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사람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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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말해두자. 굳이 찾아가서 볼 만한 연극은 못 된다. 폭력이 사실적으로 재현되는 장면을 지켜보는 걸 좋아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연극으로 보아야 할 이유는 없는 작품이다. 각본으로든 소설로든, 읽을 필요 또한 크게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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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이중적인 의미로 읽힌다. 실제로 주인공의 주변에서 하나 둘씩 사람들이 사라진다. 그리고 극중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 ‘사람 구실’하는 인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극중의 인물들이 사라진 사람을 찾는 동안, 관객은 무대에서 — 나아가 세계에서 사람을 찾는다.
주인공 원영은 악덕 부동산업자다. 아니, 악덕한 인물이자 부동산업자다. 부동산업을 악하게 이용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지만, 그는 미성년 성매수 전과자이자 현재 외도중인 사람이며 장애인을 상대로 폭행과 착취를 일삼는 사람이다. 〈사람을 찾습니다〉가 원영에 대한 이야기라면, 아마도 이 연극은 사람답지 않은 삶에 대한, 어떤 악한 삶에 대한 보고서다.
원영을 조금은 옹호해 주고 싶었을까. 원영은 놀고 먹는 친구들에게 매일 밥을 사 주는 사람이자 한때 자신에게 성을 팔았던 고등학생에게 사랑 받는 사람이며 자신이 폭행하는 규남을 때로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다. 누구 하나 근본까지 악한 사람은, 세계에서 없어져야 할 사람은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하기엔 너무도 통속적인 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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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혜는 원영의 외도 상대다. 우는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대신 개를 산책 시키는 인물이다. 아마도 예전엔 술집에서 일했던 것 같다. 새 직업을 구한 친구에게 부탁해 일자리를 얻어 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그 외의 정보는 특별한 것이 없다. 아, 우는 아이가 원영의 아이라고 — 믿거나 말거나 — 말한다는 정도. 그것을 뒤늦게 말한 것은, 아이를 고아원에 보내지 않기 위해서였다는 정도.
연극의 시작을 알리는 암전이 있고 잠시 후 어둠 속에서 남자의 비명인지 신음인지가 들려 온다. 시작부터 고문 장면인가 했으나 불이 밝혀지면 보이는 것은 섹스를 하고 있는 원영과 인혜다. 이 장면이 삽입된 이유는 극이 끝나도록 알 수 없었다. 둘이 성적인 관계라는 것을 보이는 데에는 다른 연출도 가능했을 텐데.
섹스 장면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문제는 극중에서 인혜가, 또 한 명의 여성인 여고생이, 그리고 또 한 명의 여성인 다방 종업원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인혜는 희생되기 위하여, 여고생은 원영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다방 종업원은 희롱당하기 위하여 등장한다고 해도 심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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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남은 장애인이다. 대사는 많지 않다. 악취를 풍기는 인물이고 개 사료를 먹는 인물이다. 무대 위에서의 주된 역할은 원영에게 맞는 것이다. 후반부에서 밝혀지듯, 아마 실종 사건의 범인이기도 하다. 사람은 죽이고 개는 살리는 인물이다. 작중에서의 주된 역할은 원영의 폭력성을 드러내는 것, 그리고 이 연극을 ‘미스터리 스릴러’로 만드는 것이다.
이 연극을 미스터리로 만드는 두어 가지 장치가 있다. 하나는 원영의 주변에서 사라지는 사람들 — 그리고 개들. 또 하나는 원영의 주변에서 뒤바뀌는 인물들. 후자에 대해 말해보자. 경찰서를 찾은 영원을 맞는 것은 박종만 형사다. 원영의 친구 박종만과 똑같이 생긴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원영이 사람을 잘못 본 것이라 말한다. 다른 형사도, 그가 잡아온 범인도 모두 원영의 친구와 똑같이 생겼다.
전자는 스토리의 일부로서 갖는 기능이 조금이나마 있다고 한다면, 후자는 이 연극의 다른 어느 요소와도 유기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후반부에 원영이 다시 한 번 이를 언급할 뿐인데, 그 때 그는 묻는다. “너희, 살아 있기는 한 거냐?” 이 대사 역시, 아무런 유기적 의미를 갖지 않는다. 규남이 귀얄로 이들을 쓸고 지나가는, 그러나 이들 중 누구도 반응하지 않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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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규남은 몇 마디 말을 하고 객석 어딘가로 자리를 옮긴다. 그렇게 극이 끝나는데, 커튼콜에서도 규남은 자리를 지킨다. 다른 배우들이 인사를 할 때도 규남은 초점 없는 눈빛으로 그저 자리를 지킨다. 아무 이유 없이 객석을 침범한 것이다. 무대와 객석 둘 다를 보느라, 목이 아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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