞서 온 팔레스타인 풀뿌리, 저항 단체들이 있는 한 가자와 그 가스전을 차지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니 합중국이 목적을 이루려면 이 포위 당한 땅덩어리를 상대로 무자비한 전쟁을 벌이는 수밖에는 없다.
합중국이 베네수엘라를 공격하는 것도 똑같은 제국주의 방정식에 따른 일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것은 카리브해 마약 거래 연루 혐의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1]역주 ― 김보라, 〈美 탐낸 ‘3030억 배럴 베네수 원유’…마두로 축출 진짜 이유였나〉, 《동아일보》, 2026.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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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가들은 이 침공 계획에 정치적, 경제적 동기가 있다고 말한다. 합중국은 볼리바르 반제국주의 혁명의 지도자로 결코 자국의 석유 자원을 착취하게 허락하거나 굴복하지 않을 인물인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를 쓰러뜨리려 하고 있다.
수 년에 걸쳐 압도적인 제제를 가하고도 베네수엘라를 굴복시키는 데 실패한 합중국은 반복적으로 군사 행동 위협을 가하고 있다. 그 사이 합중국은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2]역주 ―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 10년 넘게 장기집권 중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독재에 맞서 민주화 … (계속) 주도의 극렬한 저항을 이끌기도 했지만 내분을 일으켜 베네수엘라를 동요시키는 데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와 비슷하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압박해 무기를 내려 놓고 항복하게 하고자 2007년부터 가자를 숨도 못 쉬게 봉쇄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2023년 10월 7일부터 2년을 이어진 인종학살을 시작하기 16년 전부터 말이다. 또한 팔레스타인의 두 주요 당파 파타와 하마스의 분열을 가중시켜 단결을 방해하고 팔레스타인에 혼란을 퍼뜨려 왔다.
팔레스타인의 대의는 볼리바르의 대의다
팔레스타인들과 베네수엘라인들 모두, 자신들의 투쟁은 합중국 주도의 서구 제국주의 헤게모니·파시즘에 맞선 투쟁이라는 점에서 서로 다르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세상을 떠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우고 차베스는 이 점을 그저 말로만 강조하지 않고 팔레스타인 민족과 그들의 정당한 대의에 대한 실질적이고 꾸준한 지지로 보여 주었다.
차베스는 2009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팔레스타인 대통령 마흐무드 압바스를 맞이하며 “볼리바르 혁명은 그 첫 날부터 팔레스타인 민족의 편, 팔레스타인 민족을 짓밟고 살해하고 절멸시키려 드는 인종학살 국가 이스라엘에 맞선 그들의 잊지 못할 투쟁의 편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투쟁은 해방자(시몬 볼리바르)와 볼리바르 혁명의 제1순위 투쟁”이라고 덧붙였다.
마두로는 팔레스타인 대의를 “인류의 가장 신성한 대의”로 여기에 그에 연대하는 차베스의 유산을 이어 왔다. 베네수엘라 민중이 일상에서 늘 가슴 속에 품고 있는 관심사이기도 하다.
그러니 팔레스타인인들이 국제주의자들, 의식 있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베네수엘라의 독립과 주권을 지키기 위해 뭉치고 나서야 할 때다. 한 나라가 제국주의에 패배하면 다른 모든 나라의 의지도 약해지고 만다.
고인이 된 팔레스타인 저항 지도자 파티 샤카키Fathi Shaqaqi가 한 말이 있다. “우리에게 인종학살 전쟁이 가해지는데 따로따로 싸운다는 것은 안 될 일이다. 다함께 들고 일어서지 않으면 저들은 우리를 하나씩 하나씩 제거할 것이다.”
주
| ↑1 | 역주 ― 김보라, 〈美 탐낸 ‘3030억 배럴 베네수 원유’…마두로 축출 진짜 이유였나〉, 《동아일보》, 2026.01.03. |
|---|---|
| ↑2 | 역주 ―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 10년 넘게 장기집권 중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독재에 맞서 민주화 투쟁을 해온 공로를 인정받아서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었고 “X(옛 트위터)에 “이 상을 고통받는 베네수엘라 국민과 우리 대의를 지지해준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바친다”는 수상 소감을 발표해 논란이 됐”다. 유설희, 〈’미국과 충돌않는 평화’에만 주는 노벨평화상? 노벨평화상 수상자의 목숨 건 베네수엘라 탈출기〉, 《경향신문》, 2025.1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