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영어): Moira Millán, “Letter from a Mapuche woman to a Palestinian woman,” 2023.11.13.
스페인어: “Carta de una mujer mapuche a una mujer palestina”
아랍어: “رسالة من امرأة من المابوتشي إلى امرأة فلسطينية”

이 편지를 쓰고 있자니 너무도 아파 멎지 않는 눈물이 키보드를 적십니다. 희망컨대, 팔레스타인 민족 인종학살에 분노하는 수백만의 눈에서 쏟아지는 이 물줄기가 너무도 많은 부정의를 씻어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친애하는 팔레스타인의 자매여, 아주 먼 땅에서, 나의 푸엘마푸Puelmapu 영토에서, 마푸체Mapuche 영토에서, 남파타고니아에서, 아르헨티나 치하에서 씁니다. 나 또한 침략 당한 민족의, 마푸체족의 딸입니다. 여전히 자유로웠던 날들을, 우리가 국경도 철조망도 없는 왈리마푸Wallj Mapu를 거닐었던 날들을 기억하는 민족의 딸입니다. 친애하는 자매여, 당신의 민족과 마찬가지로 나의 민족 역시 수탈의 부정의를, 인종학살의 고통을, 제 땅에서 노예가 되는 비참을 압니다. 죽음으로 이어지는 추방을, 강제 이주를 압니다. 세상은 줄곧 방기했고, 우리는 오늘까지도 두 식민 국가, 계속해서 우리를 박하해고 수감하고 살해하는 아르헨티나와 칠레의 강압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내 가족은 수용소에서, 고문에서, 절멸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았습니다. 나는 거기서, 이 땅이 품은 기억에 깊이 뿌리내린 혈통에서, 위엄 넘치는 용감한 민족에게서 났습니다.
몇 년 전부터 내 가슴 속에 팔레스타인 민족이 살고 있습니다. 머나먼 그러나 또한 가깝디 가까운 중동에서 우리의 이야기와 비슷한 일이 펼쳐지고 있음을, 선주 민족, 팔레스타인 민족이 식민 국가 이스라엘에 침략 당하고 있음을 알게 된 순간부터 말입니다. 아르헨티나는 1800년대 말에 인종학살을 멈추었으니 몇십 년의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의 상황과 너무도 비슷했습니다. 인종학살은 멈추었지만, 1900년대 초에 아르헨티나는 끝내 푸엘마푸에 나라를 세웠습니다.
내 팔레스타인 자매들, 형제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총알 하나하나가 내 몸을 꿰뚫습니다. 가자에 폭탄이 떨어질 때마다, 어린아이가 살해당할 때마다, 이스라엘국의 손에 팔레스타인 영토 전역에 퍼지는 무고한 죽음죽음마다, 내게서 인종학살이 되살아납니다. 나는 어른들에게서 마푸체족 철학의 아득히 오랜 가르침, 우리의 퀴피키문kuifikimvn을 물려 받습니다. 그들은 예르푼yerpun을 말합니다. 밤을 지나 누군가가 되는 일, 우리의 존재를 인간으로 고양하는 일을 뜻하는 말입니다. 우리는 장애물들을, 고통을, 깊은 슬픔을 헤쳐나가야 합니다. 칠흑 같은 밤을 지나야 새날이, 환하고 충만한 새날이 밝습니다. 궁금합니다. 우리는 언제쯤 마침내 밤에서 벗어날까요. 똑같이 길고 깊은 밤을 건너야 했던 유대 민족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들은 어둠 속에 머물렀던 걸까요, 아니면 그 밤을 지배하는 이들이 그들을 잡아다 끔찍한 악몽을 불어넣은 걸까요. 어쩌면 밤의 괴물이 세계를 장학하고는 거짓말로 가득한 수면제로 우리의 감각을 마비시키고 있는 걸까요. 친애하는 자매여, 우리에게는 수많은 예르푼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땅의 민족들은 밤을 지날 것이고 식민 군대는 단결한 민족들에게 항복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범죄자들을 단죄하지 않는 한 평화는 없다는 믿음으로 세계 방방곡곡에서 거리로 나올 인류의 연대에, 정의와 우애의 힘에 항복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점령세력은 언제나 사람들의 양심을 침묵시키는, 세상 앞에서 제 무도한 범죄를 정당화하는 프로파간다 장치를 가동합니다. 식민 서사는 피해자를 테러리스트로, 테러리스트 국가를 자경단으로 명명하는 것으로 출발합니다. 마푸체 민족은 이 뒤틀린 이야기를 잘 압니다. 세상 사람 대부분은 혐오로 가득한 민주정들의 교의를 구조 짓는 인종주의를 의문시하지 않기에 억압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이야기입니다. 권력을 그러모으는 극소수 인간들은 우월주의자, 인종주의자들이며 인종화되는 이들의 목숨은 개의치 않습니다.
이스라엘국을 통치하는 인종학살자들의 폭정에 억압 받는 유대인이 있음을 압니다. 용감하게 소리 높여 분노를 외치고 자신들의 이름으로 사람들을 살해하게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하는 유대인들이 있음을 압니다. 이스라엘의 극우 시온주의, 파시스트 정부는 그런 많은 용감한 이들을 괴롭히고 고문하고 투옥합니다. 그런 반시온주의자 유대인 자매형제들은 자신의 깊은 인간성을 느끼고 실천한다는 이유로, 자신들을 대표한다는 살인자들을 치욕스러워 한다는 이유로 박해 당합니다. 나는 그들에게도 팔을 벌립니다. 그들은 바로 지난해에 아르헨티나 군인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총을 쏠 때 용감하게 나서 마푸체족과 함께 정부를 규탄했던 아르헨티나 사람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물론 그렇게 마푸체족 아동과 여성을 사냥하는 데 대한 반대가 어마어마하지는 않았고 한 줌의 양심 있는 지지자들이 있었을 뿐이지만, 현명하고 용감하게 ‘이제 그만!’이라고 외치는 목소리는 언제나 있을 것입니다.
얼마 전에는 유대인이고 시온주의자였지만 자기 민족에게 박해 받고 미움 받았던 한나 아렌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들은 나치의 박해만큼이나 잔인해 지기를 자처한 식민·인종주의 민족주의를 겨냥한 그녀의 수정론과 비판, 문제 제기를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점령을 유지하기 위해, 무력으로 피에 주린 잔인한 점령을 유지하지 위해 만들어진 이 정치적 힘이 어디로 나아갈지 내다볼 줄 알았습니다.
친애하는 팔레스타인 자매여, 나는 세계의 여성들이 인종학살에 맞선 세계 총파업의 호소에 응해 단결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전쟁을 멈추려면 세상을 멈추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전쟁으로 이윤을 내는 이들, 이 학살의 진정한 수혜자들이 우리가 기필코 그들에게서 정의와 평화에의 권리를 되찾아 올 것임을 알겠지요. 나는 우리의 힘을, 우리가 뜻을 모을 수 있음을, 온갖 차이를 넘어 우리가 삶을 이어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아볼 수 있음을 굳게 믿습니다.
친애하는 팔레스타인 자매여, 사랑으로 충만한 내 온 존재를 다해 당신의 민족을 끌어안겠습니다. 당신이 겪고 있는 일들 앞에 미약하고 무력한 내가 부끄럽습니다. 거기서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마푸체 여성이기에 모든 것이 부족하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고난의 와중에 도움의 손길이 다가오는 것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지 잘 압니다. 내 민족의 자유를 꿈꾸는 만큼이나 당신 민족의 자유를 기원합니다.
웨아이인 람응엔 팔레스티네Weayiñ lamngen Palestine! 팔레스타인 자매여, 우리는 승리합니다!
푸엘윌리마푸Puelwillimapu 남쪽 산맥에서, 우리의 땅을 위해, 정의와 자유를 위해, 마리치 웨우marici weu![1]
마푸체의 웨이차페weychafe[2] 모이라 밀란.
↥1 ‘우리는 열 번을 승리하리라’라는 뜻의 전투 구호.
↥2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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