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였나, 그끄제였나. (기분으로는 그제 같은데 그제는 도서관 휴무일이었다.) 느지막히 일어나 도서관에 간 것이 오후 세 시쯤. 전산실에서 일을 하는둥 마는둥 하다 보니 금세 두 시간 사십 분 가량이 지났다. 문 닫기 이십 분 전. 짐을 싸서 일어서는데 뒤에서 어떤 노인이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모습이 보였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무언가 부탁하다 거절 당하는 모양새였다.
아마도 조금 전에 도서관 직원이 답답해 했던 그 사람인 듯했다. 지메일 계정을 들고 카카오메일에 로그인하고 싶다고 한 사람. 무엇이 안 되는진 몰라도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메일을 보고 싶은 거라면 지메일을 보려는 건지 카카오메일을 보고 싶은 건지 한참을 물었다. 직원은 큰 소리를 냈지만 상대는 조용히 답했으므로 내 자리에서는 들리지 않았다.
아마도 거절당한 그는 나를 보더니 고개를 가볍게 숙여 인사를 건네고 다가 왔다. 컴퓨터 쓰는 법 좀 봐줄 수 있냐고 물었다. 같이 그의 자리로 가니 네이버 로그인 화면이 떠 있었다. 어느 칸에 무엇을 ― 그의 휴대전화 메모장에는 도메인까지 붙은 메일 주소와 도메인은 뗀 아이디, 그리고 암호가 기록되어 있었다 ― 입력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천천히 타이핑하기를 기다렸다. 그 다음엔 마우스의 어느 버튼을 화면의 어느 버튼 위에서 눌러야 하는지를.
이윽고 뜬 메일 목록에는 온갖 공지와 홍보만 가득했다. 그나마도 그는 제대로 보지 않았다. 이번에는 카카오메일에 로그인하고 싶다고 했다. 메모장에는 지메일의 메일주소 아이디, 암호가 카카오라는 제목과 함께 적혀 있었다. 카카오에는 다른 업체 메일 주소로도 접속할 수 있다. 일단 그대로 다 적도록 안내했다. 로그인 버튼을 누르자 “나는 로봇이 아닙니다” 확인란이 떴다. 어디에 체크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었다. 다시 로그인 버튼을 누르자 이번엔 “교각이 포함된 이미지를 모두 선택하십시오”가 떴다. 대강 설명했지만 썩 알아듣진 못하는 듯했다. 틀리면 다시 뜨니까 일단 적당히 선택해 보시라고 하고 몇 개를 누른 후 확인 버튼, 다시 로그인 버튼.
아이디나 암호가 틀렸다는 문구가 떴다. 글씨는 작고 화면은 낯선 탓에 그는 발견하지 못했다. 메모가 잘못됐거나 이전에 여러 번 틀려서 강제로 바꾸셨거나 한 모양이라고 했더니 그렇잖아도 아까 무슨 문자 메시지 같은 게 왔다고 했다. 메시지 목록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화면에 뜬 거였나, 중얼거리는 그에게 비밀번호 찾기 기능이 있다고 말해 주었다. 우선 카카오톡을 열어 계정을 확인했다. 지메일이 아니라 카카오 도메인이 붙어 있었다.
다시 로그인을 시도했지만 이번에도 아이디나 암호가 틀렸다는 문구. 비밀번호 찾기. 통신사를 통해 한 번, 카카오에서 한 번, 두 번의 본인 인증을 거쳐 ― 앞의 것은 그가, 뒤의 것은 내가 입력했다 ― 비밀번호를 재설정했다. 알파벳 대소문자, 숫자, 특수문자가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는 문구도 그는 발견하지 못했다. 다행히 원래 암호에 소문자, 숫자, 특수문자는 포함되어 있어서 약간만 바꾸어 등록하고 메모장에도 고쳐적었다.
이번에는 휴면계정이라는 알림이 떴다. 해제 버튼을 눌렀고 추가 인증을 요구 받지는 않았다. 이건 오랫동안 안 쓰면 뜨는 건데요, 오랜만에 로그인 하신 건가요 묻자 한 일 년만이라고 했다. 겨우 사용법을 배우고 계정을 만들었는데 팔이 부러지는 바람에 오랜만에 다시 해 보는 거라고. 마찬가지로 공지와 홍보만 가득했다. 목록을 내려보면 메일 계정 만드는 법을 알려준 이와 시험삼아 주고 받은 무언가가 있었을까.
그러는 사이 두어 번, QR코드로 로그인 하는 방법을 알려드렸지만 마땅치 않은 모양이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아이디와 암호로 로그인하는 연습을 했다. (숨어 있는 로그아웃 버튼의 위치를 알려드려야 했다.) 전화번호를 저장해 두고 다음에도 코치를 받으면 좋겠는데… 하는 그에게 번호는 드릴 수 있는데 제가 자주는 못 와서요 ― 한두 주 매일 가다 또 한동안 안 가다를 반복한다 ― 답하고는 일단 휴대전화에 번호를 적어 주었다. 그 즈음 직원은 곧 문을 닫는다며 사람들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인사를 하고 전산실을 나와서는 화장실에 들렀다 도서관을 나섰다. 예의 그 직원이 퇴근하는 모습이 보였다. 노인은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