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종일 졸렸다. 오전엔 자다깨다 했다. 느지막히 점심을, 많이 먹었다. (오후엔 그래서 졸렸을까.) 점심은 생선구이. 기본찬으로 미역국이 듬뿍 나왔다. 십여 년 전 어느 술집에서 역시 기본 찬으로 나온 미역국을 데워 준다고 가져가더니 큰 솥에다 붓고 휘휘 저어 다시 떠서 담아주었던 일을 생각했다. 서너 해 전 어느 횟집 셀프바에 있던 미역국을 뜨던 다른 테이블의 누군가도 생각했다. 그는 국자를 미역국 솥과 제 그릇에 번갈아 담갔다.
그리고는 카페에 앉아 책을 읽었다. 출간되자마자 사놓고는 한참을 펼쳐보지조차 않은 여러 권 중 하나다. 한 글자도 읽지 않은 채 친구들의 호평만 여러 번 들어 왔다. 1999년인가에 초판이 나온 책의 번역서다. 번역서가 나온 건 두어 해쯤 되었을까. 들은 만큼 흥미롭거나 감동적이지는 않았다. 재미 없는 책이란 건 아니다. 너무 오랫동안 커다란 호평만 반복해 들은 탓이다.
저녁에는 대개 누워 있었다. 책을 조금 더 읽고 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