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에서 레바논까지 ― 한계 없는 전쟁, 벌을 피하는 자들의 말로 (마야 믹다시, 2026)

원문: Maya Mikdashi, “From Palestine to Lebanon, A War Without Limits and the Wages of Impunity, Jadaliyya, 2026.03.22.

가자 인종학살의 그늘에 숨어, 그리고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을 허락해 버린 세상에서, 이스라엘의 일곱 번째 레바논 침공이 벌어지고 있다. 국제법이 펀치라인이 되어버린, 무고한 이는 단 하나도 없는, 그 어떤 형태 ― 굶기기, 포위, 민족청소 ― 의 위해도 금기시되지 않는 세상이다. 이스라엘이 “가자에서의 성공”을 자랑하며 노골적으로 민간인들을 위협할 수 있는, 레바논 사람들에게 소위 휴전이라는 서서한 질식과 한계 없는 전쟁이라는 재앙 중에 고르라고 하는 세상이다. 요컨대 영구전의 세상이다. 전장은 끊임 없이 옮겨다닌다. 그 중심, 팔레스타인만 빼고.

이스라엘이 전쟁 범죄를 전쟁 독트린으로 포장할 수 있는 전권을 획득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6년에 이스라엘은 “다히야 독트린Dahieh doctrine”을[역주1] 공표했다. 노골적이고 고의적인 레바논 민간인 집단 처벌 전략을 약칭하는 말이다. 병원, 학교, 발전소, 도로, 하나 뿐인 공항 등 갖가지 기반시설이 파괴되었고 약 백만 명의 사람들이 쫓겨났다. 2008년에는 가자에서 “잔디 깎기mowing the lawn”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하마스를 약화시키고 팔레스타인인들을 겁박해 굴복시키기 위해 주기적으로 공격을 가하는 이 정책의 이름에는 그 토대가 되는 논리가 담겨 있다. 가끔씩 밀어주어야 하는 웃자란 잡초에 비유하는 수준의, 팔레스타인인 비인간화라는.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실행에 옮기는 이스라엘을 누가 비난할 수 있으랴. 이스라엘은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이 가한 참상들의 역사를 단 한 번도 책임진 적이 없으며 아무래도 앞으로도 영영 그럴 성 싶다. 그 기원이자 동력인 범죄들, 나크바와 잔인하고 불법적인 팔레스타인 점령, 정착을 포함해서 말이다. 비인간화되는 사람들에 대한 이 영구 점령 허가는 ― 팔레스타인의 출산률마저 “인구학적 위협”으로 취급하는 하는 이데올리기와 결합되어 ― 2023년에 그 논리적 귀결의 정점에 경도달했다. 이제는 “가자 독트린”이 총체적 봉쇄, 민족청소, 인종학살을 가리키는 약칭이 되었다. 범죄를 저지르고는 아무 책임도 지지 않을 때마다 이스라엘의 자신감은 점점 커졌고, 그런 일들이 유럽이나 합중국의 평온한 수도에 사는 이들과는 목숨 값이 다르다고 여겨지는 이들에게 가해지는 한 용납가능한 “전략”이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현재 이 지정학적 인종주의는 유감 없이 펼쳐지고 있다. 다히야 독트린, 잔디 깎기, 가자 독트린이 팔레스타인, 레바논, 시리아, 이란에서 각기 다른 규모로 모두 동시에 가동되고 있다.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의 면책 전쟁은 전장, 레바논 사회 조직, 정치 사회라는 세 개의 전선에 가해지고 있다. 군사적으로 이스라엘은 가자에서, 그 전에는 레바논에서 해 온 일, 즉 암살, 전면적인 초토화, 방공 시스템도 방공호도 공군도 없는 이들을 상대로 한 무차별 폭격을 벌이고 있다 ― 그와 함께 지상 침공을 개시했다. 또한 헤즈볼라Hizballah와의 싸움에 협력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레바논군 와해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의 격화 전까지 15개월에 걸쳐 만오천 번 이상 [2024년 11월의] 휴전 협정을 위반하고서는 현재 이런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연장된 휴전 협정에 따라 레바논 영토에서 철수해야 했던 시한을 이틀 앞둔 2026년 2월 16일, 이스라엘은 전략, 안보, 전투 요충지로 레바논 국경 핵심 지대 다섯 곳 ― 알-아지야al-Aziyah, 알-아와이다al-Awaida, 엘-하마메스el-Hamames, 자발 빌라트Jabal Bilat, 라부네Labbouneh ― 을 점령하겠다고 “발표했다”. 나와프 살람 총리와 조세프 아운 대통령을 필두고 프랑스와 합중국에 이스라엘이 2024년 11월 휴전 협정을 지키게 해달라고 누차 호소하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 실패는 레바논 뿐만 아니라 가자에서도 날마다 벌어지는 노골적인 휴전 협정 위반과 함께였다. 2026년 2월에만 레바논에서 스물여섯 명이 이스라엘의 공습에 살해 당했다. 3월 2일에 이스라엘에 미사일을 쏜 헤즈볼라의 결정은 지지를 얻지 못했고 격렬한 논쟁을 일으켰지만 그럼에도 레바논군이 헤즈볼라와 부딪히지는 않을 것이다. 부분적으로는 내적 결속에 대한 우려 때문이고, 국토 분열cantonization[역주2] 위협을 의식해서이기도 하다. 사실, 레바논군이 내전 후에 행한 여러 가지 개혁은 단합력을 강화하고 이스라엘이 요구하고 있는 것 ― 자살 ― 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 정부와 시민 사회 네트워크를 포함해 ― 이 감당 못할 것을 알면서 의도적으로 인도적 재난을 초래하고 있다. 3월 2일 현재 레바논에서는 아동 118명, 보건의료 노동자 40명을 포함해 최소 1024명이 이스라엘군에 살해 당했다. 이스라엘은 리타니 강 남쪽(레바논 국경에서 약 19마일 들어간 곳)에다 가자에 그은 “황색 선”과 유사한 비무장·무인 지대를 만들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가자, 서안, 시리아에서 영토와 통제권을 확장하고 있기에, 자원이 풍부한 이 곳 또한 점령하고 아마도 합병하려 들 것이라고 믿을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이는 초기 시오니스트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종종 반복했고 오늘날 이스라엘 정치인들이 공공연히 말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의 표적은 레바논의 사회 조직이다. 집단 처벌을 가해 헤즈볼라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약화시키려는 것이다 ― 2006년 전쟁 당시에도 같은 전략을 펼쳤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주로는 시아파 레바논인들을 몰아내는데, 피신처에서도 계속 그들을 공격해 종파 간 폭력을 유발한다. 이런 공격들은 사람을 죽이는 한편 다른 종파나 지역의 사람들이 겁을 먹어 피란한 동포들을 돕지 못하게 만든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레바논 내전 이후로 (두드러지는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전보다 더 분리된 형태로 종파 별로 구역이 갈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재레바논 합중국 대사는 이스라엘의 종파 지도를 받아들였으며, 이스라엘에 레바논 남부의 기독교 마을들은 공격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3월 11일, 이스라엘은 베이루트 유일의 공공 해변으로 피란민들이 차나 천막에서 생활하고 있었던 라믈렛 알 바이다Ramlet al Bayda의 해안절벽 도로에서 더블 탭 공격double tap strike[역주3] 가하고 학살을 저질렀다.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 그들의 폭력이 스펙터클을 이룬다 ― 해안도로에 널브러진 사지들은 그들에게 더한 참상도 저지를 수 있는 허가증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란에서와 마찬가지로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의 계획은 레바논 정치 사회의 균열을 하나 하나 빠짐 없이 심화시켜 모조리 파열에 이르게 하는 것, 그것이 먹히지 않는다면 집단 처벌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내가 분석하기로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이 매일 레바논 정부에, 레바논 민중들에게, 이런 으름장을 늘어놓는다.

이번에 다시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레바논 정치는 정부, 군대, 중앙은행, 헤즈볼라 및 그 동맹들이 아슬아슬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각 요소는 제각기 (현재 전쟁 중인) 다른 나라들, 기관들, 행위자들의 지지에 의존하며, 모두가 중첩되는 정당성 위기를 겪고 있었다. 전쟁이 끝나면 그 결과가 어떻건 정치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 사실상, 내전 후에 그러했듯 정치적 종파주의 체제 자체가 재조정될 것이다. 하지만 개별 전투는 짧더라도 전쟁이 끝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테다. 역사적 팔레스타인의 식민화는 늘 여러 국경 너머 일족들의 평정을, 혹은 복속을 필요로 했다. 중동 유일의 핵무장 국가인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국의 수립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민족-종파주의적 지배를 기꺼이 내려놓지도 않을 것이다. 이 거부는 팔레스타인과 그 지지자들에 대한 영구전 선포다. 사실, 이스라엘을 멈춰 세우지 않는다면 세계는 곧 새로운 범죄의 탄생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서안 독트린이라는.

이 영구전을 추구하면서, 그리고 여전히 합중국 정부와 정치인들의 무조건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이스라엘은 사람을 다 쫓아낸 ― 자기네 땅이든 팔레스타인 땅이든을 점령하는 데에 저항할 엄두나마 낼 수 있는 사람도, 정당도, 정부도 전혀 없는 ― 황무지를 환중지대로 두른 나라가 되기로 했다. 이 목표는 팔레스타인 민족 청소 뿐만 아니라, 현재로서는, 레바논 남부 민족 청소 또한 필요로 한다. 레바논과 그 통치 체제에 이스라엘의 중동 구상 ― 민족-종파적 구획들cantons로 나누는 ― 은 실존적 위협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를 점령하고 어떻게든 헤즈볼라를 무력화한다 해도, 저항은 군홧발 가는 곳마다 잡초처럼 번질 것이다. 그들은 결국 발목을 잡힐 것이다.


역주1 다히야 독트린에 대해서는 파리스 지아카만, 〈이스라엘은 레바논과 이란에서 ‘가자 독트린’을 쓰고 있다〉, 《몬도와이스》, 2026.03.06. 참고.

역주2 cantonization은 직역하자면 ‘구획화’ 정도에 해당하는 말로, 영토나 국가를 주 등 일정 수준의 독립성, 자치권을 가진 소규모 구역으로 분할하는 것을 뜻한다. 이 맥락에서는 민족, 종파 등을 기준으로 각 지역이 분열되는 상황을 가리킨다. 레바논을 비롯한 아랍 국가들 내부적으로는 내적 갈등의 심화와 고착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스라엘 측에서는 인종 분리와 유사한 지배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역주3 ‘두 번 치는 공격’이라는 뜻으로, 1차 공격 몇 분 후 ― 피신이나 구조 등을 위해 사람들이 몰린 시점에 ― ­2차 공격을 가해 사상자 수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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