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5-17.(토-월)

2025.03.15. (토)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 반팔 차림으로 행진을 시작했는데 길가에 있던 한 노년 남성이 말을 걸었다. 춥지 않냐고, 괜찮다고 했더니 손을 덥썩 잡으며 몇 번인가 인사와 응원을 했다. 남들 외투 입을 때 반팔 차림으로 다니면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거는 건 흔한 일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어두워서 얼굴도 잘 안 보여서 별 생각 없이 인삿말을 나누고 마저 걸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너무 극진한 인사였던 터라 혹시 아는 사람을 못 알아봤나 걱정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아는 노년 남성이 딱히 없긴 하지만 그래도 혹시…

2025.03.16. (일)

일찍 일어난 김에 아침부터 일을 좀 하기로 했다. 평소에 가는 카페는 아직 문을 안 연 시간이라 먼 데를 가려다 비가 와서 가까운 ― 하지만 근처 다른 곳들보다 천 원쯤 비싸서 거의 안 가는 ― 카페에 앉았다. 한참 일을 하고 있는데 옆자리 사람이 어딘가 다녀오다가 애매한 데 멈춰 서서는 내 쪽을 힐끔거렸다. 옆에 뭐라도 있나 했는데 그렇지는 않았고 그도 곧 자기 자리에 앉았다. 그러더니 잠시 후 다가와서는 팔레스타인 국기 맞느냐고 물었다. 내 노트북에는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질베르 아슈카르 저,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역, 리시올, 2024)를 사고 받은 (것을 포함해) 팔레스타인 스티커가 몇 장 붙어 있다. 맞다고 했더니 반가워서 말을 걸었다며, 연대의 뜻이라며 사탕 하나를 건넸다. 멋쩍게 받은 후 내게도 무언가 있나 가방을 뒤져 보았으나 아무 것도 없었다. 일을 하다 일어서며 인사를 하려 했는데 그는 고개를 숙이고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허공에 꾸벅, 하고 카페를 나섰다.

2025.03.17. (월)

저 노트북은 한 달쯤 전부터 쓰기 시작한 것이다. A가 주었다. 1년 조금 넘게 쓴 원래 쓰던 것은 중고 거래 앱에 매물로 등록해 두었다. 사양 기준으로나 정가 기준으로나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이지만 아마도 그래봐야 수십만 원 돈인데다 인기 브랜드도 아닌 탓에 영 팔리지 않고 있다. 몇 번에 걸쳐 야금야금 가격을 깎았고 오늘은 하한선이다 싶은 가격으로 변경했다. 그랬더니 금세 메시지가 왔다.

택배 거래도 괜찮냐기에 선입금 반품 불가 조건이면 괜찮지만 보고 사셔야 하지 않겠냐고 했더니 자긴 다른 지역에 와 있어서 와이프가 대신 나갈 거라며, 나에게 와이프에게 연락을 해 달라고 했다. 무언가 수상쩍었지만 내가 파는 위치에서 당할 수 있는 사기가 떠오르지 않아서 그러마고 했다. 내가 연락해도 되고 그냥 매물 링크 전달해서 그쪽에서 내게 연락하게 해도 된다고 했더니 전화번호를 주었다. 번호를 적어주지 않고 메신저 앱 프로필을 캡처해서 보내기에 또 수상쩍었지만 여전히 내가 파는 위치에서 당할 수 있는 사기는 떠오르지 않아서 그 번호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한참이 지나도 답이 없었다. 번호를 잘못 입력했나 싶어 중고 거래 앱 대화창을 다시 열었는데 위쪽에 경고 메시지가 떴다. “○○○○○님이 부적합한 서비스 이용 정책 위반으로 이용 제한되었어요.” 무슨 짓을 했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아무래도, 남의 집으로 배달 음식 잔뜩 주문하는 식의 짓에 엮여든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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