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15일, 이스라엘군은 남레바논 크파르슈바Kfarshouba 외곽의 올리브 농장 지대 아자리엘Azariel에서 주민들과 농부들을 내쫓았다. 수확을 하고 싶으면 다음주에 돌아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튿날 아침, 이스라엘 불도저 한 대가 탱크 두 대의 호위 속에 올리브 농장에 쳐들어와 나무들을 뽑았다.
쫓겨나기 며칠 전, 크파르슈바의 농부 체블리Chebli는 이스라엘 불도저가 이웃의 올리브 나무 일흔 그루를 뽑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이웃에게 다가가보니 울고 있었다”며 “스무 해 넘게 땅을 갈고 가지를 친 과수원인데 아직 수확도 하지 못한 터였다”고 했다.
올해 6월에 부분 휴전 협정에 서명한 후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에서 “보안 구역security zone”이라 부르는 곳에는 “테러 기반 시설 파괴를 계속”하기 위해 군대가 주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더해 이스라엘 방위부 장관 이스라엘 카츠가 레바논 민간인의 리타니Litani 강 이남 귀환을 불허한다고 선언해 수만 명이 기약 없이 귀환을 기다리고 있다. 농장주와 농업노동자들에게 이 강제 추방은 집을 잃는 일일 뿐 아니라 생계를 잃는 일이기도 하다.
레바논의 올리브 과수원 면적은 — 레바논 농지의 1/4에 가까운 — 약 62,000 헥타르에 이르기에 올리브는 레바논에서 가장 중요한 작물 중 하나다. 가을 수확은 10월, 11월이 절정기인데, 국제올리브협회에 따르면 연간 19,000톤에서 20,000톤의 올리브유가 생산된다. 레바논 북부에는 수령 1,100년으로 추정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올리브 나무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 나무도 있다. 현재 이스라엘군에서 점령하고 있는 체블리의 마을 크파르슈바에 있는 올리브 나무들의 수령은 300년에서 500년 사이다.
남레바논 각지의 농부, 주민들이 이스라엘 군대가 불도저로 과수원을 밀고, 오래된 나무들을 뽑아버리거나 가져가고, 제 땅에 들어가려는 이들을 전부 쫓아내는 패턴을 증언한다. 10월 11일에는 레바논군에서, 이스라엘이 올리브 수확기를 맞아 빈트 즈베일Bint Jbeil에 있는 야테르Yater에서 자신의 과수원을 살펴보는 중이던 퇴역 준위 알리 압델 하산 스웨이단Ali Abdel Hassan Sweidan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전쟁은 또한 농부들의 판로도 끊었다. 체블리가 추산하기로 “키암Khiam에서만 남부의 수확량 절반을 사가곤 했다.” 이스라엘 국경과 맞닿은 언덕 지대에 위치한 키암은 현재 이스라엘군에서 점령하고 있다.
그는 “올리브철은 사람들에게 황금이나 마찬가지”라며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황색선 너머
이스라엘은 그들이 “황색선”이라 부르는 선 너머에서 계속해서 완충지대를 점령하고 있다. 55곳에서 62곳의 소도시 및 마을이 여기에 들어가는데, 레바논 영토의 약 6%에 해당한다. 합중국이 중재한 휴전 협정은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에서 철군하게 해야 했으나 오히려 토지 강탈과 파괴를 계속하기 쉽게 만들었다.
이스라엘은 3년 전 시작된 지구전에 최근에 격화된 동안 남레바논 점령을 확대했다. 2024년 11월 휴전 이후 이스라엘은 계속해서 거의 매일 레바논을 공격해 [2026년 3월의 격화 전까지] 해당 기간 동안 민간인 139명을 살해했다. 합중국-이스라엘이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Ali Khamenei를 살해한 공격 이틀 후인 2026년 3월 2일에 헤즈볼라에서는 미사일 여러 기를 발사했고 이스라엘은 이들이 “개활지”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4월에는 일시 휴전에 합의했고 6월에는 부분 휴전 합의안에 서명했음에도, 이스라엘은 전격적인 군사 작전으로 응수해 레바논에서 최소 4,389명을 살해했다.
크파르슈바의 무크타르mukhtar — 마을 대표단 역할을 하는 선출직 행정관 — 중 하나인 알리 살라 알-디야브Ali Salah al-Dhiyab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크파르슈바에서 농경지대를 가로질러 일체의 출입을 금지하는 선을 그었다. 그는 2024년 이래로 농부들이 자기 땅에 딱 한 번, 딱 하루만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도둑질하듯이 수확을 했다”며 “과수원에 갈 방법도, 갔다가 돌아올 방법도 없다”고도 했다.
지역당국에서는 국제연합에서 남레바논 평화유지를 위해 파견한 UNIFIL[역주1] 및 합중국이 의장을 맡아 메커니즘위원회[역주2]에 수확 허가를 요청했다. 레바논 정보 당국에서 받아 온 이스라엘의 대답은, 사람 100명과 차량 25대가 하루만 마을에 다녀오는 것을 허가한다는 내용이었다. 농부들은 전화기와 신분증을 제출해야 하고 레바논군과 UNIFIL은 동행할 수 없다는 조건도 걸었다.
지역 위원회에서는 이 안을 거부했다. 알-디야브는 크파르슈바에는 약 1,000호의 농가가 있으며 각 가정이 자신들의 나무를 직접 수확한다고 말했다.
“나무가 400그루 있대도 다섯 그루, 열 그루 수확하고 나머지는 잊어버려야 하는 거”라며 “이스라엘이 땅이고 돌이고 할 것 없이 전부 밀어버리고 있고, 안타깝게도 올리브도 절반은 이미 사라졌다”고 했다.
알-디야브는 오염 우려로 구매자들로 남레바논산 올리브유를 기피하게 되었다며 “올리브유를 한 통 건네면 상대가 ‘안 살래요, 백린 들어갔잖아요’라고 한다”고 했다.
짤 것이 남지 않은
기피 당하고 말고 할 과수원이 아예 남지 않은 농부가 많다. 라피크 바라카Rafik Baraka는 가족과 베이루트로 피란했던 지난 5월에 이스라엘군이 자신의 나무들을 쓰러뜨린 것을 발견했다. 구글 위성 사진과 레바논군, UNIFIL에 있는 지인들을 통해 알게 된 소식이었다. 불도저로 밀거나 태워버린 나무도 있었지만 제일 오래 된 나무들을 뽑아서 가져가 버렸다고 했다.
바라카는 “이스라엘이 땅의 얼굴을 바꾸어 놓았다”고 했다.
레바논 남부 마르자윤Marjayoun에 있는 라브 탈라틴Rab Thalathin 마을의 농부인 예순네 살 바라카는 나무가 152그루 있었고 그 중 일부는 수령이 100년에서 200년 된 나무였다. 할아버지가 심은 나무를 아버지가 가꾸었고 그가 전통을 이어받았다. 그의 가족은 가을마다 마을에 열흘 가량 머물며 올리브를 수확해 평년 기준 80통 정도의 올리브유를 짰다.
올해에는 수확할 올리브가 없다.
바라카는 “집, 무덤, 올리브나무, 우리 마을을 전부 불도저로 밀어버렸다”며 “그들은 아무것도 남겨두지 않았다”고 했다.
올리브 나무 뿌리 뽑기는 프랑스 법정까지 갔다.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레바논 출신의 37세 프랑스 사업가가, 이스라엘에서 점령하고 있는 리타니강 북쪽 자우타르 알-샤르키야Zawtar al-Sharqiyah 마을에 있는 가족의 소유 농장에서 올리브 나무 600그루를 뽑은 혐의로, 이스라엘군의 불상자들을 파리 당국에 고소한 것이다. 그는 수령이 500년 가량 되는 나무들도 있었으며, 집안에서 250년 동안 일구어온 땅이라고 밝혔다.
해당 고소장에서는 사유재산 절도, 파괴, 훼손을 전쟁 범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에서 해당지역을 통제하고 나무들을 뿌리째 뽑았으며, 뽑은 나무를 이스라엘로 가져갔다는 의혹이 있다고 명시했다,
살아있는 모든 것에 대한 전쟁
남레바논은 레바론 올리브의 약 38%를 생산하는데, 그 대부분이 파괴되거나 해를 입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2023-2024년간에만 최소 65,000그루의 올리브 나무를 불태우거나 불도저로 밀었다. 관계자들과 환경 단체들은 이스라엘의 생태학살ecocide을 비판해 왔으며, 고의적인 환경 파괴를 국제법 상 범죄로 인정받게 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2월에는 이스라엘 항공기가 국경 인근 약 8.5평방킬로미터(3.3평방마일) 면적에 식물을 뿌리까지 죽이는 제초제인 글리포세이트를 살포했다. 레바논 당국에서는 이스라엘의 공격에 공기 중에서 발화되어 피부부터 뼛속까지 불태울 수 있는 화학물질인 백린 역시 사용되었다고 보고했다. 인권감시Human Right Watch에서는 이스라엘군이 3월 3일에 남부 소도시 요모르 알-샤키프Yohmor al-Shaqif에서 가옥들에 불법으로 백린탄을 사용했다고 밝혔다.[역주3]
그 뿐만 아니라, 최근 레바논 국립과학연구위원회의 조사에서는 남레바논과 베카Bekaa에서 채집한 134개 토양 샘플 중 45%에서 허용치를 넘은 크롬이 확인되었다.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의 공습 표적이 된 베카는 레바논 동부에 있는 비옥한 골짜기로, 레바논의 주요 농경 지대이다.
유기농 및 토종 종자 활성화를 위해 활동하는 레바논의 농업 단체 아그리무브먼트AgriMovement의 공동 설립자이자 대표인 사라 살룸Sara Salloum은 “생활 기반과 공동체가 자신들의 땅에서 생활을 영위할 능력을 파괴하는 것”도 생태학살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살룸은 “생산력 있는 땅을 파괴하면 피란을 길어지게 하고 귀환 가능성을 약화시키고 공동체가 식량을 자급하는 대신 구호에 의지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팔레스타인에서도 이와 비슷한 파괴가 기록되고 있다. 국제연합에서는 위성 사진 분석을 통해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가자에서 2025년 9월 현재 과수원 및 나무의 89%를 망가뜨렸으며 2026년 6월 현재 접근 가능하며 훼손되지 않은 농경지는 3%에 불과함을 확인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서는 피점령지 서안에서 정착자들과 이스라엘군이 2026년 상반기 동안 26,000그루 이상의 올리브 나무를 베거나 훼손했다고 말한다. 5월에는 이스라엘 재무부 장관 베잘렐 스모트리히가 정착촌 건설을 위해 추가로 3,000그루를 뽑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팔레스타인 농업부에서는 9월 25일부터 10월 1일 사이 서안 일곱 개 주 각지의 농부들이 미화 175만불의 손실을 입었다고 보고했다.
살룸은 “이는 레바논, 팔레스타인, 시리아, 특히 가자에서 벌어지는 체계적 파괴의 일환”이라며 “생태학살에 맞서는 것은 땅과 그곳의 사람들을 모두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들이 우리의 기억들을 파괴했다’
올리브유를 몇 통이나 잃었는가 하는 것만으로는 라피크 바라카의 상실을 다 말할 수 없다.
그는 “돌아가서 나무를 새로 심는다 해도 열매를 맺으려면 20년은 있어야 한다”며 “그들은 역사와 지형만 파괴한 게 아니라 우리의 기억들을 파괴한 것”이라고, “나무들이 저 혼자 자란게 아니다”라고 했다.
바라카는 수확철을 해마다 열리는 축제 같이 이야기했다. 여러 가족들이 나무 밑에서 함께 밥을 먹고 서로를 도와가며 일을 마치는 축제 말이다.
그는 “아무리 재건하고 복구해도 그 친밀함을 되돌릴 수는 없다”며 “이스라엘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다. 우리를 우리 땅에서만이 아니라 우리 기억에서도 뿌리 뽑으려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바라카의 아이들은 자라서 농부가 되지는 않았지만 해마다 수확철이면 과수원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로서 전쟁 이후에도 이어지기를 바라는 전통이다.
그는 “우리가 떠나고 나도 아이들이 돌아와 이 땅을 돌볼 거라고 확신한다”고, “이 땅은 우리의 대대의 유산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역주1 UN Interim Force in Lebanon, UN레바논임시군.
↥역주2 Mechanism Committee. 미합중국, 프랑스, UNIFIL, 레바논, 이스라엘이 참여하는 5자 기구. 무장 해제 요구 등을 둘러싸고, 헤즈볼라에서는 위원회의 구도와 레바논 정부의 참여가 “레바논의 주권과 레바논 민중과 저항세력의 권리를 약화시킨다”고 비판한 바 있다.
↥역주3 오수진, 〈인권단체 “이스라엘, 레바논 주거지에 ‘금지무기’ 백린탄 사용”〉, 《연합뉴스》, 2026.03.09.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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