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Abed Abou Shhadeh, “The Gaza genocide is not a ‘bug’ – it is the logic of Israel’s system,” Middle East Eye, 2025.06.09.
아베드 아부 샤데
진정으로 인종학살에 반대한다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통제 구조에 전면 반대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이제 “인종학살 전쟁”이라 부르는 일이 가자에서 벌어진 지 600일이 넘어가면서, 강경 이스라엘 지지자들까지도 그 동기를 묻고 있다. 이스라엘의 행위를 “인종학살”이라는 말로 설명하기 시작한 이들도 있다.
하지만 오로지 가자에만 초점을 맞추면 더 큰 틀의,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전략이 드러나지 않게 된다 — 서안, 동예루살렘, 1967년이전 국경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인들을 겨냥한 전략 말이다.
인종학살에 효과적으로 맞서려면, 가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비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이스라엘 사법체계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가하는 체계적인 비인간화, 수탈, 법적 차별 또한 거부해야 한다.
피어스 모건이나 전 백악관 대변인 매슈 밀러 같은 서구 논자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벌이는 일을 비판하는 데 늑장을 부렸다. 그들의 플랫폼이 몇 달째 이스라엘을 정당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들의 뒤늦은 비판은 깊이 뿌리 박혀 있는 전제를 드러낸다 — 이스라엘은 “틀렸음이 증명되지 않은 한 옳”고 팔레스타인인들은 “옳다고 증명되지 않은 한 틀렸다”는 전제.
이런 불균형은 식민 특권과 팔레스타인인의 삶에 대한 이스라엘의 거의 총체적인 — 강에서 바다에 이르는 — 통제에서 비롯된다. 전기, 물, 이동, 경제 활동 등 삶의 모든 면면을 통제함으로써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공동체들은 제 이익에 봉사하게 만들고 팔레스타인 정치를 직접적으로 조작한다.
통제의 청사진
“가자 지구strict”라는 말은 1948년 나크바 이후에야 생겨났다.
그 전에는 가자 지방District이 있었다. 대략 1,196 평방킬로미터에 이르는 크기였다. 나크바 이후에는 — 원래 크기의 1/4에 못 미치는 — 겨우 365 평방킬로미터로 줄었다.
1948년 이전, 가자 지방에는 15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살았다. 나크바 후에 새로 형성된 가자 지구 인구는 28만 명 — 원래 인구 중 8만 명, 다른 곳에서 피란 온 난민 20만 명 — 으로 불었다
이스라엘에게 가자는 “최소한의 유대인에게 최대한의 땅”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땅에 최대한의 아랍인을”이라는 논리를 나타내는 것이 되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 특히 오슬로 협정 이후 — 가자는 닫힌 계가 되었다. 칼로리 배급은 최저 수준으로 유지되었고 전기와 물은 빡빡하게 통제되었으며 이동은 크게 제한되었다.
2008년부터 2023년 9월까지, 이스라엘은 가자에 네 번의 대규모 군사 공격을 감행해 약 6,300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했다.
이만한 파괴에도 불구하고 중진 이스라엘 정치인이나 군 간부 그 누구도 책임을 추궁 받지 않았다.
이 같은 몰수와 필수재 제한, 주기적인 전쟁의 모델은 민간 통제를 위한 청사진으로 여겨져 왔으며 유의미한 국제 제제를 사실상 전혀 받지 않았다.
이런 전략을 설계한 것은 전 이스라엘 총리 아리엘 샤론이다. 그의 2005년 철수 계획Disengagement Plan은 인구학적 계산을 토대로 한 것이었다. 가자에 팔레스타인인은 100만 명이 넘고 [이스라엘] 정착민은 겨우 9천 명인 상태에서 직접적인 군사 통치의 경제적, 정치적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2004년 합중국 당국자와의 회담에서 샤론은 가자에서 철수하는 대신 미국이 서안지구 정착촌 확장을 지원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리고 바로 그 일이 일어났다. 서안 지구 정착민은, 동예루살렘을 제외하고도, 25만에서 50만으로 늘었다.
법제화된 우월적 지위
동시에, 후임 리쿠드당 정권 하에서,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 시민의 시민권을 약화시키는 수많은 법안이 통과되었다.
2011년 나크바법Nakba Law은 재무장관에게 나크바를 추모하는 기관에 공적 자금 지원을 중단할 권한을 부여했다.
2017년 카미니츠법Kaminitz Law은 국가에 “미승인” 건축물을 철거할 — 팔레스타인인 마을에 과도한 타격을 가할 — 전면적인 권한을 부여했다.
2018년 민족국가법Nation-State Law은 히브리어를 이스라엘의 유일한 공용어로 지정하고 아랍어를 “특별 지위”로 격하하였으며 유대인 정착촌만이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더 최근에 제정된 법률들은 이스라엘 당국에 “테러리스트” 혐의를 받은 이들의 가족을 적법절차 없이 추방하고 팔레스타인의 저항에 동조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공개적인 표현 일체를 금지할 권한을 부여한다.
이런 법률들은 팔레스타인인의 삶에 대해 유대인의 삶을 특권화하는 인종화된 시민권 위계를 갈수록 공고히 하고 있다.
점령의 확장
2024년 말, 2025년 초, 크네세트는 헤브론 인근의 팔레스타인 국유지, 사유지를 모두 몰수할 수 있게 하는 일련의 건축 허가를 승인했다. 2007년 이후로는 없었던 규모의 확장이었다.
헤브론에서만 약 5천 그루의 올리브 나무가 뽑혔다. 제닌과 누르샴스의 난민촌은 완전히 파괴되었다.
2023년 10월부터 2025년 중반까지, 이스라엘군은 서안에서 팔레스타인인 약 9백 명을 살해하고 만사천 명을 체포했다 — 전면적인 행정 구금 명령에 많은 이들이 아무런 혐의도 없이 잡혀 갔다.
같은 시기, 이스라엘 당국은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인 가옥 227채 및 이스라엘 내의 다른 팔레스타인인 마을들을 철거하기도 했다. 사소한 건축 규제 위반을 들어 대규모 철거를 정당화했다.
그런 한편, “네게브(나카브) 사막 개발”을 구실로 이스라엘은 2024년에 2011년 모케딤Mokedim (“초점”) 계획을 되살렸다. 그 후로 수만 두남의 땅이 몰수 예정지가 되어, 약 8만5천 명에 이르는 베두인계 시민들의 터전이 위협 받고 있다.
소위 “비공인 마을들unrecognised villages”을 밀어버리고 베두인 공동체들을 국가 공인 거주구에 강제로 몰아 넣으려는 계획이다.
현재 이스라엘의 태도는 그저 2023년 10월 7일 사건에 대한 응수가 아니다.
팔레스타인인을 비인간화, 범죄화하는 한 세기를 이어져 온 작전의 최신판이다. 이 서사는 서구 언론과 정치에서 널리 받아들여져 이스라엘이 무슨 짓을 하든 전 세계 청중이 이스라엘 편을 들게 만들어 왔다.
가자의 대대적인 파괴를 기록한 이미지가 매일 나오는데도 세계가 마침내 입장을 바꾸기까지 거의 두 해가 걸렸다. 하지만 가자는 이스라엘 체제의 “버그”가 아니다 — [설계 단계에서부터 포함되어 있는] 기능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인구 누구에게든 주저 없이 가동하려 드는 극단적인 수단을 보여주는 것이다.
설계된 잔혹성
가자에서의 인종학살은 일탈이 아니다 — 체제의 작동원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행하는 다른 모든 일을 무시하고 가자에서 벌어지는 일만 비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스라엘 정계의 일부 파벌들과 그 국제적 동맹들은 이제 이 재난이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음 —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임을 — 을 깨닫고 있다. 그래서 수습책 마련 단계로 넘어갔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체제는 해체하지 않는 한 계속될 것임을 세계에 다시 한 번 알리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진정으로 인종학살에 반대한다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통제 구조에 전면 반대해야 한다.
이는 “격분”하거나 일시적으로 도를 넘은 문제가 아니다. 팔레스타인인에 대해 이스라엘의 유대인의 우월적 지위를 지키기 위해 현실을 왜곡하고 강제로 뜯어고치도록 설계된 체제의 문제가.
2차 인티파다 중에 그러했듯, 선거가 다가오고 있는 지금 이스라엘에서는 네타냐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늘어날 것이다. 전쟁 자체에 반대해서가 아니라 국제적인 반발로 치르게 될 대가가 너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제와 국제적 보이콧이 두려워 “오슬로 2.0” — 약속으로 가득한, 그러나 이전 것과 마찬가지로 궁극적으로 가자 인종학살 이후 통제를 확립하도록 설계된 “평화구축 과정peace process” — 을 획책하려 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팔레스타인의 다음 재난은 그저 시간 문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