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민 개인전 : 나와 당신을 위한 위로

양경민 2nd 개인전
 ‘ 나와 당신을 위한 위로 ‘

 기간 :: 2009. 3. 11 – 3. 24
장소 :: 인사동 갤러리 하나아트
(open _ 11:00 am. close _ 7:00 pm)

 

그림 속 고양이들은 새하얗고 푸르고 황금빛으로 된 꽃잎으로 몸을 두루고 있지만

그 꽃잎들은 이내 흩날려 사라져 버릴 것이고,

고양이들 역시 눈물을 흘리거나 아픔, 혹은 고통을 껴안은 채 당신을 바라본다.

화려해보이고 행복해보이는 사람일지라도 진정으로 가깝게 그 사람을 알게되면

누구나 자신만의 고독과 아픔을 껴안은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인지, 나는 누군가를 알면 알수록 그 사람이 가엽다.

문득문득 대가없는 위로가 필요한

나와,

또 당신을 위해.


   위로, 그것이야말로 어쩌면 내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일는지도 모른다. 세상에 상처받은, 사람에게 상처받은 모든 이들에 대한, 그리고 나에 대한 위로말이다. 아픈 사람이 당신만이 아님을, 아픈 것이 당신의 탓이 아님을 나는 말하고 싶다.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말이다. 글도, 사진도, 그리고 요즘 끄적이는 그림들도 모두다 어쩌면 그것을 위한 것일는지도 모른다.
   네이버 블로그를 하면서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화가들이 몇 있다. 직업화가도 있고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나, 미대에 가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도 있다. 그 중에 양경민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사학과를 졸업하고 게임 캐릭터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얼마전부터 직업화가로서의 삶을 시작한 사람이다.
   고양이를 주로 그리는 그는, 장래희망이 집시라고, 그렇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그를 보면서, 정확히는 그의 그림을 보면서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서로를 껴안고 눈믈을 흘리는 고양이들, 화려한 색의 털로 슬픔과 아픔을 감싸는 그의 고양이들을 보면서 나도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주변에서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미대 가고 싶다는 나의 바람도 아마 그를 보면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인사동 하나아트갤러리에서 그의 개인전이 있었다. 예전에 한번 그의 소품전을 보러가려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가격이 만만찮은 음식점 안에서 열린 통에 가보지 못했다. 이번에는 갤러리, 그러니까 무료로 개방된 공간에 열려서 다행히 갈 수 있었다. 원래는 지난 주말에 가려고 했었는데 이런저런 일들로 미루다가 오늘에야 갔다. S와 동행하기로 했는데, 하루씩 번갈아가며 아팠던 탓이다.
   느지막히 일어나서 바스라질 듯한 몸일 굳이 끌고 집을 나섰다. 곧 죽는다 해도 글이나 그림, 사진이나 음악을 포기하고는 못 살 거라는 내 생각이 이럴 때 증명된다. 썩 좋은 일만은 아니다. 정말로 걷다가 죽을 것 같으니 말이다. 더군다가 지금은 무릎 연골이 상해서 의사가 돌아다니지 말라고 했는데, 오늘도 결국 원없이 걷고 말았다.
   일곱시까지 열려 있는 전시장에, 여섯시 쯤에 도착했다. 몇 년 전부터 보고 싶었던 작가의 그림들이라 그림 하나하나의 앞에 서서 뚫어지도록 바라봤다. 얼마 안 되는 공간에 여남은 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꽤 오랜 시간을 들여서 그림들을 바라봤다. 의자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차마 탁자 앞에 놓인 의자들을 끌어다 놓고 앉아서 그림을 보지는 못했다.
   내가 그림을 보는 동안 S는 그림 속의 동물이 족제비일까 담비일까를 내내 궁금해 했다. 나는 그것이 개가 아닐 거라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족제비로도 보이고 돼지로도 보였다. 내가 그림을 보는 동안 작가, 그러니까 양경민 씨는 책을 읽거나 홍보 엽서 뒷면에 액자 구입 고객들에게 나눠 줄 드로잉을 그리고 있었다. 나를 비롯한 전시의 관람객들에게 Y자 모양의 수제 쿠키를 나누어 주기도 했다.
   한참 그림을 보고 나서 밖으로 나왔는데 S가 없었다. 기다리다 못해 다른 곳으로 갔다보다 싶어 나도 나와서 다른 곳을 향했다. 종종 들르는 백송화랑에 갔는데, 역시 늦은 시각이라 문이 닫혀 있었다. S는 밖에 나간 게 아니라 그 건물 안에 있는 휴식 공간에 있었는데 내가 없어져서 자긴 쌈짓길에 가 있었단다. 하나아트갤러리 앞에서 만나 전시를 다시 보러 들어 갔다.
   한참을 보고 나갔다가 또 들어와서 또 한참을 보자 신경이 쓰였는지 작가 분께서 쿠키를 하나 더 주셨다. K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작가에게 그 동물의 정체를 물었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궁금해 했지만 나머지는 두고두고 생각해 보고 싶다며 끝내 묻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알았는데, K는 테이블 위에 있던 드로잉을 한 장 슬쩍했단다. 뭔가 다른 그림이 찍힌 엽서가 있길래 다른 버전의 홍보물인 줄 알았다나.
   위로, 몇 평 안되는 좁은 공간에서 나는 그것을 똑똑히 보았다. 화려한 색과 차분한 표정의 고양이들, 그 고양이들의 포옹과 그들이 흘린 꽃잎 눈물, 그들을 둘러싼 색색의 바람,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그린 작가의 손놀림. 아크릴 물감의 질감이 생생히 느껴졌고, 온갖 색들이 선명히 보였다. 나와 당신을 위한 위로, 우리 모두를 위한 위로, 정말이지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훌륭히 해내고 있는 그의 그림들이 참 좋았다.

전시를 볼 수 없는 이들을 위해, 그의 그림들.

*그림 아래의 제목을 누르면 작가의 블로그로 연결됩니다.
*사족이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제일 아래의 그림.
*아, 그리고 물론, 전시장엔 이것보다 더 많은 그림이 있습니다.
*작가의 홈페이지는 http://leyley.kr

양경민 개인전 : 나와 당신을 위한 위로」에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ㅎㅎ 와아 가장 와닿는말

    전시를 볼수없는 이들을 위해, 그의 그림들.. ㅎㅎㅎ

    1. 아이고- 집회 가기 전에 한 시간 쯤 일찍 가서 인사동 전시장들도 둘러보고 그렇게 좀 살으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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