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속에서는 푸르게 보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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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oonlight, black boys look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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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이라 불리는 아이가 있다. 별명 그대로 작고 마른 아이다. 남자 아이들의 우악스런 놀이에는 잘 끼지 않는다. 아이들의 괴롭힘을 받는다. 아이의 피부는 검다. 아이에겐 아비가 없고 아이의 어미는 마약을 한다. 아이의 친구는 마약 딜러다. 아이는 호모다. 어느것 하나, ‘평범한’ 것이 없는 아이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리틀, 이라 불리는 아이, 샤이론은 아마도 마약 딜러 후안에게서 세상을 배운다. 주변을 경계하는 법을, 수영을, 그리고 아마 그 외에도 잡다한 것들을, 샤이론은 후안에게서 배운다. 후안은 세상을 떠난다. 샤이론은 키가 컸지만 여전히 리틀이라 불린다. 
또 한 명의 친구가 있다. 케빈. 처음으로 마음을 열고 몸을 부대끼며 놀았던 친구, 처음으로 키스한 친구, 처음으로 섹스한 친구. 리틀, 이라는 별명 대신 블랙이라는 별명으로 샤이론을 부르는 친구다. 사내 아이들의 무리에 끼기 위해, 샤이론에게 주먹을 날리는 친구다.
샤이론은 신고 대신 복수를 택한다. 소년원에 간다. 어느덧 어른이 된 샤이론은 더 이상 작지 않다. 큰 차를 몬다. 앞니에, 목에, 손목에 금덩이를 두르고 있다. 자기 구역을 가진 마약 딜러다. 케빈 이후로는 누구와도 키스하지 않았다. 섹스하지 않았다.
‘평범한’ 것이 없다고 썼지만, 왜소한 게이라는 점을 빼면, 슬럼가의 여느 흑인 아이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잘 알지 못하는 삶이다. 게이라는 핸디캡을 안고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였을 것이다. 아무도 만나지 않음으로써 게이인 스스로를 지우고, 운동으로 몸집을 키움으로써 왜소한 스스로를 지우며 마침내 덩치 큰 건달로 ‘훌륭히’ 성장하는 한 아이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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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색맹이므로, 푸른 색은 보지 못했다. 조금씩 낯빛의 밝기가 다른, 그러나 모두가 검은, 그런 이들이 여럿 나와 화면을 메우는 것을 보았을 뿐이다. 웅얼거리고 흘리는, 어딘가로 새어버리는 듯한 발음의 언어로, 자기들만의 영어로 소통하는 사람 여럿을 보았을 뿐이다. 
무엇을 배우며 자랐을까. 학교에서는 내가 배웠던 것과 마찬가지의 것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놀이는 내가 아는 것들과는 달랐다. 샤이론이 생각하는 스스로의 운명 ― 마약 딜러가 될 운명, 은 나로서는 상상조차 해 본 적 없는 것이었다.
다른 언어를 가진다는 것, 다른 내용을 가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실은 같은 언어이므로 언제든 소통될 수 있지만 결코 그렇게 되지는 않는 무언가에 대해 생각한다. ‘지방’에서의 삶, 빈민가에서의 삶, 그런 것들을 생각한다. 포이동 266번지, 서울 한복판에서 평생을 산 그들의 말씨는 내가 아는 서울말과는 달랐다. 그런 것들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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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 바깥에 존재하는 곳에도 나름의 질서가 있다. 그 질서에 대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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