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엔 안산. 한의원. 오후엔 서울. 카페에서 독서. 어제 읽던 책을 마저 읽었다. 백 쪽 정도 남아서 마저 읽고 자려고 했는데 아마도 그냥 잘 듯하다. 초반부보다 좀 더 재밌지만 여전히 특별하진 않다. 전후반에는 반 반半 자를, 초중종반에는 반상 반盤 자를 쓴다는 걸 안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카페에서는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일이 들어 왔는데 일정을 비롯해 몇 가지 문제가 있어 내일 하루쯤은 고민해 보아야 할 성 싶다. 고민만으로 되는 건 아니고 무언가를 읽어야 한다. 그렇잖아도 읽어야 할 것이 쌓여 있어 도서관에 갈 생각이었는데 여유가 될지 모르겠다.
벽지가 대강 말랐으므로, 우선은 청소로 시작할 것이다. 마르면서 두 군데가 울었는데 ― 자신할 순 없지만 ― 아마도 수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침엔 우선 창을 열어 풀냄새를 빼고 남은 부분 재단, 풀자국 청소 따위를 해야 한다. 얼마나 일찍 일어나 얼마나 일찍 끝내는지에 따라 고민을 위한 읽기만 할지 도서관에도 갈지가 정해질 것이다.
카페를 나와서는 문구점과 서점과 생활용품점에 들렀다. 외국 사는 친구들에게 보낼 연하장에 입춘대길 스티커라도 동봉해볼까 했는데 그런 것은 팔지 않았다. 서점에서는 책을 대강 둘러보는 척만 했다. 생활용품점은 두 곳에 갔다. 한곳에서는 립밤을, 한곳에서는 “두피 샴푸 브러시”라는 것을 샀다. 겨울이 되니 어김없이 입술이 튼다. 늦가을부터 왠지 이따금 비듬이 생긴다. 쇼핑을 마치고 거리를 배회하다 초밥을 먹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카드를 잃어버렸다. 고속버스 출발시각을 십 분 앞두고 지하철역을 나오려던 차에 알았다. 역무원 호출벨을 눌러 카드를 잃어버렸다고 말하자 카드 종류를 물었다. 신용카드에 딸린 후불교통카드라고 말하자 그냥 나가라며 문을 열어주었다. 정산을 해야 하니 기다리라고 하고는 한참 후에 나타난 역무원에게 다른 카드도 현금도 없음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하다 버스를 놓칠까봐 걱정했는데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후불교통카드는 제한시간이 넘도록 하차 태그를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최고 요금이 부과되는 걸까.[1]이 조항이 적용되는 게 맞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방금 찾아보니 수도권 전철 1-8호선 여객운송약관 제 6 장 운임반환 및 보상의 제29조(개표 또는 … (계속) 선불교통카드였다면 저렇게 되었을까. 카드를 찍고 들어와 지하철을 타기 전에 주머니에 있던 잡다한 것들을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그때 같이 버린 걸까. 분리수거를 하느라 하나하나 살피며 버렸으니 그렇지는 않을 텐데. 그럼 지하철 좌석에 떨어진 걸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집에 들어오는 길에는 편의점에 들러 택배를 찾았다.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한 『턴어웨이: 임신중지를 거부당한 여자들』(다이애나 그린 포스터 저, 김보영 역, 동녘, 2021)이다. 물론 집으로 바로 받을 수도 있고 다른 ― 편의점에서 수령하기 옵션이 없는 ― 택배는 그렇게 받는다. 이사 온 직후에는 책도 그렇게 받았다. 여름에 카드를 잃어버렸을 때 (반년 사이 두 번째, 한 해 사이 세 번째 분실이다) 카드 배송원이 전화를 끊으며 “아이고 미치겠네” 하고 중얼거리는 걸 들은 후로는 이렇게 받고 있다. 그가 무엇에 힘겨워 했는지야 알 수 없지만, 집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3층이다. 집 앞에는 다른 택배 하나가 와 있었다.
주
↑1 | 이 조항이 적용되는 게 맞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방금 찾아보니 수도권 전철 1-8호선 여객운송약관 제 6 장 운임반환 및 보상의 제29조(개표 또는 집표가 되지 않은 승차권의 처리 등) ③항은 이렇게 규정되어 있다. “승차권(우대용 1회권 및 우대용 교통카드 제외) 개표 후 집표 시까지 5시간이 초과되었을 경우에는 해당 승차권의 기본운임을 추가로 내야 합니다.” 2호선에서 타서 3호선에서 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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