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Tanatsha Mongluang & John Mendiola, “Seen with Pride or through pinkwashed lenses? The LGBTQIA+ community in Thailand,” Silk Legal, 2021.
여러 NGO에서 일했다는 필자 이력만 보고 NGO에서 낸 글이려니 하고 읽기(번역하기) 시작했는데 태국에서 기업 전문으로 운영되는 로펌에서 발행한 글이었다…. 태국의 동성결혼법은 지난 2024년에 의회를 통과하고 국왕의 승인을 받아 2025년 1월 23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최근 들어 여러 사회가 평등과 수용의 확대를 위해 싸우면서, LGBTQIA+ 권리를 둘러싼 전 지구적 담론이 상당한 모멘텀을 얻었다. 태국도 예외가 아니다. 자긍심의 달Pride Month은 다양성과 평등의 축제이기도 하지만, 태국의 맥락에서 LGBTQIA+ 권리 증진에 있어 그간의 진보와 남은 과제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 글은 태국에서의 중요한 법적 발전, 문화적 고려점들, 법 구조 안팎에서 현재도 이어지고 있는 권리 옹호들을 살펴보면서 태국의 LGBTQIA+ 권리를 둘러싸고 진화 중인 법적 지평을 비추고자 한다. 차별, 성별 인정, 고용 등의 주제를 세세하게 짚어봄으로써 태국의 LGBTQIA+ 공동체에 영향력을 미치는 법적 지평을 간략히 개관할 것이다.
태국 맥락에서 LGBTQIA+ 공동체
태국 전통 사회는 사람을 남성 아니면 여성으로 분류하고 각자의 품행, 직업 선택, 사회적 역할 등에 구체적인 기대를 부여하는 엄격한 성별 고정관념을 고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국은 적어도 14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며 현재의 라타나코신 왕가 시대까지 이어지는 유구한 비이성애규범적 품행의 역사를 갖고 있다. 태국 왕족들의 동성애에 관한 기술과 묘사가 여럿 발견된 바 있다. 하지만 19세기 말, 20세기 초 서구화에 이어 보다 경직된 성별 역할 개념들이 세를 얻으면서, 오늘날에는 많은 태국 전통주의자들의 보수적 관점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현재로 건너뛰어 보자면, 태국은 관용으로 전 지구적인 명성을 얻었다. LGBTQIA+ 공동체는 여전히 수많은 난관을 마주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태국이 LGBTQIA+ 여행자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로 홍보되고 있음에도 공동체 성원들을 위한 법적 보호장치와 인정이 부족함에 많은 방문객이 놀라곤 한다. 관용과 수용의 이 같은 불일치에 종종 사회적 낙인, 법적 권리의 부족, 경우에 따라서는 심지어 폭력이 뒤따른다. 태국 당국이 이 문제를 경시한다는 혐의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가정폭력 문제에 대응하는 데에도 애를 먹고 있는 나라에서, 경찰이 폭력 발생 시에 종종 개입을 주저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LGBTQIA+ 공동체 성원들은 특히 취약하다.
유엔개발프로그램(UNDP)에서 의뢰한 한 조사에 따르면 태국의 비LGBTQIA+ 인구는 대게 LGBTQIA+ 공동체 성원들의 평등한 권리와 접근성을 지지하지만 LGBTQIA+ 개개인을 가족, 동료, 학생, 지인으로 받아들이는 문제에 있어서는 지지도가 상당히 떨어진다. LGBTQIA+ 개개인은 낙인과 차별로 인해 여전히 고용 기회의 제약을 겪고 있다는 점도 확인된다.
세계은행의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로, LGBTQIA+가 직업을 구하거나 교육을 받거나 부동산을 구매 혹은 임대하거나 법적 보호를 구할 때 차별이 만연하다고 지적한다. 이런 어려움은 특히 트랜스젠더 남성, 여성에게서 두드러진다.
하지만 공동체가 계속해서 사회적, 정치적 대표성을 얻어 가고 있기에 법적인 보호와 인정이 개선될 희망이 있다. 이 희망은 2023년 선거에서 선명히 드러났다. 전진당Move Forward Party, 프아타이당Pheu Thai 등 주요 정당들이 차별금지법 제정과 동성 결혼 인정을 공약한 것이다. 이런 선거 공약이 실현될지는 지켜 볼 일이지만, LGBTQIA+ 유권자들은 차기 정부가 자신들과 함께 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성평등법 B.E. 2558, 시민결합 등의 법적 발전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태국에서 LGBTQIA+에게 보호를 제공하는 법령은 성평등법Gender Equality Act B.E. 2558(2015)이 유일하다. 이 법은 “원래의 성별gender과 다른 성적sexual 표현을 하는” 이에 대한 차별을 비롯해 성별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한다. 또한 성별에 상관 없이 모든 사람의 평등한 기회를 장려하고 민간, 공공 조직에 평등 계획 도입을 의무화하며 정부 기관, 국영 기업, 교육 기관 등 여러 층위에서 성평등을 확립한다. 나아가 성별에 근거한 차별을 해결하고자 하는 개개인을 위한 처리 절차도 담고 있다.
기념비적인 법이기는 하지만, 비판가들은 이 법이 LGBTQIA+에 대한 차별에 유효한 대응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주로, 강제력이 약한데다 심지어는 이 법이 보호하고자 이들에게도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탓이다. 실제로 이 법의 일부 조항은 특수한 사례들, 특히 “개인의 복지와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서나 “종교적 규율을 따르기” 위해서 혹은 “국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서하고 주장하는 경우의 차별을 정당화한다. 게다가 개인이 소를 제기하는 데 대해 특수한 조건을 요구한다. 특히 차별 행위가 우선 발생해야만 소를 제기할 수 있는데, 그로 인해 2016년에 성평등 활동가들이 LGBTQIA+ 학생을 거부한 학교를 상대로 제기한 소가 기각된 바 있다.
작년에는, LGBTQIA+ 커플들에게 획기적이라 여겨진 일이 있었다. 법무부가 제안한 동성 커플이 동반자 관계를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시민결합법을 태국 내각이 승인한 것이다. 민법과 상법을 개정해 동성 동반자들이 재산 공동 관리, 의료 동의, 상속, 입양권을 비롯해 이성 커플에게 주어지는 여러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하는 법안이었다. 그러나 LGBTQIA+ 공동체에 속한 비판가들은 개인 소득세 공제, 정부 연금 수급 자격 등 특정 권리들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법안이 ‘퀴어 베이팅’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도, 이 글을 쓰는 현재, 해당 법안은 물론 동성 결혼을 제안하는 어떤 법안도 여전히 실현되지 않고 있다.
기업과 일터에서의 LGBTQIA+ 공동체
산업 분야, 소득 수준, 일의 성격에 따라 LGBTQIA+의 경험은 사람마다 다르다. 일부 기업, 특히 젊은 층이 일하는 국내외 대기업은 포용inclusive 정책을 두고 있지만, 마케팅과 투자 유치를 위해 LGBTQIA+ 이해당사자에게 립서비스만 하거나 그들의 곤경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터에 그런 정책을 시행하도록 강제하는 법령이 없어, 개별 사업장의 재량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실크리걸Silk Legal은 포용성과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 인사 정책을 시행한다. 성별 정체성 및 표현, 성적 지향, 인종, 국적에 관계 없이 온갖 배경에서 온 팀원을 환영하는, 개방적이고 다양한 인재군을 두고 있는 로펌이다. 모든 팀원에게 승진 기회를 보장하고 반차별 정책을 엄격히 준수한다. 또한 LGBTQIA+ 직원의 경험에서 배우는 문화를 장려한다. 안타깝게도, 이런 포용 문화는 태국에 기반을 둔 회사들에 널리 퍼져 있지 않다.
회사의 [부정적인] 태도를 헤쳐나가야만 한다는 것은 많은 LGBTQIA+ 구직자에게 개인적으로나 직업적으로나 기운 빠지는 일이다. 국제노동기구(ILO)의 2018년 연구에 따르면 LGBTQIA+ 구직자의 절반 가량이 명시적으로 그들을 배제하는 구인 공고를 본 적이 있으며 나머지 중에서도 33%는 면접에서 섹슈얼리티나 개인사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고 보고했다. LGBTQIA+ 직원들은 또한 승진하거나 급여가 높은 자리에 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미래는 어떨 것인가?
지난 방콕 자긍심 행진에 정부 여러 대표자가 참여한 것은 물론 LGBTQIA+ 권리 확대를 약속한 야권이 선거에서 승리했기에 태국 LGBTQIA+ 권리의 진전을 조심스레 낙관해 볼 만은 하다. 여전히 고된 싸움이 되겠지만, LGBTQIA+ 쟁점이 태국 정치 담론의 중요 요소가 되었다는 사실이 이미 긍정적인 전환을 시사한다.
그 동안에, LGBTQIA+ 개개인의 마주하는 경험과 우리의 권리를 둘러싼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이런 논의들은 다양한 이해당사자들 간의 이해를 증진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사업체 규정에 관해서든 입법에 관해서는 우리의 싸움과 우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선의의 정책을 확보하는 일이기도 하다.
미래의 방향이 어떻게 전개되든, 자긍심이란 LGBTQIA+ 정체성에 대한 축하인 만큼이나 평등한 권리에의 요구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갈수록 많은 사업체와 기업이, 심지어는 정부 기관이 시류에 편승하고 있지만 자긍심은 자긍심의 달에 유행병처럼 퍼진 피상적인 핑크워싱을 넘어서야 한다. 그저 무지개 로고나 무지개 테마 홍보물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LGBTQIA+가 일터에서 포용된다고 느낄 수 있게 할 정책을 만들든 평등한 권리를 옹호하든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LGBTQIA+는 그저 기업이 소비자, 주주, 투자자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쓰는 피상적인 ESG 점검 항목이 아니다. 우리는 존중 받고 존엄할 자격이 있는 다채로운 사람들이며 다른 모두와 마찬가지로 노동자, 사업가, 전문가, 친구, 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