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 아이야 안나브Ayah Annab
가자에서 우리는 물리적 공간에서부터 사람들의 집단적 기억에 이르는, 삶의 모든 형태가 파괴되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고의적으로 문화 기관과 유적지를 파괴하고, 사람들은 잔해에 묻힌 그림이며 고서며를 건져 올린다. 잊혀지는 과거와 현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 어떻게 우리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마 답은 에드워드 사이드가 말한 팔레스타인의 귀환에, 물리적으로 돌아가는 것을 넘어 기록되지 않은 역사를 되찾아 ‘우리 자신을 우리 자신으로 되돌리는’ 것까지 아우르는 귀환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가자는 그런 귀환을 해내기 어려운 규모로 파괴되고 있다.
디나 마타르와 베네치아 포터가 편집한 『현재의 가자 아카이빙Archiving Gaza in the Present』는 이 파괴를 직면하고 대안적인 귀환을 제시한다. 영국아랍센터Arab British Center와 SOAS 팔레스타인연구소Center of Palestinian Studies에서 2024년 11월 30일, 12월 1일에 개최한 학술대회 “현재의 가자 아카이빙”에서 발표된 원고들을 토대로 한 책이다. 이 책은 큐레이터, 작가, 언론인, 법조인, 학자 등이 쓴 여러 글과 다채로운 시각 자료를 통해 한때 생기 넘쳤던 가자의 문화 장을 포착하고 그 파괴와 문화학살culturicide에의 저항을 아카이빙해 기록한다. 여기서는 예술 자체가 귀환의 주변적 공간이며, 예술이 ‘우리 여기 있어’하고 말한다면 풍부한 고고학적 유산은 ‘우리 여기 있었어’ 하고 말한다. 『가자 아카이빙』을 인종학살 와중의 아카이빙을 재정의하는 문화생산의 다채로운 보고寶庫다. 앞으로 여러 학자들이 이 책에 의지해 파괴를 증언하고 팔레스타인의 문화와 불굴성을 기리게 될 것이다.
본 인터뷰에서는 『가자 아카이빙』 엮은이들이 팔레스타인의 문화생산, “기억학살memoricide,”, 식민 맥락에서의 아카이빙 실천 발전을 논한다.
무엇이 여러분으로 하여금 인종학살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아카이브적 재구archival recovery에 나서게 했나요?
마타르 이 기획의 시작은 학술대회였어요. 여러 가지 목소리를, 특히 뉴스에 나오지 않는 공동체들, 행위자들의 목소리를 한 자리에 모으기 위한 거였죠. 평소에 살해나 파괴에 관한 소식들을 듣지만, 작가들, 고고학자들, 시인들, 환경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 타트리츠Tatreez를[1]역주 ― 팔레스타인 전통 자수 공예. 주로 십자수 기법을 사용하며 지역마다 전통적으로 이어지는 문양이 있다. 2021년에 유네스코 … Continue reading 비롯해 다른 문화적 영역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었어요. 저는 당시에 SOAS 팔레스타인연구소 소장이었고 베네치아는 영국아랍센터 이사였던 덕에 그런 이야기들을 모으는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자원이 있었죠. 베네치아가 여러 작가들을 조사해주었고, 아는 사람들을 통해 가자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작가들, 고고학자들에게 연락했어요. 저는 학술학살scholasticide을 비롯한 여러 가지 형태의 인종학살을 연구하는 발표자들을 찾았고요. 그 학술대회에서 구상된 책이에요.
포터 학술대회에는 인종학살이 시작되고 일 년이 넘게 흐르는 동안 쌓인 모종의 절망감이 깔려 있었어요. 끔찍하게도 인명을 잃는 동시에 문화 유산 파괴가 자행되고 있는데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사실상 아무도 없었으니까요. 처음에 하려고 했던 건, 예술에서 시작해 문화 유산 파괴, 대학과 집단 기억의 파괴까지, 현재의 전체 상황을 파악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디나와 함께 협력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기로 했죠. 처음에는 하루짜리 학술대회를 생각했는데 얼마 안 가서 이틀 동안 하기로 했죠.
문화가 팔레스타인 투쟁의 핵심요소가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마찬가지로, 문화가 이스라엘의 이른바 “기억학살” 공격의 표적이 된 이유는요?
마타르 문화는 삶이에요. 삶의 방식, 사람들이 일상을 영위하고 사회의 일원이 되는 방식이죠. 팔레스타인의 경우, 문화는 늘 악독한 공격을 받아요. 이스라엘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쪽으로부터도요. 그러니 그들에게는 팔레스타인 문화 생산물을 없애는 것이 매우 중요하죠. 유구한 일이에요. 팔레스타인 문화가 이만큼이나 파괴당한 건 지금의 가자 인종학살 때문만이 아니에요. 1948년 나크바 때부터, 심지어 그 전부터 이어진 일이죠. 문화란 더 넓은 정치적 상황과 떼어놓을 수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해요. 둘은 아주 긴밀히 이어져 있어요. 문화는 서사, 이미지, 생산, 재현에 대한 지속적인 권력 투쟁이 벌어지는 공간이에요.
포터 저에게 가자의 문화 기관들은 두 가지를 상징해요. 정체성과 유구한 시간이요. 가자에는 유구한 역사가 있고 고고학은 향료 무역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요. 고고학 유적지 수십 곳이 있는데, 수많은 비극 중 하나는 파괴되어버린 유적지의 상당수가 존재가 알려진지 겨우 몇십 년밖에 안 됐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책에 무니르 엘바즈Muneer Elbaz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가면서 [중세에 있었던 금·무역 시장] ‘알-키사리야Al-Qissariya’ 복원을 시도한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그것도 표적 공습으로 파괴되고 말았죠. 하지만 그는 희망을 놓지 않아요, 그저 계속하죠. 유형문화유산은 그의 정체성의 큰 부분을 차지하거든요. 고고학 말고도 엘티카Eltiqa나 샤바비크Shababeek 같은 가자의 예술 기관들, 그런 곳들에서 오랜 시간 동안 해온 일들도 알게 됐어요. 항상 포위 당한 채 살면서 겪는 어려움들에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전시를 열고 예술학도들을 멘토링해 온 곳들이죠. 샤리프 사란Shareef Sarhan, 모하메드 아부살Mohamed Abusal, 살만 나와티Salman Nawati의 글에 잘 소개되어 있어요. 가자에서 예술이란 비정형의 제도 같은 것이었어요. 정말이지 풍성하고, 사람들에게 예술이 필요하다고 확신하는 이들이 이끄는. 그런 분들이랑 이야기를 해보면, 예술은 탈출구인 동시에 필수재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런 기관들은 그저 건물이 아니었던 거죠. 라샤드알샤와문화센터Rashad Al Shawa Cultural Center가 파괴된 건 사람들에게 정말 끔찍한 일이었는데, 그저 벽돌과 콘크리트가 무너진 게 아니라 그곳이 의미하는 바가 무너졌기 때문이었어요. 사람들은 그저 계단에 앉아서는 그 누구도 생각 못해 본 정도로 큰 일이라는 걸 깨달았았어요. 그러다 고의 조준 이야기를 ― 이슬람대학교가 첫 표적이었다는, 라파박물관이 파괴됐을 땐 수많은 전시품이 있는 층이 표적이었다는 것을 ― 듣게 된 거죠.
아카이빙이라고 하면 저희는 보통 문서에, 팔레스타인의 경우에는 피식민자들을 지워버리곤 하는 식민 문서에 담겨 있는 과거를 떠올리는데요. 이 책은 자세히 서술하지 않고 억압하는 관습적인 역사서술에 어떻게 저항하나요?
마타르 저희가 이 책에서 하고 싶었던 게 바로 그거예요. 저희는 이 책에서 아카이브를 이론적으로 다루지 않아요. 아카이브에 대한 이론적 혹은 개념적 이해를 제공하기 위한 책이 아니거든요. 하지만 제목 ― 『현재의 가자 아카이빙』 ― 에서 아카이빙이한 과거의 문서나 사진을 수집하는 일이라는 관념에 도전하죠. 현재의 것도 포함하는 거라고요. 인종학살이 생중계되는 상황에서 아카이빙이란 무엇이며 그것이 무엇을 주는지 꼭 물어보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개인적으로는 학생들, 학자들, 예술가들, 문화생산자들이 이 책을 ‘아카이브’라는 관념을 재심문하는 데에 활용해 줬으면 좋겠어요. 아카이빙이란 기록하는 것이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을 기록함으로써, 예컨대 인종학살 이전에 있었던 것이나 지금의 문화 기반 파괴를 이미지로 보여줌으로써 삭제에 저항할 수 있기를 바라요. 어떤 의미에서 아카이빙은 기록을 이용해 사회들, 삶들, 여러 층위에서 계속 이어지는 굉장히 창의적인 팔레스타인 문화생산을 더 잘 이해함으로써 이런 문화 투쟁이 참여하는 과정이 되는 거죠. 그래서, 아카이빙을 하거나 이론적으로 다루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저자들이 아카이빙을 어떻게 개념화하는지 살펴보고 질문을 던져 볼 만할 거예요 ― 지금 파괴되고 있는 무언가를 지키는 데에 우리가 아카이브 실천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질문이요.
포터 아카이빙이라는 관념과 관련해 제가 알게 된 건, 예술가들에 관한 거예요. 미래에 연구 도구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참고자료를 많이 제시하기로 일찌감치 정했어요. 이야기하고 해야 할 일이 한참 더 있으니까요. 작업실이 주기적으로 표적이 되고 파괴 당하는 탓에 팔레스타인 예술가들이 작업 방식을 바꿀 수밖에 없다는 걸 기록하는 것도 중요했죠. 인종학살 도중에 만든 작품을 이전에 만든 것과 비교해보면 얼마나 다른지 아실 거예요. 캔버스 대신 구호품 상자에 그림을 그린 아흐메드 무한나Ahmed Muhanna 같은 작가들을 여럿 보았어요. 바젤 엘-마쿠시Basel El-Maqousi나 마제드 샬라Majed Shala 같이 미술 치료사가 된 작가도 많이 있죠. 이런 것도 아카이빙의 일부예요, 예술가들이 전에는 무엇을 했고 지금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거요.
아카이브 실천에서 기술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기술이 어떻게 현재의 아카이빙을 가능케 하나요?
마타르 저희 책은 새로운 관점에서 아카이브에 접근해요. 공중전Airwars이라는 ―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파괴를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 조직의 놀라운 활동, 소셜미디어 활동을 추적하고 기록해 순간과 삶을 기록하는 아카이브를 만드는 삭제에 맞서 싸우기Fighting Erasure 프로젝트와 교감하면서, 새로 생겨나 발전하고 있는 아카이브 실천들, 아카이브를 혁명하는 실천들을 논의하죠. 우리는 소셜미디어와 관련된 온갖 재앙에 집중해서 소셜미디어를 비판하곤 하지만, 기술은 현재의 사건들을 기록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요. 그래서 현재에 아카이브를 한다는 것의 의미를 논의할 땐 그 또한 중요한 논의 지점이에요. 저는 이 책이 생중계와 실시간 메시지 소통을 사유할 다른 방법을 제시한다고, 그러면서 미래 세대가 과거를 돌아보면 사람들이 왜 그렇게나 조용했는지를 물을 때 볼 수 있는 참고 자료를 제공한다고 생각해요.
포터 그럼에도, 책이라는 형태로 기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에요. 웹사이트나 소셜미디어 페이지가 있다고는 해도, 받아둔 참고자료 웹사이트 링크가 갑자기 먹통이 되는 경우가 왕왕 있었어요. 왜 사라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부러 막아버린 것일 수도 있죠. 검열을 받는 소셜미디어 페이지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니, 만약에 그런 게 전부 막히면, 뭐가 남겠어요? 구식인 책으로 돌아가야 할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쓸 수 있는 이 온갖 매체들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어떤 매체가 오래가는지에 관한 문제도 있죠.
『가자 아카이빙』은 팔레스타인 작가들, 필자들에게 이야기할narrate 자리를 만들어주었는데요, 그런 자리가 아닌 곳에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이야기가 허락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팔레스타인인의 목소리는 여전히 의심 받는다고 생각하시나요?
마타르 이 책 전에 헬가 타윌-수리Helga Tawil-Souri와 『팔레스타인 생산하기Producing Palestine』라는 책을 냈는데요, 그때 저희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더 이상 이야기할 허락을 필요치 않다고 느꼈어요.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가 세계에 팔레스타인인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자신들의 목소리로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촉구했던 악명 높은 1984년 글을 염두에 두고 그 작업을 했어요. 다양한 형식의 팔레스타인 문화 생산을 탐구하고 싶었거든요. 팔레스타인인들은 말하고 있었고, 서사를 만들고narrate 있었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어요. 그게 사람들이 그걸 듣는다거나 그들의 이야기에 어떤 실질적인 정당성이 부여된다는 뜻은 아니죠. 하지만 저는 베네치아와 제가 이야기하는 지금 이 순간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팔레스타인인들은 여전히 생산하고, 여전히 말하고, 여전히 서사를 만들죠. 하지만 계속해서 그들 스스로의 재현을, 그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는 바를 부정하는 반대되는 힘과 서사들이 있어요. 그래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야기하고 있다는 지점으로 돌아가면… 이야기하기가 그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나요? 그 답이 무엇이든, 저는 우리가 계속해서 말하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필요한 일이고, 언젠가 시온주의 서사에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은 ― 영향을 받았다 하더라도, 이야기의 다른 면을 보기 시작하고 있는 ― 젊은 세대들의 주목을 끌게 되는 순간이 올 테니까요. 저의 초점은 언제나 주변부의 공간들에, 그런 곳들이 자기 자신과 그 정체성을 표현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쓰이는지에 있어요. 우리는 문화 생산이 다른 형태의 팔레스타인 정체성을 요청하는 새로운 순간을 목도하고 있어요. 저는 그 정체성이란 무엇보다도 더 많은 호응을 끓어낼 수 있는 반식민 정체성이라고 생각해요. 아직은 아니지만, 우리는 서사의 문제를 벗어날 거예요.
포터 주변화화 관련해서, 팔레스타인인이 자기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가에 있어서는 상황이 여전히 아주 암울해요. 팔레스타인 작가의 전시를 열 만한 갤러리가 몇 군데 있기는 하지만 흔치 않죠. 큐레이터가 굉장히 힘이 있어야 해요. 필자 중 한 명인 레이철 데드먼Rachel Dedman이 《물질의 힘Material Power》이라는 전시를 기획했는데, 캠브리지에 있는 케틀스야드에서 처음 열었고 나중에 맨체스터랑 제다에서도 열렸어요. 지금은 《실의 기억Thread Memory》이라는 제목으로 V&A던디에서 열리고 있는데 인기가 상당하죠. 저희 책에서 그녀는 라파 뮤지엄 폭격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어떤 드레스를 소개해요. 인디애나대학교에서는 사미아 할라비Samia Halaby의 전시를 취소했던 합중국처럼, 팔레스타인 작품을 보여줄 수 없는 나라나 상황이 아주 많아요. 중동에서마저도 일각에서는 이런 주변화가 벌어지고요. 두바이에서는 인종학살이 시작된 딱 그 시점에 알세르칼애버뉴Alserkal Avenue에서 엄청난 전시가 하나 열렸어요. 바르질 재단 샤르자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전시였죠. 놀라운 전시였어요, 사람들이 그림 앞에 멈춰서서 눈물을 흘리곤 했어요. 올해 초에는 마찬가지로 두바이에 있는 아트자밀Art Jameel에서 가자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엘티카Eltiqa[2]역주 ― 2000년에 결성된 가자 지구 작가 콜렉티브.전이 열렸고요. 하지만 그런 자리는 흔치 않아요. 사람들은 얽히고 싶지 않아하고 ‘너무 복잡하다’고 하니까, 어디서든 그런 전시를 열려면 여전히 싸워야 하는 현실이에요. 저희가 이 학술대회를 조직할 때도 그랬어요. 몇몇이 망설이면서 저희에게 “SOAS에서 취소시킬진 않을까요?” 하고 물었던 게 생각나요. 팔레스타인의 목소리를 끄집어 내어는 싸움은 수많은 층위에서 벌어지고 있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뭐든 해야 해요. 책을 만드는 게 저희의 저항이에요. 애써서 저희 학술대회에 참여해 준 분들께, 그리고 그걸 통해서 [팔레스타인 투쟁]의 이야기 전체에, 존경을 전하는 거죠.
책을 엮으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작업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고 이 이어지는 트라우마 속에서 그 실상을 전하는 것이 여러분께 준 새로운 희망이 있나요?
마타르 많은 이들이 트라우마에 대처하는 방편으로 창작을 해요. 예술을 치료법으로 쓰는 거죠. 전 이 분야 전문가는 아니지만, 말하고 기억하고 기록하는 과정은 트라우마적인 경험을 처리하는 과정이에요. 그 과정이 필자들에게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요. 2016년에 헬가 타윌-수리와 함께 『은유로서의 가자Gaza as Metaphor』라는 책을 냈는데요, 이스라엘의 폭격에 곧장 대응해 가자에서의 삶을 이해하는 여러 가지 방식들을 담은 책이었죠. 그 책에서 가장 훌륭한 글 중 하나가 헬가의 글인데, 그녀는 삶으로서의, 삶에 대한 은유로서의 가자에 관해 이야기해요. 그 작업을 하면서 늘 그 글로 돌아가 다시 읽곤 했어요. 어떤 면에서 우리는 삶을 생각하고 있는 거고, 사람들이,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가 핵심이니까요. 정말로 인상적이었던 작가 중 하나는 살만 나와티예요. 클라우드 박물관을 주제로 한 발표였어요. 가자 작가들을 고립에서 끄집어 내는 가상 박물관 개념이죠. 저는 이 책을 가자를 찬미하는celebration 또 하나의 관점에서 보고 싶어요. 그저 슬픔과 비애에 관한 책이 아니라, 삶에 기여하는 사람들을 찬미하는 책으로요. 인종학살 속에서 꿋꿋이 이어지는 삶과 문화와 기억을 보는 데서 오는 희망이 있어요.
포터 최근에 BBC 기사에서 카스르 알 바샤Qasr Al Basha 사진을 봤어요. 800년 된 상징적인 건물이자 유물로 가득한 박물관인데, 표적 폭격을 당했죠. 지금은 껍데기만 남았어요. 아무튼, 그 사진에 문화유산보존센터Centre for Cultural Heritage Preservation (CCHP)에서 나온 사람이 두세 명 찍혀 있었어요. 폐허에서 모은 잔해를 들통에 담아 들고 내려오고 있었죠. 울컥했어요. 건물은 말 그대로 파편만 남았는데도, 그걸 되살리는 일을 시작하는 거였으니까요. 전시되어 있었던 수천 점의 유물을 얼마나 구해낼 수 있을지야 신만 아는 일이겠지만 정말 감명 깊었어요. 저는 이 책은 결국 출발점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더 많은 사람들이 풍성하고 다층적인 가자의 유산과 관련된 일을 하도록 북돋아주는 책이 되기를 바라요. 배워야 할 것도, 해야 할 것도 너무 많으니까요.
주석
| ↑1 | 역주 ― 팔레스타인 전통 자수 공예. 주로 십자수 기법을 사용하며 지역마다 전통적으로 이어지는 문양이 있다. 2021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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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 역주 ― 2000년에 결성된 가자 지구 작가 콜렉티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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